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사남매 ( 53회 )
제 53장,
장경환은 그런 우리를 멍하니 바라본다.
우리가 현관문을 열고 나서자 그때서야 벌떡 몸을 일으킨다.
“거기 앉아라!”
이경선여인은 아들의 행동을 제지하려 한다.
그러나 경환은 이미 어머니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대로 그녀를 보낼 수 없다는 것만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대문을 넘어선다.
경환은 정신없이 뛰어가 막 승용차의 문을 열고 있는 우리를 잡는다.
“가지 마!
이렇게 가서는 안 돼!“
“경환씨!
어머님으로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내가 주제를 잊고 너무 큰 욕심을 부렸습니다.
이대로 돌아가도록 놔 주세요.“
“안 돼!
당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내 반쪽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당신의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 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자, 운전을 내가 할게 이쪽으로 와!“
경환은 우리를 데리고 운전석 옆자리로 가서 문을 열고 태운다.
그리고는 자신이 핸들을 잡고 차를 출발시킨다.
그 모습을 뒤따라 나온 이경선여인은 모두 본다.
“휴!”
큰 한숨을 내 쉰다.
아들의 마음을 어떻게 붙잡아야 하는 것인지 앞이 캄캄해진다.
그렇다고 허락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다른 일이라면 자신이 한발 양보를 하면 되겠지만 이것은 자손 대대로 내려가야 하는 중대한 일이기에 양보란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장경환은 어디인지 목적 없이 운전을 해나간다.
지금은 두 사람의 마음은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며 차가 막히지 않는 대로 운전을 해 나간다.
어느덧 영동고속도로로 올라서고 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대로 길을 따라서 운전을 해나가면서 한 손으로는 우리의 손을 꼭 잡아준다.
“우리야!”
“...............................”
우리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우리의 두 눈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장경환 역시 그런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우리야!
울지 마!
절대로 우린 헤어지지 않는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난 너를 포기하지 않아!“
“...............................”
“우리는 헤어질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지?
부모를 떠난다고 해도 난 너를 떠나지 않아!
우린 이미 서로 남은 한쪽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한 사람들이야!“
어느덧 강릉에 도착한다.
이미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장경환은 바다가 위치한 곳에 있는 호텔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간다.
“우리 일단 이곳에서 마음과 몸을 좀 쉽시다.”
우리는 경환이 하는 대로 아무런 말없이 따른다.
룸에 들어서자 경환은 우리가 쉴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다.
“아무런 말도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푹 자자.”
우리는 그대로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경환의 말처럼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경환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조차도 모두 꿈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잠을 자고 싶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잠은 멀리 달아나 버리고 더욱 정신이 또렷해진다.
우리는 침대에서 내려와 테라스로 나가 바다를 바라본다,
경환이 뒤에서 우리를 살포시 안아준다.
“미안하다.
너에게 이런 고통을 주고 싶지 않은데...............“
“경환씨!
정말 고맙고 감사해요.
나 때문에 어머님께서 마음이 아파하실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부터 숨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것이 내 책임이지.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엄마도 모든 것을 이해를 해 주실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만을 한 내가 잘못이고 그로 인해서 고통을 받는 당신을 보는 것이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너무 힘이 든다.“
둘은 그렇게 한참을 바다를 바라본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는 마치 자신들의 가슴을 때리는 것만 같다.
아프고 아파서 비명소리도 나올 수 없을 만큼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 시간 이경선여인은 아들에게 전화를 한다.
밤이 늦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 걱정스럽다.
장경환은 휴대폰을 들어 엄마 전화라는 것을 확인을 하고 전화를 꺼버린다.
그리고 또한 우리의 핸드백을 열고 우리의 휴대폰을 꺼내어 꺼버린다.
엄마는 분명히 우리의 전화를 다시 하실 것임을 알기에 두 대의 전화를 모두 꺼버린다.
경환의 예상대로 이경선여인은 우리의 번호는 눌러보지만 그 역시 꺼져 있는 상태임을 확인을 한다.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겠다는 것임을 알고 깊은 한숨을 내 쉰다.
장경환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둘만 있겠다는 생각이다.
“나가서 저녁이라도 먹고 옵시다.”
“...........................”
우리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런 우리를 장경환은 손을 잡고 룸을 나선다.
다행히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 영업 중이다.
식욕은 없지만 굶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음식을 주문을 한다.
“술 한 잔할까?”
우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경환은 레드와인을 다시 주문을 한다.
저녁식사 대신 둘은 와인을 한 병 다 비운다.
“저녁을 조금이라도 먹는 척을 합시다.
너무 빈속이면 건강도 좋지 않고 더 힘들어 질 것이니까!“
억지로 우리에게 음식을 먹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몇 수저 먹지 못하고 수저를 놓는다.
입안이 깔깔해서 도저히 음식을 씹을 수가 없다.
“그래, 우리 억지로 먹지 말자.
한두 끼 먹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
공연히 억지로 먹었다가 체하면 더 큰 고생을 하게 되겠지?“
경환은 우리를 데리고 다시 룸으로 온다.
이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모든 것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서 서로의 육체를 탐닉해 나갈 뿐이다.
그 시간 우희는 자정이 다 되어가도록 오지 않는 우리를 기다린다.
벌써 여러 번 우리와 경환의 휴대폰의 번호를 눌러보지만 두 대의 휴대폰이 모두 꺼져 있는 상태다.
“어떻게 된 일이지?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불안이 더욱 엄습해 온다.
결코 말없이 외박을 하는 동생이 아니다.
또한 결혼도 하기 전에 그 댁에서 잘리라 만무한 일이다.
혹시 그렇다고 한다면 전화라도 했을 것이다.
자정이 넘어가도록 아무런 연락이 되질 않는다.
우희는 불안한 마음으로 우리를 기다리며 집안에 불을 끄지 못하고 있다.
“우리야!
전화라도 받아주렴!
무슨 일인지 혼자서 아파하지 말고 언니하고 함께 하자.“
간절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기다리지만 날이 훤하게 밝아오도록 아무런 연락조차 할 수가 없다.
우희는 시간을 보며 시장엘 나간다.
그러나 마음이 불안한 것은 더욱 심해진다.
행여 무슨 나쁜 일이라도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그래도 오늘 장사를 할 재료를 구입을 하러 나간다.
혼자만의 일이 아니기에 시장을 본다.
그러면서 휴대폰에 온 신경이 다 간다.
우리가 들어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다른 날하고는 달리 꼼꼼하게 재료를 체크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워낙 오랜 단골이고 보니 일일이 확인을 하지 않아도 최고의 품질로 물건을 내어주는 상인들이다.
“오늘은 언니가 물건을 확인하지 않네!”
상인이 웃으면서 하는 말이다.
“이제는 믿고 거래를 해야지요.”
“그렇지요.
이제 언니 물건이라면 직접 나오지 않아도 최고의 물건으로 배달을 해 줄 수도 있지요.“
”네, 알겠습니다.“
우희 역시 이제는 단골 가게들을 믿을 수가 있다.
그러나 몸에 배인 습관으로 인해서 자신의 눈으로 확인을 해야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 수가 있다.
우희는 급한 마음을 안고 집에 와서 우리가 온 것인가를 확인한다.
그러나 오전 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아무런 연락도 닿지 않는다.
초조한 마음이 된 우희는 재료를 손질하고 장사할 준비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김씨 아주머니에게 나와 달라는 부탁을 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본다.
이제 우희가 없다고 해도 김씨 아주머니가 웬만한 일들을 알아서 다 해나가고 있기도 하다.
가게를 넘길 때는 김씨 아주머니에게 넘겨준다는 약속을 했기에 내 일처럼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일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다.
모든 중요한 레시피까지도 알려준 아주머니다.
이제 동생들을 모두 마치고 나면 결혼을 할 생각이다.
차주영이 너무 오랜 세월을 말없이 곁에서 지켜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이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결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동생들이 모두 자신들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보고나야만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도 결혼을 할 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차주영 역시 그런 우희를 이해를 하고 기다려주고 있다.
언제나 우희가 하는 것이라면 늘 동조를 해주면서 함께 하고 이해를 해 준다.
우희는 결혼을 하면 가게를 김씨 아주머니에게 넘겨주려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게의 모든 것을 알려주곤 한다.
장사를 하면서도 우희는 하루 종일 마음이 불안하고 우리의 연락을 기다리느라고 장사에 별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우희가 그렇게 애태우고 있는 시간에 이경선여인 또한 마음이 초조하고 속을 끓이고 있다.
밤새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들이 걱정스럽다.
둘이 나가서 무슨 사고라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에 조그만 바람소리에도 놀라서 몸을 일으켜 밖을 내다보곤 한다.
웬만한 것 같으면 그저 눈감고 모른 척을 해주고 싶다.
그러나 왜소증이라는 것이 뭔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것을 당장 아들만 생각한다고 모른 척을 할 수가 있을 것인가?
대대로 물려 내려가는 유전인자를 후대에 물려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의학이 아무리 발달을 한다고 해도 아무리 천만금이 있다고 해도 고칠 수도 없고 남의 눈을 피할 수도 없는 왜소증이다.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게 태어나는 사람들이다.
그런 것을 알면서 그대로 묵과를 할 수가 없다.
하나뿐인 아들이 아무리 아픔을 겪는다고 해도 아무리 심한 통증을 견디고 힘들어도 세월이 지나면 상처도 아물 것이다.
어떤 아픔이라도 영원히 아물지 않는 것은 없다.
이경선 역시 하루가 지루하게 아들을 기다린다.
양쪽 집에서 그러는 시간에 경환은 거의 정오가 가까운 시간이 되어서야 눈을 뜬다.
밤새 잠을 설친 두 사람은 새벽이 다되어야 간신히 잠이 들었다.
한낮의 태양이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서 환하게 비쳐들고 있다.
경환은 자신도 그리고 우리도 알몸인 채로 잠이 들었다는 것을 보고 이불을 끌어다 우리의 몸을 덮어준다.
우리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눈을 뜬다.
“잠이 깼어?”
“몇 시나 되었어요?”
“정오가 다 되었어.
이제 그만 일어날까?“
우리는 몸을 일으켜 가운을 입고 욕실로 간다.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을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모든 준비를 하고 호텔을 나선 것이 오후 한시가 지났다.
“우리 어디 가서 밥을 먹고 집으로 가야지?”
“............................”
우리는 대답대신에 고개를 끄덕인다.
“무엇을 먹을까?
아무래도 국물이 있는 것이 좋겠지?”
“아무거나.................”
근처에 갈비탕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간다.
갈비탕 두 개를 주문을 하고 경환은 우리를 본다.
“우리!
내가 한 말을 잊지 않았지?
나를 믿고 기다리는 거야!“
“..................................”
“행여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나를 믿고 기다려줘!
우린 절대로 헤어지지 않아!
헤어질 수 없는 당신과 나, 알고 있지?“
우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경환의 그 말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알고 있는 우리다.
“내 삶에 전우리라는 당신이 없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전우리 또한 장경환이 없고는 숨을 쉴 수도 없다는 것을 안다.
우리 엄마는 결코 독한 성품을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이야!
내가 설득을 할 수 있으니까 힘이 들어도 꾹 참고 기다리는 거야!“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식기 전에 어서 먹자.”
그러나 생각보다 두 사람은 음식을 얼마 먹지 못하고 수저를 놓는다.
그리고 말없이 승용차에 올라 서울을 향해서 달린다.
이대로 시간이 정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두 사람의 바람과는 달리 시간은 쉬지 않고 가고 있다.
바쁘지 않게 휴게소마다 쉬면서 커피도 마시고 먹을 것을 사지만 그것들을 거의 먹지 못하고 그대로 차안에 방치가 된다.
서울로 올라온 시간이 늦은 저녁이 되어서다.
“뭘 좀 먹고 들어가자.”
그러나 우리는 고개를 흔든다.
아무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럼 찻집에라도 가서 차라도 마실까?”
근처의 커피전문점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하루에 벌써 커피만 너덧 잔을 더 마셨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시 커피를 주문한다.
“많이 힘들지?”
“.................................”
“우리 서로 밤새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 많은 말들 중에서 단 한마디도 거짓된 말이 없어!
힘들지만 참고 나를 기다려줘!
물론 생각보다 쉽지는 않겠지.
그러나 나를 사랑하는 엄마라서 끝까지 반대를 하지 못하실 거야!“
“그렇게 억지를 부리지 말아요.
지금 어머님께서도 얼마나 힘이 드실지 생각을 해 보세요.
우리들 생각만을 너무 고집하지 않았으면 해요.“
“어찌되었건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나보다 더 잘 알지?“
경환을 하고 또 하던 말을 수없이 반복을 한다.
그렇게 우리가 행여 다른 마음을 먹을까 싶어서 하고 또 다짐을 한다.
경환이 우리를 집 앞에까지 데리고 온 것이 밤 열시가 되어가는 시간이다.
“어서 들어가!”
경환은 차를 주차시켜주고 나서 우리가 대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