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사남매 ( 57회 )
제 57장,
경환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한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우희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너무나 간절한 이들의 사랑을 이렇게 막아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럽다.
서로가 저토록 간절히 원하고 있는데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 우희로서는 그저 현실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플 뿐이다.
아기를 가진 것에 조금은 마음의 위안을 받은 것 같은 우리의 모습이지만 늘 얼굴에는 수심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애잔한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야!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경환씨하고 멀리 도망이라도 가게 해 줄까?“
우희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한다.
”언니!
우리가 아무리 먼 곳으로 도망을 간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
경환씨는 부모님을 배신하고서는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요.
이대로 아무리 아파도 세월은 흐르는 것이고 세월이 흐르는 대로 생각도 조금씩 엷어져 가겠지요.“
우희는 그런 말을 하는 우리가 너무 가엽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자신으로 인해서 부모와 떨어트려놓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우리의 마음이 예쁘기도 하지만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의 일 때문에 우영이의 일을 미룰 수가 없다.
양가 상견례를 하고 우영이의 결혼날짜를 잡는다.
두 사람 모두 톱스타들이기에 기자회견을 통해서 두 사람의 결혼을 발표한다.
그러나 시기와 장소는 비밀로 한다.
우리의 일도 그렇지만 홍지우 부모님 역시 대단히 호사스러운 결혼식을 원하고 있기 않기에 그저 평범한 결혼식을 가지려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화려함이나 대단한 결혼식을 피하고 싶은 마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그렇게 간소한 결혼식을 올리고자 마음을 먹는다.
우희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안도의 숨을 내 쉰다.
우영이가 대단히 화려하고 기자들이 몰려들어 매스컴에서라도 크게 보도가 되어 진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어떨 것인가를 생각한 우희다.
우영이 또한 조용하고 검소한 결혼식을 올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또한 결혼을 하고 나서 홍지우의 집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워낙에 넓은 집이기도 하고 지우가 결혼을 해서 따로 나가면 부모님이 무척이나 허전하고 쓸쓸하실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우가 살림을 하느라고 집에 들어앉는다는 것도 지우의 재능을 잠재우는 것만 같아서 아직은 좀 더 활동을 하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홍지우다.
우영은 그런 지우를 위해서라도 기꺼이 그 집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이여인으로서는 너무나 좋은 일이다.
딸과 떨어져 살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전우영과 한 가족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손으로 돌봐줄 것을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렇게 그들의 결혼식은 착착 진행이 된다.
아무도 모르게 그다지 크지 않은 호텔의 예식 부를 예약을 한다.
신랑과 신부이름을 넣지 않고 부모님의 이름으로 예약을 해 둔다.
기자들은 두 사람을 따라다니며 결혼날짜를 알아내려고 하지만 철통같은 방비를 해 가면서 결혼식을 준비를 한다.
홍지우의 결혼준비라는 것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의 집에서 침대만 바꾸면 되는 것이기에 기자들의 눈을 피할 수 있고 결혼식장을 알려지지 않고서도 준비가 되어간다.
우리는 그렇게 작은오빠의 결혼식이 준비가 되는 것을 보면서 부러워한다.
자신이 먼저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제 자신은 결혼이라는 것하고는 거리가 멀고 아예 꿈조차 꾸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가!
엄마는 너만 있으면 된다.
네가 건강하게만 태어나 준다면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없다.“
우리는 매달 태아를 위해 혼자서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받는다.
태아가 장애가 있다면 출산을 하기 전에 알 수가 있고 의사선생님이 말을 해 주기에 우리는 한 달이라도 거르지 않고 병원을 찾는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장애도 발견되지 않고 건강한 아기라는 진찰을 받곤 한다.
그때마다 우리의 마음은 기쁘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가!
세상에 수많은 부모를 두고 네가 나에게 왔으니 엄마도 더욱 최선을 다해서 너를 보호하고 너를 잘 키워줄게!
건강하게만 태어나 다오.“
우리의 바람은 오직 한가지뿐이다.
건강한 아기를 키우면서 평생을 단 둘이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러나 때때로 파고드는 경환의 모습이 너무나 그립다.
전화한통화만 하면 달려오는 경환이다.
휴대폰을 수없이 들고 번호를 누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낸다.
그에게 들어오는 수없이 많은 통화지만 받지를 못하고 있다.
아예 전화기의 배터리도 빼버리고 켜지 않는다.
허지만 그런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우리다.
달려가고 싶고 오라고 연락하고 싶다.
아직도 그의 마음은 조금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얼마나 초조하게 부모님을 상대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상상이 간다.
“경환씨!
나 너무 당신이 보고 싶어!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그립고 미치도록 보고 싶어!“
우리는 잠이 들지 못한다.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면서 장경환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집에서 자신이 임신을 한 것을 알면 그의 부모는 자신을 강제로라도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아기를 지우려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경환에게 그 어떤 연락도 할 수가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아기는 지켜내야 한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아기를 위해서 모든 것을 이겨 내야한다는 생각을 하며 우리는 그대로 밤을 지새운다.
아기를 생각해서 잠이 오질 않아도 커피와 알콜을 입에 대지 않는다.
행여 아기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까 싶어서 먹는 것 하나에도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우리다.
이제 조금씩 입덧이 가라앉아 음식을 먹을 수가 있다.
워낙에 많은 음식을 먹지 않은 우리지만 아기를 생각해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라서 먹곤 한다.
자신이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아기에게 나쁜 일이라도 생길까 싶어서 좋은 음식을 먹으려 애를 쓴다.
매일 많은 시간을 혼자서 보내야 한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나니 집안에서 딱히 할 일이 없다.
모든 일들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다 해주고 있기에 할 일도 없다.
결혼을 앞두고 우영이 오빠는 아예 신부 집으로 옮겨 갔다.
오빠가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지고 갔기에 우리는 오빠가 사용하던 침대가 있는 안방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있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찾아낸다.
아기를 위해서 모든 것들을 손수 준비를 한다.
아기의 옷과 모자 신발 그리고 기저귀들을 만들기 시작을 한다.
아기 이불도 색상과 디자인을 직접 아이디어를 만들어 준비를 한다.
그렇게 우리는 그런 소소한 일들에 정성을 다 쏟는다.
작은 오빠의 결혼에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으려 애를 쓴다.
입덧이 끝나고 음식을 먹는다고는 해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우리는 배가 불러옴과 동시에 몸은 자꾸만 야위어간다.
우희는 그런 우리가 안쓰럽다.
“우리야!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무엇이든지 먹어야 한다.“
“언니!
잘 먹고 있어요.“
”아무래도 먹는 것이 시원찮은 모양이 아니냐?
이제 배는 눈에 뜨이도록 불러오는데 네 모습은 더 말라가는 것만 같으니 언니의 마음은 너무 안쓰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우영이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내가 이곳으로 와서 너를 보살펴주어야겠다.“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작은오빠 결혼식에는 참석을 하지 않을 겁니다.
내 모습이 너무 보기 흉해서..........“
“그렇지 않아!
네 모습이 보기 흉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허지만 너무 살이 빠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먹기 힘들어도 아기를 생각해서 억지로라도 먹어야 해!
산모가 건강해야 아기도 건강한 아기를 낳을 것이 아니니?“
”그렇게 할게요.“
우희는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우영이의 결혼식에 마음이 바쁘다.
자신이 준비를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모든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 볼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전우영과 홍지우의 결혼식은 아무리 숨기려도 해도 결국엔 결혼식 당일 날 장소가 밝혀진다.
모든 매스컴들이 몰려들고 대스타들의 결혼식이 의외로 너무 간소하고 대단한 장소가 아닌 것에 놀라기는 하지만 취재진들이 대거 몰려들어 그 주변에는 차량이 통제가 될 정도로 혼잡을 이루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대스타들의 검소한 결혼식이 보도가 되면서 매우 좋은 반응을 보이며 그들에 대한 평가가 대단히 좋게 나돌고 있다.
그들의 검소함과 소탈한 모습들이 다른 연예인들의 귀감이 된다는 평이다.
우리는 그런 모든 것들을 티비를 통해서 보면서 긴 한숨을 내 쉰다.
참으로 아름다운 신부와 멋지고 근사한 신랑의 모습은 이 세상 누구보다 더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다.
순수하고 멋진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과 멋진 턱시도를 입은 신랑의 모습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아름답고 순수해 보인다.
우리는 그렇게 새 올케와 작은오빠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본다.
부럽고 또 부러운 모습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결혼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하고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결혼식이라는 생각을 하니 다시 가슴이 아파온다.
누구보다 하고 싶었던 결혼식이었다.
“아!
경환씨!
우리 이다음 내세에서 다시 만날 때는 이런 아픔이 없이 만나요.
지금 이루지 못한 꿈을 내세에서는 반드시 이루어지겠지요?“
우리가 그렇게 간절하게 경환을 생각하며 모든 것을 참아내고 있을 때 경환은 사무실에서 그대로 졸도를 한다.
거의 식사를 하지 않고 지내던 경환이다.
먹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고 입안에서 그대로 뱅뱅 돌면서 삭아버리곤 한다.
그 정도로 음식을 먹지 못하면서도 경환은 꼬박 출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윤경선은 그런 아들을 보면서 가슴이 새카맣게 타 들어간다.
아파할 줄을 알았지만 이 정도로 심하게 아파할 줄을 몰랐던 이경선이다.
매일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아들의 체중은 한 눈에 보아도 상당히 줄었다는 것이 보일 정도로 경환은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다.
“여보!
당신이 경환이를 데리고 점심이라도 먹이면 어떨까요?
집에서는 도저히 밥을 먹지 않고 있으니 걱정이 됩니다.“
”이거야 원!
이러다 하나뿐인 자식을 잡지 않을는지..........
오늘은 점심 스케줄이 있어 안 되겠고................
저녁이라도 데리고 먹여야겠군!“
“그렇게라도 해 주세요.
저러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 걱정입니다.“
장사장 역시 아들의 일로 늘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아내의 말대로 그런 유전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며느리로 맞이해서 후손을 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일치를 한다.
아내의 말대로 아플 만큼 아프고 나면 괜찮아지려니 하며 그저 지켜만 보고 있는 장사장의 마음도 편안하지 않다.
차라리 며느리 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들을 호되게 나무랄 수도 있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아무런 하자도 없는 것이기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다.
장사장이 점심스케줄이 끝나고 나서 세시쯤 해서 회사로 돌아온다.
저녁스케줄은 아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서 비워두라는 말을 비서진에게 전하고 막 업무를 보려고 하는데 아들인 장전무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다는 전갈이 온다.
“무슨 소리야?
장전무가 왜?“
”모르겠습니다.
서류에 서명을 하시다 그대로 졸도를 하셨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급하게 k대 병원으로 옮기셨다는 보고입니다.“
비서진에서 전하는 말을 듣고 장사장은 급하게 병원으로 간다.
경환은 의식이 없이 검사를 받는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이오?”
“아주 심한 탈수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의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가 조금만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장사장은 아내인 윤경선에게 전화를 한다.
윤경선은 남편의 전화에 그저 아연실색을 한다.
기어이 우려되었던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 심한 자책감을 느낀다.
그토록 힘들었던 것인가?
그토록 그 아이를 놓기가 어려운 것인가?
병원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불안감이 몰려온다.
이대로 아들을 놓치게 된다면 조상님들의 볼 면목도 남편을 대할 면목도 없는 것이 아닌가?
후대를 위해서 아들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경환아!”
병원으로 들어가면서 아들의 이름을 부른다.
남편의 모습을 본다.
“우리경환이 어디 있어요?”
“침착하시오.
이제 겨우 정신이 돌아오긴 했지만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소.“
”뭐라고요?
그럼 의식이 깨어났어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인가요?“
”의사 말로는 본인 스스로가 삶에 대한 애착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오.
본인이 살고자 하는 의욕이 상실했다는 것이오.“
“아, 어떻게 그럴 수가?”
윤경선은 몸을 비틀거리며 아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경환아!
엄마다, 엄마를 알아보겠어?“
그러나 경환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서 모든 삶의 의욕이 상실했다는 소견이다.
“경환아!
그럴 리가 없어!
아빠와 엄마가 이렇게 너를 지키고 있는데 네가 그럴 리가 없다.
이렇게 너무 심하게 아파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아파한다는 말이더냐?“
윤경선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다.
경환은 간신히 주사기에 의지해서 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다는 듯이 눈동자는 거의 풀어진 상태다.
“무엇이 이 환자를 이토록 극심한 스트레스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을 풀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깨어나기를 원치 않고 있습니다.“
의사의 말에 장사장과 윤경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는 두 부부다.
“경환아!
너는 이겨낼 수 있어!
엄마를 바라봐!
엄마도 너처럼 많이 아파!
허지만 우리 먼 훗날을 생각해서 이 아픔을 견디어 내자. 응?“
장사장은 그런 아내를 무심한 듯이 내려다본다.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장사장이다.
후손을 생각한다고 하나뿐인 아들을 잃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아들인가?
대가 귀한 집의 몇 대로 내려오는 외동아들이다.
귀하고 귀한 하나뿐인 아들이다.
그런 아들이 너무나 심하게 아파하고 있다.
자신들의 욕심을 버려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장사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아들이 이겨내기를 바라고 있는 아내가 답답하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