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살고 싶다 ... 3회
김인수는 아내가 가출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굳이 찾으려 노력을 하지도 않는다.
잠깐씩 집에 들려 아이들의 식량을 가져다주고는 이내 집을 나와 버린다.
이제 더 이상 집에 있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아내가 있을 때는 자신의 모든 울화를 아내를 구타하는 것에 터트려 버리곤 했다.
아내가 무슨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그 모든 잘못들이 자신에게 있었다.
어느 정도 돈을 손에 쥐었을 때 이 고장을 떠나야만 했다.
자신의 출생을 모르는 곳으로 가서 가족들을 데리고 살았더라면 지금의 이런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아내의 말대로 밭이나 논이라도 사 두었더라면 아무리 불이 난다고 해도 날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인수는 가족들을 호강시키면서 농사일을 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김인수는 은행도 믿을 것이 되지 못한다는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믿는 것은 오직 자신의 두 주먹과 능력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소를 사지 않은 모든 현금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강한 자부심만 가지고 있었다.
수많은 도둑들과 맞닥트려도 단 한번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주먹으로 물리친 사람이다.
언제나 그의 수중에는 많은 돈들을 지니고 다니곤 했다.
소들을 사러 다닐 때도 그렇고 소를 팔고난 후에도 언제나 그의 허리춤에 찬 전대에는 많은 돈들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건달들과 도둑들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 한사람 김인수를 이겨낸 사람은 없다.
덩치도 크기도 하지만 힘도 장사인 그는 주먹 또한 강한 사람이다.
김인수는 무서울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김인수는 현금을 집에 둘 수가 있는 배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날리고 난 김인수는 세상을 살아갈 기력과 용기를 잃고 만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서 날리는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견디기 힘들다.
사람처럼 살고 싶었던 김인수였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보통의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면서 멸시를 받고 자랐던 어린 시절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던 것이다.
김인수는 차라리 아내가 집을 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의 가족 모두를 죽이고 자신도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김인수는 우시장의 근처에도 나가지 않는다.
그저 돈이 생기는 대로 모두 술을 마시고 취해야만 모든 것을 잊을 수가 있다.
자신의 내부에 싸인 모든 울화를 삭힐 수가 없다.
김인수는 아내를 구타를 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아내였다.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자신의 매를 그대로 맞아주는 아내가 너무나 싫다.
반항이라도 하면 자신의 매질도 멈출 수가 있을 것만 같은데 아내는 아무런 반항이나 저항도 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내 맡기는 것이다.
김인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아내를 구타했다.
아무런 느낌도 없고 아무런 의식도 없이 손에 잡히는 그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고 아내의 작은 몸을 향해서 마구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가 집을 나간 것을 알고 난 김인수는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기도 했다.
가끔씩 아이들을 위해서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나름대로 아이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아홉 살 밖에 되지 않은 지영은 두 동생을 데리고 밥을 해 먹고 빨래를 한다는 것이 무리였다.
옆의 순이네 할머니에게 불을 때고 밥을 하는 것을 배우기는 했으나 어린 고사리 손으로 하기엔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더구나 지태는 거의 매일처럼 오줌을 싸고 있었다.
어린 지영은 새벽에 동생의 오줌을 누이는 것을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새벽에 일어나려 하지만 잠이 들어 버리면 아침이 되어야만 눈을 뜨게 된다.
방안의 이부자리는 지태의 오줌으로 인해서 찌린내가 진동을 한다.
엄마가 없는 한 달 사이에 벌써 삼남매는 완전한 거지꼴이 다 되어버린 것이다.
지영은 더 이상 냄새가 심한 이부자리를 덮을 수가 없었다.
어린 몸으로 이부자리를 빨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아침을 먹고 나서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 커다란 다라이에 물을 담고서 이부자리를 담근다.
엄마가 하던 것을 보아왔던 지영은 가루비누를 풀고는 발로 밟는다.
그러나 어리고 작은 발로는 아무리 밟아도 당해낼 재주가 없다.
“지원아!
너도 이리 들어와 이 누야랑 함께 하자!“
지영은 동생의 도움을 청한다.
둘은 열심히 이부자리를 빤다고 온 몸에 물을 뒤집어쓰면서 낑낑대고 있었다.
“야야아!
느그덜 시방 뭐 하는 것이냐?“
순이 할머니가 대문을 들어서면서 묻는다.
“지태가 매일 오줌을 싸기 때문에 냄새가 너무 나서 빨고 있는기라요.”
“그래?
안즉까정 오줌을 싸면 어야노?“
“새벽이면 엄마가 오줌을 뉘었는데 엄마가 없으니까........”
“누부야가 일어나 뉘면 안 되겠나?
허기사 어린 니가 새벽에 잠이 퍼뜩 깨지겠나?
그랴몬 저녁을 먹고는 지태한테 물을 한 방울도 마시지 말게 하그라!
물을 마시지 않으몬 오줌도 마렵지 않을 것이구마!“
순이 할머니의 마음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이 집에 아무도 들여다 보아주는 사람도 없다.
근처에 집안이 번성하게 살고 있어도 태어난 몸이 다른 첩의 씨앗들이라고 아예 본 척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는 터였다.
돈이 있어 제법 잘 살 때는 너도 나도 아쉬운 소리를 하려고 드나들곤 했지만 집안이 화를 당하고 나서부터는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아침들은 묵었나?”
“네!”
두 아이는 합창이나 한 듯이 대답을 한다.
“그래도 느그 아비가 양식을 잊지 않고 가져다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구마!”
순이 할머니는 아이들이 행여나 굶으면 어쩌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것이었으나 설사 아이들이 굶는다 해도 당신의 실팍한 살림으로 도와 줄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지영이가 아궁이에 불을 때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빨래를 하는 것과 이런 저런 집안일을 손수 가르치는 순이 할머니다.
다행히 지영은 순이 할머니가 가르쳐 주시는 대로 곧잘 따라 하는 것이다.
지영은 엄마가 집을 나간 이후에 학교를 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동생들 걱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학교엘 가면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는 것이 더 싫었다.
겨우 초등학교 이학년도 다 배우지 못한 지영이다.
공부를 하는 것 보다 지영이에게 더 필요한 것은 동생들과 살아가는 일이 더 시급했다.
불이 나기 전에는 연탄아궁이에 연탄을 피우고 살았으나 그것은 본채가 모두 불에 타서 없어진 집이고 이 아래채에는 나무만 때는 아궁이만 있을 뿐이다.
설사 연탄을 때는 아궁이가 있다고 한들 연탄을 살 형편도 되지 못했기 때문에 엄마도 나무를 가지고 밥을 하곤 했던 것이다.
이제 날씨는 제법 쌀쌀해진 깊은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부자리를 대충 빨아서 널어놓고는 지영은 동생 지원을 데리고 뒷산을 땔감을 마련하려고 집을 나선다.
“누야!
엉아!
빨리 와야 한데이!“
아직 어린 지태를 혼자 집에 남겨 놓고 나서는 길이다.
“그래!
빨리 갔다가 올 테니까 울지 말고 얌전하게 기둘리고 있어야 한데이.“
지원은 동생을 돌아보면서 형답게 의젓하게 대답을 한다.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삭정이와 잔가지들을 모아서 끌고 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개를 질 수 있는 나이들도 아니고 아직까지 한번도 그런 험한 일들을 해본 아이들도 아니었다.
어떤 나무의 잔가지를 해야 잘 타는지 알 수도 없는 아이들이다.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주워 모아서 가지고간 끈으로 묶어서 둘이서 들고 오는 것이 고작이다.
몇 번을 그렇게 집과 뒷산을 왕복해야만 겨우 밥을 지을 정도의 나무를 모아올 뿐이다.
“누야!
이래가지고 겨울에 얼어 죽지 않을지 모르겠다.“
“휴!”
지영은 긴 한숨만 새어 나온다.
“아버지가 오면 말을 해야 안 되나?”
“알았다!
이 누나가 말을 할 테니 걱정 말그라.“
지영도 아버지한테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행히 그해 겨울은 아이들의 말을 듣고 난 김인수는 하루 종일 옷을 벗어부치고 나무를 해서 아이들이 때기 좋게 자르고 부엌에 쌓아 놓아준다.
자칫하다가는 아이들을 얼어 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제 정신이 돌아온 그였다.
몇 번을 그렇게 나무를 해서 부엌에도 마당에도 나무를 쌓아 준다.
지영과 지원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리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자신의 마음도 자신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술만 마시고 나면 집도 아내도 아이들도 모두 잊고 마는 김인수다.
그렇다고 아내가 돌아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도 아니다.
차라리 아내가 이대로 영원히 자신의 곁에서 떠나기를 바라고 있는 김인수다.
자신의 업보에서 아내를 떼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바보처럼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횡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내의 모습이 무섭기까지 했던 김인수였다.
깊은 겨울이 되자 김인수는 잠시 집에 머문다.
지영을 대신해서 부엌에 가서 밥도 하고 아이들에게 생선을 사다 구워 먹이기도 하면서 아버지로서 아이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순이 할머니는 그런 김인수를 보자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시면서 마음을 놓는다.
“하모!
지 새끼인데 모른 척하지는 않는다.
호랑이도 지 새끼는 안 잡아 묵는다.“
“아버지!
봄이 되면 지도 다시 학교엘 가도 되능교?“
지영이 마음이 편해지자 다시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묻는다.
“그래!
지영이도 학교에 다시 다니고 우리 장남도 학교에 입학을 해야제!“
“우와!
누야!
그라몬 지태는 혼자서 우짜노?“
지원은 학교를 다닌다는 말에 좋아하면서 동생 걱정이 앞선다.
“걱정 말그라!
이자는 봄이 되면 엄마가 집에 올끼다.“
지영은 아버지가 다시 옛날의 다정했던 모습으로 돌아 왔으니 당연히 엄마도 돌아 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정말이가?
누부야!
지금 누부야 말이 참말이가?“
“그래!
이 누나가 은제 거짓뿌렁을 한 적이 있나?“
“그라몬 우리 다시 옛날처럼 그렇게 살게 되는 거이가?”
“그리 될끼다!
엄마만 돌아 오믄 다시 옛날처럼 행복하게 살 수가 있는기다.“
지영과 지원을 한껏 꿈에 부풀어 있었다.
아버지는 이제 다시는 자신들을 버리고 집을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해서 아이들의 표정은 밝아져 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태도 오줌을 싸지 않고 자다가 일어나 오줌을 누는 습관이 되었다.
아버지의 품안에서 잠이 드는 어린 지태는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김인수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품어 안고 잠이 든다.
이대로 아내만 돌아와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지만 이내 자신의 머리를 도리질을 한다.
아내가 눈앞에 있다면 지금의 자신이 또 다시 변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부지!
언제 봄이 오능교?“
어린 지태의 물음이다.
“안적도 봄은 한참 더 기둘려야 오니라!”
“엄마가 보고 잡다!”
“엄마가 그리 보고 잡나?”
“가서 아부지가 엄마를 델꼬 오면 안 되나?”
“봄이 오면 아부지가 엄마를 델꼬 온다고 안 했나?
그라니 춥은데 아버지가 갈 것 없다.“
“참말이제?
아부지가 꼭 엄마를 델꼬 와야 한데이!“
“오야!”
김인수는 어린 지태를 품에 꼭 안아준다.
어린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자신이 다시 정신을 차려야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자신의 마음도 마음대로 되어주지 않는다.
김인수는 봄이 되면 어린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아내를 찾아보리라 마음을 먹어본다.
따로 갈 곳이 있는 아내도 아니다.
친정이라고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쉴 곳도 없는 아내였다.
대 도시 어느 곳에서 마음고생 몸 고생을 하고 있을 아내였다.
평생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던 자식들의 엄마였고 자신의 반쪽이었다.
김인수는 겨울이 점점 깊어가고 있음을 생각하고 자신의 마음도 이처럼 얼어붙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어간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관심이 없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 어떤 것에도 삶의 의무를 부여할 수가 없는 마음이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잡아 보려고 어린 자식들 곁에서 이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든 것도 어린 자식들이 어미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에 안쓰러움을 느끼면서였다.
그렇게 김인수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 긴긴 겨울 어린 삼남매를 품어 안은 어미 닭처럼 웅크리면서 심하게 갈등하고 몸살을 앓고 있는 그의 모습이다.
그가 토해내는 깊은 한숨과 진한 담배연기만이 방안을 자욱하게 맴돈다.
그해 겨울 그렇게 점점 깊어져만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