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50대의 나야.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늘어난 눈가 주름과 희끗희끗해진 머리칼을 만지는 게 아직도 가끔은 문득 낯설게 느껴지곤 하지? "내가 벌써 50대라니" 하며 찾아오는 쓸쓸함에 마음이 허해질 때가 있어서, 치열하게 살아온 나를 다독이며 이 글을 써 내려가 본다.
돌아보면 정말 정신없이 달려온 삶이었어.
20대의 길목에서 IMF라는 유례없는 거센 풍파를 온몸으로 맞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격변하는 디지털 전환기를 발버둥 치며 따라잡아야 했잖아. 직장에서는 까다로운 위 세대와 개성 넘치는 아래 세대 사이에 끼어 숨죽이고, 가정에서는 내 부모의 노후와 내 자식의 미래를 동시에 짊어지느라 내 젊음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몰랐을 거야. 참 치열했고, 눈물겹게 버텨왔다. 정말 고생 많았어, 나 자신.
세상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문득 외롭다고 느껴질 때면, 잠시 가만히 눈을 감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서정적인 아날로그의 시절을 떠올려 봐.
노을이 길게 내려앉은 골목길,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숨바꼭질을 하다가 "얘들아, 밥 먹어라!" 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흙 묻은 손을 털고 집으로 뛰어가던 그때 그 저녁.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문세와 신해철의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하며 밤을 지새우던 시간들, 첫사랑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기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던 공중전화 부스 앞, 밤새 ‘치-익 삐-’ 소리를 내던 PC통신의 파란 화면이 여전히 생생하잖아.
비록 지금처럼 풍요롭지는 못했어도, 낭만 하나만큼은 참 뜨거웠던 그 시절 가슴속에 품었던 꿈과 순수함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 주름진 내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따뜻한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지.
지금 50대라는 고개를 넘어가면서 마음이 조금 복잡하고 현실적인 고민들이 어깨를 누르기도 해. 자식들은 이제 품을 떠나 저만의 길을 가고, 부모님과의 이별은 점점 가까워지며, "앞으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남은 인생은 어떻게 채워야 할까" 하는 생각들이 많아지는 시기이니까.
하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어. 나는 삶의 가장 거친 파도를 다 겪어내고 당당하게 이 자리에 선, 아주 단단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니까.
이제는 세상을 향해 쏟았던 시선과 에너지를 조금은 거두어, 오롯이 나 자신을 돌보는 데 썼으면 좋겠어. 흐릿해진 눈에 서글퍼하기보다 세상을 더 깊이 보게 되었음을 인정하고, 몸에 좋은 것도 잘 챙겨 먹고, 좋은 사람들과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누리는 거지. 치열했던 전반전을 멋지게 완수한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
내 안에 여전히 숨 쉬고 있는 청춘의 기억들을 품고, 이제 시작된 인생의 가장 품격 있고 아름다운 후반전을 온 마음으로 응원해.
힘내자, 나의 멋진 5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