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하던 날이 있었다.
아침이 와도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 것 같은 날, 세상 한가운데에 홀로 툭 던져진 기분으로 서 있던 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누구에게 기대야 할지도 알 수 없어 그저 가만히 숨만 쉬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날들의 공기는 유난히 무거워서, 발걸음을 떼는 일조차 작은 결심이 필요했다.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고, 이유 없이 눈물이 고이던 밤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버텨낸 하루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버티는 일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버티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렀고, 계절은 바뀌었고, 나도 조금씩 앞으로 밀려나고 있었다는 것을. 버티면 살아진다는 말이, 그때서야 조용히 이해되었다.
외로움도 그랬다. 처음에는 커다란 파도처럼 몰려와 나를 삼킬 것만 같았지만, 버티며 서 있자 파도는 조금씩 잦아들었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함께 걷는 그림자처럼 조용히 옆에 머무는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다시 말해본다.
버텨보자고.
혼자라도 괜찮고, 함께라면 더 좋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걷게 된다면 따뜻할 것이고, 혼자 걷게 된다면 그 나름의 단단함이 생길 것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결국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테니까.
지금 이 순간도 버티고 있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버티는 하루는 결코 헛되지 않다고.
버티는 시간은 결국 삶이 된다고.
그러니 오늘도, 우리 조금만 더 버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