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현과 한서우는 주니어 시절부터 주목받던 최고의 유망주였습니다. 이현은 자로 잰 듯한 정확한 아이언 샷과 어떤 위기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강인한 멘탈을 가진 선수였고, 서우는 본능적인 감각과 폭발적인 장타력으로 필드를 지배하는 천재형 선수였습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과 전지훈련장을 오가며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습니다. 매일 새벽 안개를 헤치며 함께 그린을 돌았고, 물집이 잡혀 터진 서로의 손에 테이핑을 해주며 위로를 건넸습니다.
서우의 거침없는 고백에 이현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독하리만큼 외롭고 치열한 골퍼의 길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유일한 안식처이자 서로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끄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적어도, 거대한 자본과 야망이 그들의 순수했던 그린을 뒤흔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2. 야망의 덫과 비정한 배신
두 사람의 비극은 대기업 SG그룹이 매년 단 한 명의 선수에게만 전폭적인 메인 스폰서십과 미국 PGA/LPGA 투어 진출권을 보장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최종 기준은 다름 아닌 이번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의 성적이었습니다.
서우의 가문은 대대로 골프 명가였지만, 최근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전고를 겪고 있었습니다. 당장 이번 선발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대기업의 후원을 받지 못하면 서우는 골프채를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었습니다. 반면 이현은 오직 실력 하나로 밑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온 흙수저 출신이었기에, 이번 기회가 인생을 바꿀 유일한 열쇠였습니다.
선발전 마지막 날, 운명의 장난처럼 두 사람은 챔피언 조에서 공동 선두로 맞붙게 되었습니다.
사단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일어났습니다. 서우의 티샷이 깊은 러프에 빠졌고, 공을 찾던 서우는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슬그머니 공의 위치를 치기 좋은 곳으로 옮겼습니다. 명백한 '라이 개선' 반칙(페널티)이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각도도 비껴간 그 순간을, 바로 옆에서 동반 플레이를 하던 이현의 눈만큼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현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서우를 바라보았습니다. 서우의 눈빛은 격렬하게 흔들렸지만, 이내 독기로 가득 찼습니다. 서우는 나지막이 속삭였습니다.
사랑과 스포츠맨십의 기로에서 이현은 깊은 고뇌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정직하게 바쳐온 골프였습니다. 이현은 끝내 고개를 저었고, 경기 마커에게 서우의 반칙을 조용히 알렸습니다.
결국 서우는 벌타를 받고 무너졌으며, 이현은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 자격과 SG그룹의 스폰서십을 모두 거머쥐었습니다. 그날 이후, 서우는 이현의 연락을 모두 차단한 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현에게는 승리의 영광 뒤에 잔인한 배신의 상처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