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살고 싶다 ... 2회
제 2장,
지원이는 오줌이 마렵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어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눈이 잘 떠지지를 않는다.
“엄마!”
엄마를 불러 보았으나 아무런 기척이 없다.
언제나 엄마는 한번만 불러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곧 알아차리고는 고추를 내 놓고 오줌을 뉘어주는 것이다.
“엄마!”
다시 엄마를 부르고는 기다려 보지만 역시 아무런 기척이 없다.
지원이는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면서 일어나 방안을 살핀다.
역시 엄마는 없었다.
“어디 갔지?
변소를 갔능가?“
지원이는 더 이상 오줌을 참을 수가 없어 방을 나선다.
부엌을 보았지만 조용하다.
지원이는 마당에다 서서 오줌을 누려는 생각을 버리고는 마당을 내려서 변소로 향한다.
“엄마!”
대답이 없다.
“엄마!
왜 대답을 안하나?“
기다려 보았지만 역시 대답이 없다.
지원이는 가만히 변소의 문을 열어본다.
문은 생각하고는 달리 쉽게 열린다.
엄마가 있다면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가서 열리지 않을 것이다.
지원이는 변소 안을 들여다본다.
그곳에도 엄마는 없었다.
“엄마가 어디 갔지?”
지원이는 시원하게 오줌을 누면서 엄마 생각을 한다.
그러고 보니 잠결에 엄마가 우는 것만 같았다.
엄마가 많이 아파서 우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잠을 깰 수가 없었던 것이 새삼 생각이 나는 것이다.
지원이는 오줌을 다 누고서 다시 방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이미 잠은 다 달아나고 엄마의 행방이 궁금했다.
“아직 아침이 아닌 것 같은데 엄마는 어디를 갔을까?”
엄마가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집에 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어린 지원이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술 때문에 엄마는 가게에 가서 외상을 가지고 오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집에 불이 나고부터 집안이 가난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더 이상 일을 하시지 않고 매일 술만 마신다.
그 많던 소들도 하나도 없고 이제 아버지는 소를 살 생각도 하지를 않으신다.
매일 술을 마시고 엄마를 무섭게 때리기만 하는 아버지였다.
옛날에 좋은 아버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원이는 엄마의 행방이 궁금했다.
“누야!”
가만히 누나를 불러본다.
지영은 지원이가 부르는 것이 귀찮다는 듯이 돌아눕는다.
“누부야!
일나봐라!
엄마가 안 보인다!“
“바보야!
엄마가 안 보이믄 어디 갔겠노 ?
변소에 간거 아이가!“
지영이는 눈을 뜨지도 않고 대답을 한다.
아직도 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귀찮기만 했다.
“아냐!
내가 변소에 가봤는데 거기도 엄마가 없데이!“
“..................”
다시 잠이 들었는지 지영이는 조용하다.
“누부야!”
이번에는 좀 더 큰 소리로 누나를 부른다.
“좀 더 자자!
엄마가 가기는 어디를 갔다카노?
아마 쌀이 없어서 쌀을 구하러 나간 모양이다.
어서 잠이나 더 자그라!“
지영이의 대답에 비로소 지원이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뭔가가 자꾸만 불안했던 지원이었다.
“그런가?”
누나의 대답이 맞는 것 같다.
지원이는 다시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한다.
그리곤 이내 다시 잠이 든다.
지원이 잠에서 깬 것은 동생인 지태의 우는 소리 때문이었다.
“엄마!
앙....앙앙..........“
“지태야!
와 울고 그카나? 응?“
그래도 형이라고 지원은 우는 동생을 달랜다.
“엉아!
엄마가 없어!“
“엄마가 아직 안 왔나?
울지 말그래이!
아마 엄마는 우리 밥해주려고 쌀을 구하러 안 나갔나!“
지원은 자신이 없었지만 동생을 달래기 위해서 말을 한다.
그때 누나인 지영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누부야!
엄마는?“
지영의 얼굴도 이미 울상이 다 되어 있는 것을 지원을 놓치지 않는다.
“엄마가 아무데도 없데이!
순이네도 뒷집도 그리고 건너편 고모네도 가보고 그랐는데 아무데도 없데이!“
“................”
그동안 지영은 엄마가 갈 만한 곳이라고 생각되는 곳이면 다 찾아다닌 모양이었다.
“근데 나 지금 학교를 가야하는데 우짜노?”
“누부야!
누부야가 학교에 가면 내가 지태랑 우애하노?“
지원은 겁을 잔뜩 먹고 멀뚱거리면서 누나인 지영을 바라본다.
지영 또한 동생들만 두고 학교를 갈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
누나가 오늘은 학교를 안 갈란다!
그리고 우리 부엌에 가서 밥을 해 놓자.
엄마가 오면 배가 고플 테니까 우리끼리 밥을 해 놓으면 좋아 하실끼다!“
지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가볍게 말을 한다.
“누야!
엄마가 오는기지?“
“그럼!
아마 어디 멀리 볼 일을 보시러 가셨을끼다.
우리가 잠을 자고 있으니 말도 하지 몬하고 그냥 가셨을끼다!“
“그래!
분명히 읍내에 있는 병원에 가셨을끼다!
내가 잠결에 엄마가 우는 소리를 들었거든!
아버지에게 매를 맞은 것이 너무 아픈 모양이야!
자! 이제 지태도 퍼뜩 일나그라!“
그러나 지태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언능 인나라!
엉아가 하는 안 들리나?“
“흐 응~~~
엉아!“
“지태 너 오줌 쌌구나?”
지원은 동생의 이불을 걷어낸다.
지태는 새벽이면 엄마가 누워 주어야만 오줌을 싸지를 않는다.
헌데 엄마는 지태의 오줌도 눕히지도 않았던 모양이었다.
“클 났다!
너 엄마한테 혼날 각오를 하고 있그라!“
지원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마음의 불안이 가시지를 않는다.
뭔가가 집안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지원은 집안을 둘러본다.
벽에 걸려 있었던 엄마의 옷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누부야!
엄마 옷이 항개도 없데이!“
지영은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는다.
“어?
정말이네!.............“
지영은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으면서 그만 울음을 터트린다.
“앙~~~~
엄마!“
지영이 울음을 터트리자 곁에서 보고 있던 지원과 지태도 따라서 울음을 터트린다.
세 남매는 모두 울음을 터트린다.
아침부터 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이웃 순이네 할머니가 건너오신다.
“아침부터 이게 웬 울음소리냐?”
“할무이요!
우리 엄마가 없데이!.“
지영은 어른을 보자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없다이?
어제만 해도 네 애비에게 맞아서 몸을 꼼짝도 하지 몬하는 사람이 없다니?"
“아침에 일나니까 엄마가 안 보이는 기라예!.
그리구 엄마 옷도 하나도 보이지 않는기라예!.
잉 잉잉.........“
순이 할머니는 얼른 방으로 들어와 이것저것을 살펴본다.
“틀림없구마!
이자는 더 이상 매를 맞다가는 죽을 것 같다더만 아그들을 버리고 집을 나가 뿌렸네!“
마당에는 옆집 여자들이 무슨 구경이 났는가 싶어서 몰려들 와 있었다.
“할무이요!
지영 어무이가 집을 나가뿌렸는가요?“
“내도 시방 무슨 일인지 항개도 모른다.
방에 보니께 지영 애미 옷이 항개도 없는 것을 보니 그런 모양인갑네!“
“에그....저런?
내 그런 사단이 날줄 알았구만요.
허구헌날 그리 매를 맞고 살 여자가 어디 있능교?“
“맞다!
남정네가 정신을 차려가지고 처자식 데불고 살아갈 생각은 안하고 맨날 술을 퍼마시고 기집을 그리 두두겨 패니 언년이 붙어 살겠능교?“
“쯧쯧쯧........
이 어린 아그들이 무신 죄가 있다고.......“
사람들은 저마다 모두 한마디씩 던진다.
“그라게 사람은 본시 근본이 있어야 하는 벱인디.....
이집 아그들 아바이가 근본이 있기나 한가?
본디 술집 작부에 첩년의 자식이 아닌가 말이다!
불이 나서 재산이 모두 날아갔다고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드나?
근본이 있는 사람을 절대 그리 몬하는기라!“
“하모!
그기 어디 사람이 할 짓인교?
더욱 정신을 차리가지고 처자식하고 열심히 노력을 해야지!
내 이런 사단이 조만간 일어날 줄 짐작은 했지만서두......쯧쯧쯧...........“
지원은 울음을 그치고 사람들의 말을 가슴에 새긴다.
하나같이 모두 아버지 엄마를 흉을 보면서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어린 지원이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만들 가 보그래이!
여그 무신 구경이 난 것도 아이고 여어들 가서 밥이나 묵게!“
순이 할머니는 둘러 싸여 있는 이웃 사람들을 쫒아 버린다.
“지영아!
그나저나 느그덜 아침을 하기라도 했냐?“
지영은 고개를 옆으로 흔들기만 한다.
“우에둥동 느그 어마이가 올 때꺼정은 동생들 잘 챙기고 기둘리고 있어야 한데이.”
순이 할머니는 부엌으로 들어가면서 그래도 삼남매에게 용기를 주려고 한다.
부엌으로 들어간 순이 할머니는 곧 바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나온다.
“그래도 느그 어무이가 아그들 밥을 지어 놓고 갔데이.
에그!
그 마음이 오즉이나 아리고 찢어 졌을꼬.......“
순이 할머니는 옷소매로 자신의 눈가에 흐른 눈물을 닦아낸다.
참으로 인정이 많고 싹싹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남편의 매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낳은 삼남매를 버려두고 집을 떠날 때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를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이 흐르는 것이었다.
모든 재산이 날아가기 전에는 참으로 부러웠던 집안이었다.
젊은 내외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정겹고 보기 좋던지 부럽기까지 했던 순이 할머니다.
조금만 색다른 음식을 하기만 하면 듬뿍 담아서 가져다주던 마음씨 곱던 젊은 아낙이었다.
가진 것이 남보다 좀 더 많다고 있는 티를 내지도 않고 이웃과 나누는 마음도 있었고 남의 없는 사정을 잘 헤아릴 줄도 아는 다정한 아낙이었다.
순이 할머니는 이연자를 생각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 쉰다.
그리곤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 그녀가 해 놓고 간 아침을 상에 차려서 아이들에게 가져다 준다.
“어여들 먹어라!
그리고 너무 기죽지 말고 누이가 동생들을 잘 보살피고 있으면 느그 어무이가 느그들을 데리러 올 거이다.“
“할무이!
그 말이 참말이지예?“
“하모!
그라니 어여 밥들을 먹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