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시작]
Q: (웃음) 크리스마스 특별 인터뷰로 대표님과 인터뷰를 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대표님, 정말 놀랍군요. 창업 3년 만에 나스닥 상장이라니. 많은 청년들이 대표님을 롤모델로 꼽는 이유가 있어요. 비결이 뭔가요? 운? 아니면 노력?
A: 글쎄요… 하하, 사실 운이 매우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요. 세상은 항상 제 중심으로 도는 것 같았거든요. 항상 어떤 패턴이 보였어요. 위기일 때는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보였고, 어려울 땐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나타나더군요.
Q: (동경 섞인 눈빛)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긴 어렵겠죠. 대표님께는 이 세상이 참 즐거울 것 같네요.
A: …
(잠시 침묵.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소리)
A: 요즘 인터뷰를 하면 사업 얘기보다 다른 얘기를 더 하고 싶어지더군요. 제가 요즘 꾸는 꿈 때문인가 봅니다.
Q: 꿈이라니 흥미롭네요. 스트레스가 많으신가 봐요?
A: 아뇨, 악몽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느 날부터인가 반복되는 얼굴들이 보이더군요. 출근길 횡단보도에서 마주친 성별 모를 중절모 노인이, 점심때 회사 로비에 앉아 있고, 저녁에는 제 펜트하우스 앞 공원을 산책하고 있더군요. 처음엔 스토커인 줄 알았죠.
Q: (농담조로) 신고는 안 하셨나요?
A: (나직하게 웃으며) 정말 꿈속에서 하려고 했어요. 전화까지 했죠. 통화음이 연결되는데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며 전화를 끊었어요. 뭐랄까, 뇌 속에서 엔돌핀이 왈칵 쏟아지는 느낌? 그 노인은 이 지루하고 완벽한 세상의 '버그' 같았거든요. 저는 깨달았죠. 아, 나는 또 무엇인가에 선택받았구나.
Q: (가벼운 웃음) ...
A: 그래서 언젠가 그 노인을 따라갔습니다. 압구정 한복판이었는데, 노인이 골목을 하나 돌자마자 공기가 바뀌더군요. 분명 서울이었는데, 갑자기 습도가 훅 올라가고 바닥이 울퉁불퉁한 코블스톤으로 변했어요. 냄새도 났어요. 아주 오래된 치즈 냄새 같기도 하고, 썩은 꽃 냄새 같기도 한…
Q: (흥미로운 듯한 목소리) 그래서 계속 따라가셨나요?
A: 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어릴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죠.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어요. 아 나는 선택받았구나. 내 인생은 항상 옳은 방향으로 흘러갔으니까요. 저는 홀린 듯 계속 노인을 따라갔고, 노인은 낡은 나무 문으로 들어갔어요. 저도 따라 들어갔습니다.
(잡음이 섞이기 시작함. 웅웅거리는 낮은 주파수음)
A: (딱딱한 표정)기자님, 그런데 그 손잡이의 감촉이 어땠는지 아세요? 차가운 금속이 아니었어요. 따뜻하고... 말랑했습니다.
(의자가 거칠게 밀리는 소리. A의 호흡이 거칠어진다)
A: 문을 열자마자... 빛이 쏟아졌어요. 그리고 깨어났습니다. 마치 아주 긴 꿈에서... 깬 것 같았죠
(기이하게 떨리는 눈동자, 목소리가 격양됨)
A: 눈을 떴는데, 제 몸이 끈적한 젤리 같은 액체 속에 갇혀 있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끝이 보이지 않았어요. 하늘은 붉은 빛… 아니, 붉은 빛이라고 생각했던 건 벽이었습니다. 살아있는 듯한, 살점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벽. 그 벽에서 뻗어 나온 수많은 촉수들은 무언가를 공급하듯 꿈틀거렸고, 제 주변엔 수만 개의 투명한 알이 박혀 있었어요.
Q: (당황하며) 잠깐, 잠깐만요! 대표님?
A: 기자님은 어릴 때 개구리알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호수에 있는 수많은 개구리알… 그 끈적한 막 안에 사람들이 들어있었어요. 다들 뼈만 앙상하게 남아서... 비쩍 마른 채로...
Q: ...
A: 그들의 정수리엔 벽에서 이어진 촉수가 박혀 있었어요. 그것은 무언가를 계속 꿀렁꿀렁 머릿속으로 쑤셔 넣고 있더군요.
Q: 아니 도대체 지금 무슨...
A: 저는 너무 역겨워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일어나려고 노력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죠. 온몸에는 근육 하나 없고, 배만 볼록 나와있더군요. 저도 모르게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참아보려고 했지만 참을 수 없었어요.
(비릿한 액체가 쏟아지는 소리, 컥, 컥 거리는 거친 숨소리)
A: 제 몸에서 나온 건 토사물이 아니었어요. 손바닥만 한... 수많은 다리가 달린 검은색 유충이었어요. 그게 제 입 밖으로 튀어나와 바닥을 기어 다니며 끽끽거리는 소리를 냈어요. 그러자 세상이 울리듯 낮고 기괴한 진동이 들렸죠. 환희 같기도 하고, 비명 같기도 한…
Q: (무표정하게 응시함)
A: 하하… 꿈을 꾸는 것 같았어요. 무슨 액체인지도 모를 것들이 눈과 코와 입에서 쏟아지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알 속에 갇힌 얼굴들이 그제야 보이더군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죠. 저희가 출근길에 마주치는 그런 사람들이요.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살점에서 무언가가 나오더니… 내 몸에서 나온 것을 다시 내 입에 쑤셔 넣었어요!!
(A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높아짐)
A: 그것은 기도를 타고 위를 넘어 내 복부 어딘가에 다시 자리 잡았죠. 홀쭉해진 배는 다시 불룩 튀어나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저는이끔찍한세상에서제발저를구해달라고제가아는모든존재에빌어봤지만어쩌면이건저주가아닌축복일수도있을것같다는생각이문
(무언가 둔탁하게 부딪치는 소리. 비명에 가까운 짧은 신음. 지직거리는 노이즈)
(잠시 후, 다시 평온한 배경음악이 흐른다)
Q: 대표님? 괜찮으세요? 깜빡 조신 것 같은데요.
A: (멍한 목소리) ...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딴생각을 했나 보네요. 무슨 얘기 중이었죠?
Q: 성공의 비결에 대해 말씀하고 계셨어요.
A: 아, 그랬죠. 패턴... (잠시 침묵) 네, 패턴이 중요하죠. 세상은... 정말 저를 위해 완벽하게 짜여 있거든요.
(이어지는 평범한 인터뷰와 평범한 성공의 이야기)
——
[녹취 종료]
Q: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사진 촬영 준비할까요?
A: 네, 좋습니다. 그런데 에디터님.
Q: 네?
A: 오늘 처음 뵙는데, 어쩐지 본 것 같네요. 며칠 전... 꿈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