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살고 싶다 ... 4회
제 4장,
김연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심한 노동에 몸은 파김치처럼 지쳐 있었지만 자리에 누우면 정신을 더욱 또렷하게 자식들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이곳에 취직이 된 것도 열흘 남짓이었다.
어린 자식들만 남겨놓고 무작정 새벽에 집을 나온 것도 어느덧 서 너 달이 다 되어간다.
어느 곳에 갈 곳도 정한 곳이 없이 무작정 나온 집이었다.
수중에 돈이 있을 리도 없었다.
남편이 해 주었던 손가락에 낀 금반지 닷 돈이 수중에 있는 모든 것의 전부였다.
무작정 서울 행 기차에 몸을 싣고 영등포라는 곳에서 내렸으나 어디 갈 곳이 없었다.
언젠가 서울에 가서 취직을 했다는 마을 아가씨의 말이 생각이 난다.
직업소개소라는 곳에 가면 취직을 시켜준다는 말에 김연자는 두리번두리번 직업소개소의 간판을 찾아 헤맨다.
마침 눈에 띄이는 직업소개소의 간판이 있었다.
그러나 두려운 마음에 선뜻 발길을 옮길 수가 없다.
무엇이라고 해야 할 말을 찾지를 못한 것이다.
어디에 취직을 시켜 달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잠시 생각을 더듬던 김연자는 이층의 층계를 하나하나씩 힘을 주면서 올라간다.
“어서 오세요.”
합판으로 되어 있는 문을 밀고 들어서자 샹냥한 아가씨의 음성이 그녀를 반긴다.
“이리 앉으세요.”
상담실이라고 쓰여진 곳으로 안내를 한다.
“취직을 하시려고 오셨지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더듬거리는 김연자를 보면서 아가씨는 상냥하게 말을 한다.
“네!”
“어디에 취직을 하시고 싶으세요?”
“글쎄요.....그냥 아무 곳이나.........”
“아주머니!
취직을 하실 곳은 많이 있어요.
헌데, 지금 아주머니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든 받아 주지를 않을 겁니다.“
“왜요?”
“남편 분에게 많이 맞으신 모양이죠?
지금 아주머니 얼굴이 형편이 없어요.
이런 얼굴로 아무 곳에서도 받아 주지를 않을 겁니다.“
“....................”
“그리고 몸도 상당히 괴로워 보이시는데 가셨다가 몸이 나으시고 얼굴이 가라앉으시면 다시 오시는 것이 좋을 듯싶네요.”
“........................”
김연자는 앞이 캄캄해져 온다.
어디를 갈 곳이 있는가?
“다시 오시면 그때는 제가 좋은 곳을 알아봐 드릴게요.”
아가씨는 매우 상냥한 음성으로 말을 하지만 김연자의 귀에는 무슨 천둥번개 치는 소리보다 더 무섭게 들려온다.
김연자는 다시 용기를 내어서 직업소개소의 간판을 또 다시 찾아 헤맨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한결같은 말뿐이었다.
김연자는 자신의 모습이 그 정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갈 곳이 없다.
김연자는 무작정 발길을 옮기지만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의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영등포 시장 안이었다.
먹거리가 즐비한 것을 보자 갑자기 시장기가 밀려올라 온다.
하루 종일 아니, 음식을 제대로 먹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더구나 오늘은 하루 종일 물 한모금도 마시지를 못했다는 생각이 미치자 배는 더욱 고파져온다.
입안에 고인 침도 없이 바짝 말라 있어 삼킬만한 침도 없다.
김연자는 작은 보퉁이를 끓어 안고는 시장 안을 빙빙 돌고 또 돈다.
마음 같아서는 수중에 몇 푼 있는 돈을 털어서 무엇이든지 먹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을 참아내기가 힘이 든다.
그러나 엄마도 없이 울면서 있을 자식들의 모습이 떠오르자 자신의 주린 배를 채울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손가락에 끼었던 반지를 팔아서 기차표를 사고 나서 남은 돈이 수중에 있었지만 그 돈으로 자신의 배를 채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무슨 일이든 어떤 일이든 해야만 했다.
그러나 어디서 어떤 일을 해야만 할지 누가 자신에게 일을 시켜 줄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김연자는 시장 상인들이 하나씩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행여라도 무엇이든지 먹을 것을 주어서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자신들의 가게 앞을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문을 닫는 것이었다.
이제 시장은 상인들이 모두 철수를 하고 나자 컴컴한 암흑의 세계로 변한다.
더 이상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김연자는 먹을 것을 찾는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시장 안을 나온다.
이제 어디에서고 잠자리를 구해야 했다.
여인숙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오지만 결코 그런 곳에 들어가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는 호강을 누릴 수는 없다.
김연자는 간신히 빈 상자 하나를 발견하고 주워 든다.
그리곤 주택가의 으슥한 곳을 골라 그곳에 상자를 펴고 자리를 마련한다.
옆으로 작은 쪽문이 하나 있을 뿐 사람의 왕래도 별로 없을 것만 같은 으슥한 골목이다.
외등도 골목의 입구에만 서 있을 뿐 다행히 골목의 안쪽에 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보퉁이를 머리에 베고 상자를 펴고 누웠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를 않는다.
이제 배가 고픈 것도 잊었다.
다시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아이들이 보고파진다.
죽더라도 자식들을 품어 안고 죽을 것을 공연히 자식들을 버리고 집을 떠났다는 후회가 밀려오면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지영아!
지원아!...........지태야!“
그러나 음성은 밖으로 나오지를 못한다.
찢어지게 아파오는 가슴을 부여안고 울음을 터트리지도 못하고 안으로 삭힌다.
“미안하데이!
엄마가 너무나 미안하데이.“
어쩌다 이렇게 됬능가 내도 어이 알겠능가?
갈 곳도 없는 상거지가 되어 이렇게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숨죽여 흐느낄 줄을 어찌 상상이라도 해 보았더란 말인가?
김연자는 온 몸이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전신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온 몸이 피멍이 들어 누워서 움직이는 대로 심한 통증을 느낀다.
춥지도 않은 날씨인데도 몸이 벌벌 떨려온다.
식은땀이 나면서 덜덜 떨려오는 것을 이를 악물고 참으면서 잠을 청한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가........
“이봐요!”
누군가 김연자를 흔들며 깨운다.
간신히 눈을 뜨면서 자신을 깨우는 사람을 본다.
“아직 새파랗게 젊을 사람이 이런데서 잠을 자면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할머니가 김연자를 깨우고 있었다.
김연자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난다.
“미안합니다.
갈 곳이 없어서 하룻밤 신세를 지려고..........“
“보아하니 몸도 많이 아픈 모양인데 이곳에 이러고 있지 말고 우리 집에 들어갑시다.”
노인은 바로 옆에 나있는 쪽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김연자를 들어오라고 다시 손짓을 하고 있다.
김연자는 상자 조각을 접어서 치우고는 노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아직 젊은 여인이 무슨 사정이 있는 줄은 모르지만 그렇게 한데서 잠을 자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그러우?”
“할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얼굴을 보니 서방한테 매를 맞고 집을 나온게로군?”
“네!”
“저런?
쯧쯧쯧............
어쩌다 그런 일을 당하누?“
유노인은 혀를 끌끌 차면서 안쓰러움을 나타낸다.
“그나저나 밥은 먹었수?”
“......................”
“허기사 물어보나 한 말이지”
유노인은 방에서 나가더니 잠시 뒤에 밥상을 보아온다.
“어서 나랑 함께 밥이나 먹읍시다.
실은 나도 이제야 저녁이라우!“
김연자는 밥을 보자 갑자기 배가 더 고파져 온다.
그러나 선뜻 밥상에 달려들 수가 없다.
집에서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을 아이들이 제대로 밥이나 먹었을까 생각하지 목이 메어온다.
“두고 나온 자식들 생각이 나는게로군!
허나 우선 나부터 살고 생각해 볼일이야!
어서 밥이나 먹고 몸부터 추슬러야만 하게 생겼어!“
유노인은 수저를 들어 김연자에게 준다.
“어서 먹우!
이야기는 시간이 많으니 뒀다 해도 늦지 않으니 어서 밥부터 먹읍시다.“
김연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수저를 받아 들고는 정신없이 밥을 퍼 넣는다.
그런 김연자의 얼굴은 눈물로 범법이 되어간다.
밥을 먹고 나자 김연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유노인에게 말을 한다.
“저런?
우선 갈 곳이 없으니 비좁지만 이곳에서 나랑 함께 지내봅시다.“
“할머니!
이리 신세를 져도 되능가 모르겠심더!“
“없는 사람끼리 서로 도와 가면서 살아야지 어쩌겠수?
하지만 다른 일을 찾을 때까지라도 나랑 함께 파지를 줏으러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사는 동안 열심히 살아봅시다.“
유노인은 혼자서 사는 사람이다.
자식도 없이 홀로 외롭고 힘들게 빈병이나 박스를 모아서 고물상에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단칸방이나마 마련한 것도 그렇게 열심히 모으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서 단칸 셋방을 얻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시장이 모두 문을 닫고 난 후에 빈 박스나 빈병들을 모아서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허름한 창고에 쌓아두고 들어온 길이었다.
처음엔 무심코 집안으로 들어갔던 유노인은 다시 나와서 한데서 잠을 자고 있는 김연자를 자세히 들여다 본 것이었다.
아직 너무나 새파랗게 젊은 아낙이라는 것을 알고 잠을 깨운 것이다.
자신도 남의 도움을 많이 받아가면서 살고 있는 처지였다.
모른 척 남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은 자신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 나이가 몇이우?”
“스물아홉입니더.”
“스물아홉에 벌써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이런 고생을 하고 있으니 쯧쯧..........”
“할머니!
열심히 할머니를 도울게요.
그리고 어디 취직을 하면 이 은혜는 두고두고 갚아 드리겠심더.“
“은혜랄 것이 무엇이 있누?
하루라도 빨리 취직이 되어서 돈을 벌어서 자식들을 데리고 와야지!“
김연자는 그렇게 유노인의 집에 기거를 한다.
그러나 며칠은 심한 몸살로 인해서 아무런 일을 하지도 못하고 유노인이 보살핌을 받아야만 했다.
“할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유노인이 끓여다 주는 죽을 간신히 먹을 때가 되어서야 자신이 너무나 커다란 신세를 지고 있음을 느끼고 사죄를 한다.
“미안할 것이 뭐가 있누?
그저 우리 같은 사람은 건강이 재산인게야!
건강해야만 살아남을 수가 있지!
그런 소리는 하지 말고 몸부터 챙겨야 하네.“
김연자는 죄송스러우면서도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에 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르면서 김연자는 유노인의 뒤를 따라 다니면서 열심히 일을 한다.
잠시도 몸을 아끼지 않고 빈병과 빈 박스를 주워 나르고 노인의 빨래와 식사를 맡아서 하는 김연자를 보면서 유노인은 마음이 흡족했다.
일을 하면서도 김연자는 자신이 일을 해야 할 곳을 열심히 알아본다.
이런 일을 하면서 돈을 모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일을 가지고 두 사람의 입에 간신히 밥을 먹는 정도였기에 마음이 초조해지는 것이다.
유노인은 아는 사람들에게 모두 그녀의 취직을 부탁하곤 한다.
어디든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취직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젊은 여자가 리어커를 끌면서 빈병이나 박스를 줏으러 다니는 것이 보기에도 안쓰럽고 좋지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노인이다.
또한 언제까지 데리고 있을 형편도 아니었다.
하루 종일 일을 해 보아야 두 입에 겨우 풀칠이나 할 수 있는 벌이를 가지고는 젊은 사람을 그대로 두기가 안쓰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직업소개소를 찾아가서 취직을 부탁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유노인이었다.
그렇게 서 너 달이 지나는 동안 유노인은 김연자와 깊은 정이 든다.
외로움과 고독으로 살고 있었던 윤노인은 부지런하고 몸을 아끼지 않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김연자를 몹시 좋아하게 된다.
두 여인은 서로를 아끼면서 깊은 정을 주고받는다.
그러는 동안 김연자는 일식집에 취직을 하게 된다.
김연자는 그곳에서 숙식을 하면서 일을 하려한다.
“잠은 비좁지만 이곳에 와서 자면 안 되겠나?”
“할머니!
저도 할머니와 함께 잠을 자면서 있고 싶어요.
허지만 지가 이곳에서 잠을 잔다면 아무래도 물값과 전기료등 나가는 것이 아닌겨?
그것을 아껴야 하고 그곳에서도 숙식을 해야 한다캅니더.
시간이 나는 대로 할머니를 만나러 오겠슴더.“
그렇게 해서 김연자는 일식집 주방에 취직을 해서 그곳에서 숙식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