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밤,
트리 앞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그 소원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어린아이의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눈 내리는 밤이면 트리 앞에 모인다.
“장난감이 갖고 싶어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요.”
“과자를 배부르게 먹고 싶어요.”
아이들은 웃으며 자기 행복을 빌었다.
마을의 어느 놀이터-
하얀 눈이 세상을 덮고, 숨결은 공기 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진다.
“작년에 장갑을 빌었는데 진짜 베개 옆에 있었어!”
“나도! 초콜릿이 있었어!”
그때, 한 소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도… 나도 있었어.”
“시끄러워.”
퍽.
소년의 얼굴이 옆으로 꺾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맞아온 듯, 얼굴에는 겹겹의 멍이 남아 있었다.
“네 얘긴 안 궁금해.”
소년은 아무 말 없이 눈 덮인 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갔다.
가슴 깊은 곳에서, 차갑고 무거운 감정이 조용히 자라나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소년은 다시 맞았다.
“어딜 싸돌아다니다 왔어!”
퍽.
“청소부터 해!”
“죄송합니다….”
소년은 말없이 빗자루를 들었다. 바닥을 쓸며, 내일 밤을 떠올렸다. 이번엔… 제대로 빌 거야.
크리스마스이브 밤.
부모는 외출했고, 소년은 혼자 부엌에 섰다. 냄비에서 김이 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소년은 중얼거렸다.
“응… 그 소원이 좋겠어.”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밤. 소년은 마당의 나무 앞에 섰다.
눈이 쌓인 가지가 바람에 삐걱거렸다.
“제 소원은….”
소년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전부 죽었으면 좋겠어요.”
눈은 조용히 떨어졌고, 트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년은 만족한 얼굴로 방으로 돌아가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소년의 베개 옆에는 둥근 것이 두 개 놓여 있었다. 붉은 액체가 시트를 적시고 있었고, 눈은 공포에 질린 채 굳어 있었다. 소년은 한참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환하게 웃었다.
“이뤄졌어.”
그날 밤부터였다. 마을 어딘가에서 쇠가 긁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끼이이이익—”
정리되지 않은 긴 수염, 피로 젖은 붉은 옷, 머리를 담은 보따리를 끌며그것은 밤마다 마을을 돌아다녔다.
다음 날,
머리가 발견되었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사람들은 문을 잠그고, 불을 끄고, 숨을 죽였다. 아이들은 잠들기 전 부모의 얼굴을 확인했고 부모는 아이의 숨소리를 세어 보았다. 그렇게 공포가 일상이 되었을 무렵,
다시 크리스마스 밤이 찾아왔다.
트리 앞에 한 아이가 섰다.
그 아이는 밤마다 들리던 쇠 긁히는 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제 소원은….”
아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 괴물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다음 날 아침.
마을 한가운데에서 아이의 머리가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머리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쇠 긁히는 소리도, 보따리를 끄는 흔적도 사라졌다. 사람들은 안도했고, 축제를 열었다. 서로에게 말했다.
“끝난 것 같아.”
“이제 정말 괜찮아.”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처음 그 소원을 빌었던 아이의 집에 불이 켜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 아이는 더 이상 학교에도, 길거리에도, 트리 앞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그 아이가 사라지자 함께 사라진 것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머리가 발견되던 밤들을 멀리서 지켜보던 아이가 있었다.
눈이 질린 얼굴들, 각각 다른 표정의 머리들. 그것을 몰래 바라보는 시간이어느새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머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밤은 지나치게 조용했고, 마을은 지나치게 평온했다. 그 아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실감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크리스마스 밤이 찾아왔다.
트리 앞에 선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말했다.
“제 소원은….”
“사람들의 머리를 다시 보고 싶어요.”
그날 밤,
쇠가 긁히는 소리가 다시 마을을 울렸다.
어느 집의 지하 창고.
소년은 웃고 있었다. 눈앞에는 피범벅이 된 머리가 놓여 있었다.
"작년에 보았던 머리들이 하나같이 다 웃긴 거 있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아서 슬펐는데 고마워 덕분에 즐거워!"
쇠가 긁히는 소리, 정리되지 않은 긴 수염, 피로 젖은 붉은 옷, 머리를 담은 보따리를 든 그것은 소년의 옆에서 그를 바라보며 뒤틀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매년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