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랑은 진짜 말 그대로 “당근하다가” 알게 됐습니다.
30대 초반 여자고요, 작년에 결혼한 지 이제 딱 1년 됐어요.
제가 자취방 정리하면서 안 쓰는 전자레인지랑 의자, 잡동사니들 당근에 올렸거든요.
그중에 조립식 책상이 하나 있었는데, 무겁기도 하고 혼자 들기 힘들어서
“직접 가져가실 분만 거래 가능”이라고 써놨어요.
그 글에 채팅이 몇 개 왔는데,
지금 남편이 “혹시 어느 층이신가요? 엘리베이터 있나요? 제가 친구랑 같이 들고 갈게요”
이렇게 정중하게 메시지를 보내더라고요.
말투가 좀 유난히 예의 바른 느낌이긴 했어요.
당일에 두 명이 온다고 해서 현관 앞에서 기다렸는데,
친구는 그냥 들고만 도와주고 금방 가고,
남편은 계산하고 나서 “혹시 이거 어떻게 조립하면 되는지 아시냐”고 물어보길래
제가 설명해주다가 괜히 “유튜브에 영상 많아요 ㅎㅎ” 이러면서 웃었어요.
거기서 끝났으면 그냥 평범한 당근 거래였을 텐데,
다음 날쯤에 다시 채팅이 오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어제 책상 가져간 사람인데요.
혹시 모르고 빠뜨린 나사가 있는데 집에서 발견해서요. 따로 전달해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그래서 나사도 아닌데 또 얼굴을 한 번 더 보게 됐어요.
그때는 나사 얘기 2분, 잡담 10분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날 이후로도 가끔 당근 채팅으로
“책상 잘 쓰고 있습니다”
“이사 준비 잘 되고 계세요?”
이런 식으로 짧게 안부 주고받다가,
제가 이사한 동네가 남편 회사랑 가까운 쪽이라
“그럼 커피 한 잔이나 사 드릴게요” 하면서
당근 → 카톡 → 카페 → 진짜 만남으로 이어졌습니다.
웃긴 건, 처음에는 둘 다
“우리가 이렇게 만난다는 걸 주변에 뭐라고 설명하지?” 이게 제일 고민이었어요.
당근에서 만났다고 하면 다들 장난치는 눈빛으로 “사기 당한 거 아니야?”부터 물어보더라고요.
지금은 그냥 솔직하게 말해요.
“이사하면서 짐 정리하다가 책상 하나 팔았는데, 그 책상이 지금 남편 집에 있고요.
덤으로 남편까지 같이 데려간 셈이에요.”
물론 그런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뒤로 만난 기간 동안 서로 잘 맞는지 충분히 확인했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도 정석대로 드리고 결혼까지 온 거고요.
그냥 작은 인연 하나도,
어떻게 이어지느냐에 따라 여기까지 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해서 써봤어요.
혹시라도 당근에서 예의 바르게 채팅 오는 사람 있으면,
완전 사기꾼 취급만은 하지 마세요… 진짜 인연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