난 살고 싶다 ... 1회
제 1장,
이연자는 몸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아픔을 느낀다.
너무 아파서 심음소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입가에 흘러나온다.
“엄마!
많이 아프나?“
아들인 지원이 엄마 옆에 앉아서 엄마의 신음소리에 몇 번을 묻곤 하는 것이다.
“응!”
벌써 수없이 남편의 폭행에 시달려오는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버티다가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게 죽게 된다는 공포감이 온 몸을 엄습해온다.
그녀의 남편인 김인수는 술만 취하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폭행을 서슴치 않는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김인수는 일상의 생활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김인수는 시골 장터로 돌아다니는 소 장수였다.
수단이 얼마나 좋은지 김인수가 사가지고 장에 나가는 소는 다른 사람들의 소보다 비싼 값으로 팔려 나가곤 했다.
김인수는 덩치도 남들보다는 머리 하나정도는 더 있을 정도로 키도 크고 몸집도 매우 우람한 사람이다.
생김새도 아주 잘 생긴 미남형이었다.
그러나 김인수의 출생은 마을에서 따돌림을 받을 정도로 아주 하찮은 사람이다.
김인수의 생모는 술집 출신으로 남의 집 작은댁이었다.
어려서부터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면서 무시당하고 멸시를 받으면서 자라온 사람이었다.
“에구!
정말이지 덩치하고 인물이 아깝지!“
김인수를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기보다는 김인수는 어려서부터 돈을 벌기로 마음을 먹는다.
많은 돈을 벌어서 자신을 없신여기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떳떳하게 큰 소리를 치면서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그의 가슴을 차지하고 있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어려서부터 김인수는 하루 종일 장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무엇을 해야만 돈을 벌수가 있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해서 돈을 버는지 어린 김인수의 가슴에는 오로지 돈을 벌어야만 한다는 생각뿐이다.
김인수는 많은 돈들이 오가는 우시장에 관심이 쏠린다.
소 한 마리에서 오가는 돈들이 어린 김인수의 눈을 휘둥그레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인수는 그때부터 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성장한 다음에 우시장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김인수는 소를 파는 날이면 전대를 허리에 단단히 동여매고는 의기양양하게 먹을 것을 잔뜩 사들고 어머니께 가져다 드리곤 한다.
그러나 그가 가지고 있는 전대에 눈독을 들이는 도둑들이 늘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인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김인수의 주먹은 다른 사람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을 정도로 싸움에도 능통했다.
김인수는 결혼을 하고부터 더 열심히 소를 사고팔고 하면서 많은 돈을 모은다.
이제 웬만한 시골의 우시장에서는 김인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의 수완과 주먹은 유명해졌던 것이다.
이연자는 그런 남편을 항상 존경하면서 자랑스러워했다.
스무살의 나이에 스물여덟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너무나 잘 생기고 우람한 남편을 보면서 항상 가슴이 뿌듯해지곤 하는 것이었다.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는 이연자였으나 남편을 믿음직스럽고 남편이 돈을 잘 벌어다 주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들을 셋이나 낳았던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은 여유롭게 생활을 하는 것도 모두 남편 덕이라 생각하면서 남편이 원하는 것이면 그 어떤 것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순종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남편 김인수는 자신의 아이들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었다.
바쁜 나날 속에서도 가끔씩 시간을 만들어 아이들과 노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삼남매를 자신의 우람한 몸에 올려놓고 자신이 마치 소나 되는 것처럼 방안을 기어 다니면서 소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아이들을 태워주곤 한다.
위로 맏이가 딸인 지영이고 그 바로 아래가 맏아들인 지원이 그리고 작은 아들인 지태였다.
김인수는 이 세 아이들을 세상에 그 어떤 보물과도 바꾸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고 있었다.
“이놈들아!
이 애비는 너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냐?“
“아부지!
나도 아부지를 이만큼 사랑해요.“
지원이 아버지의 말을 받아서 작은 팔로 원을 그리면서 재롱을 부린다.
“아부지!
나도 아부지를 이만큼 사랑해!“
지영이 또한 동생에게 질 새라 작은 팔을 한껏 벌린다.
“오냐!
우리 지영이! 지원이! 그리고 우리 막내 지태!
이 애비가 너그들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 어떤 사람도 너희들을 무시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지켜줄 것이야!“
자신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자식들에게만은 절대로 물려주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을 하는 김인수였다.
배고픈 설움보다 견디기 힘든 멸시와 천대는 절대로 잊을 수가 없는 그였다.
자신을 낳아준 생모가 천것이라고 남의 첩이라고 손가락질을 해 가면서 문중에서는 아예 인정을 해 주지도 않았다.
참으로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가정을 이룬 김인수였다.
김인수는 가족을 위해서 돈을 아끼지 않는다.
아내가 무슨 부탁을 하든 무엇이건 들어주는 편이다.
고향을 등지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제 문중에서도 김인수의 도움을 많이 받곤 하는 것이다.
무슨 어려운 문제가 있거나 돈이 들어갈 일이 있으면 문중에서는 그에게 부탁을 하곤 한다.
김인수는 문중에서 자신의 돈을 보고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렇게라도 문중에서 인정해 주는 것이 당당하고 보람이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문중에서 어떤 부탁을 해도 거절하는 법이 없이 다 들어주곤 한다.
그러나 김인수는 땅이나 논을 사지를 않고 돈이 있으면 반드시 소를 사거나 현금을 그대로 집안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땅이나 논을 가지게 되면 농사를 지어야만 했다.
김인수는 절대로 자신의 가족들에게 농사를 짓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오직 자신의 노력만으로 가족들을 행복하게 살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한쪽에 축사를 지어서 여러 마리의 소들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 장날이면 그 중에서 반 이상이나 팔려고 생각하고 가지고 있는 소들이다.
그런 커다란 불이 나지만 않았더라면 제법 큰 돈을 벌수가 있는 소들이었다.
한밤중에 자신의 집에서 일어난 커다란 불로 인해서 그 소들이 모두 불에 타 죽고 자신의 집에 있던 현금들이 모두 불에 타서 재가 되어버린 그날의 일들!
김인수는 마치 미친 사람이 되어간다.
단 한 마리의 소도 건지지 못했고 집안에 있는 현금도 한 푼도 건져내지를 못했다.
가족들만 무사히 잠을 자다가 빠져 나온 것이다.
집도 모두 불에 타고 아래채만이 그래도 온전히 남아 있었다.
이부자리 하나 옷 한 벌 남겨진 것이 없을 정도로 불은 아주 커다란 불이었다.
그것이 어떻게 해서 일어난 불이었는지 아무도 밝혀낼 수도 없었다.
김인수는 그제야 고향을 떠났어야 했다는 것을 후회를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누군가 김인수가 잘 살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가서 살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그런 후회가 아무런 소용도 없게 된 것이다.
김인수는 술로 세월을 보낸다.
맨 정신으로는 견디기 힘들 나날들이었다.
“야!
가서 술 사온나!“
이제 가족들도 그의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이연자는 그런 남편의 마음을 이해한다.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남편이 하는 대로 순종을 한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남편이 술을 가져오라고 하면 가게에 가서 사정을 하고 또 사정을 해서라도 술을 구해다 준다.
한동안 그렇게 술에 취해서 지내던 김인수는 어느 때부터인가 갑자기 아내를 구타하기 시작한다.
자신 속에 들어 있는 울분을 어디에다 풀어 놓을 곳이 없다.
아내를 구타하기 시작하는 김인수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는 것이다.
“야! 이년아!
네 년이 재수가 없는 년이라서 내가 이렇게 쪽박을 찬 것이 아인가?.
에잇!“
커다란 손이 이연자의 얼굴에 머리에 할 것 없이 마구 날아든다.
그러나 이연자는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고스란히 그 매를 모두 자신의 몸으로 받는다.
“엄마!
피하소!
와 그리 매를 다 맞고 있능겨!“
지영이 울면서 애원을 해도 이연자는 꿈쩍도 하지를 않는다.
지영은 엄마가 죽을 것만 같다.
아무리 애원을 해도 엄마는 아버지의 무서운 매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이연자는 남편의 속이 자신을 때리는 것으로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매를 피해서 달아난다면 혹시나 아이들에게 어떤 폭행이 있을 것만 같기도 하고 남편의 심정을 이해하는 이연자는 모든 것을 자신이 대신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느 정도 지나면 남편은 다시 옛날의 남편으로 아버지로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이연자였다.
하루가 멀다하게 구타를 당하면서도 이연자는 남편을 믿고 있었다.
가족들을 위해서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굳게 믿는 마음으로 남편의 무서운 매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그녀를 아이들은 울면서 매달린다.
김인수는 아무리 취해도 절대로 아이들에게 손찌검을 하지 않는다.
아내를 구타를 해도 아이들이 매달리면 어느 사이에 슬그머니 매를 놓아버리거나 밖으로 나가는 김인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날이 지나갈수록 구타의 강도는 더 심해져 간다.
또한 아이들이 매달리기라도 하면 아예 아이들을 방안에다 가두고 아내를 구타를 한다.
피를 보고 나서야 그치는 것이다.
피를 보고 아내가 실신을 하고 나면 다시 밖으로 나가 며칠이고 집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생활을 더욱 어렵고 힘이 들어진다.
이연자는 매일 아픈 몸을 이끌고 이집 저집으로 일을 구하러 다닌다.
아이들을 굶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일을 구하러 다니고는 있으나 이연자의 몰골을 보는 사람들은 일을 맡길 마음이 아니다.
삼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이연자는 용케도 버티어 낸다.
이제 더 이상은 버틸 자신이 없다.
이제는 달라질 남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연자는 암흑 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더 이상 남편의 구타에 몸을 맡기다가는 죽을 것만 같은 심한 공포감이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라도 도망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디를 갈 곳이 없다.
남편의 구타는 이제 흉기를 가지고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이번만 하더라도 이웃의 순이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칼로 자신을 찔렀을 것이다.
온 몸에는 멍이 들고 또 들고 해서 피멍이 가시는 날이 없다.
두 눈탱이는 항상 피멍으로 인해서 시력조차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내일이면 다시 남편은 술에 잔뜩 취해서 들어올 것이다.
이연자는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도망을 갈 수가 있을 것인가?
그러나 이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를 갈 수가 있을 것인가?
이연자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삼 남매는 그래도 엄마가 옆에 있음으로 해서 마음 놓고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다.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쓰다듬는 그녀의 마음은 천만갈래 찢어지는 아픔으로 인해서 가슴에 심한 통증이 밀려온다.
“미안하다!
엄마가 너희들만 두고 떠나서 정말 미안하다.
허지만 아무리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엄마가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돈을 벌어서 방을 구해놓고 반드시 너희들을 데리러 올께!“
이연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한다.
이제 아홉 살인 딸 지영과 일곱 살인 장남 지원이 그리고 다섯 살인 막내 지태였다.
이 어린것들을 남겨놓고 가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아이들이 먹을 밥을 이미 지어 놓은 상태였지만 제대로 챙겨 먹기나 할지 걱정이 앞선다.
“지영아!
동생들을 부탁한다.
엄마가 데리러 올 때까지 엄마 대신 동생들을 보살펴야 한다.
아이구!
불쌍한 내 새끼들!“
이연자는 하염없이 흐느낀다.
얼마를 그렇게 흐느끼던 이연자는 흠찟 놀랜다.
어느새 날이 훤하게 밝아져 오기 때문이다.
어차피 떠날 바에는 마을 사람들의 잠이 깨기 전에 마을을 빠져나가야 한다.
이연자는 보퉁이랄 것도 없는 작은 보퉁이를 들고 방을 나선다.
방문을 열고 다시 뒤를 돌아본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것들은 깊은 잠 속에 골아 떨어져 있다.
이연자는 다시 아이들의 얼굴은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미안타!
정말 미안하데이!“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방을 나선다.
마당을 내려서서 안채가 있던 곳을 바라본다.
이 집을 지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던가?
남편과 둘이서 한 생전 살아가리라 마음을 다지면서 얼마나 행복해 했던가?
남편에게 사랑 받으면서 귀여운 아이들을 키우는 축복 받은 인생이라고 얼마나 행복해 했던가?
불에 타다 남은 상흔들이 보기 흉하게 남아 있는 집이다.
이연자는 한동안 서서 바라다본다.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흥건히 흘러내린다.
이 눈물이 언제쯤이면 마를 수가 있을 것인가?
남편의 심한 구타만 없다면 어떠한 고생을 한다 해도 아이들을 버리고 도망가는 엄마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 걸음 한걸음 무겁게 내 딛는다.
남편이 다시 재기할 생각만 있다면 얼마든지 재기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허나 남편은 그대로 주저앉아서 자신의 인생과 가족들의 인생을 모두 망치고 있다.
이연자는 깊은 한숨을 쉬면서 대문의 남아 있는 턱을 넘어선다.
날은 희뿌옇게 밝아져 오는 새벽이다.
그렇게 이연자는 아이들을 두고 집을 떠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