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희랍어시간>
말을 잃어버린 여자, 눈이 멀어져가는 남자의 이야기.
희랍어시간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눈이 멀어져 가는 남자는 사라져가는 고대어, 희랍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말을 잃어버린 여자는 그 사라져가는 언어를 배우는 사람이다.
두 사람의 관계 설정과 놓여진 상황이 묘하게 교차하고 만나는 지점을 통해 ‘진짜’ 보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진짜‘ 말 하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소설은 여자와 남자의 시선이 교차하며 나아가는데, 특히 남자가 자신과 가까운, 또 한때 가까웠던 사람들에게 쓰는 편지글들은 그 묘사가 너무 아름답고 애틋해서 마치 한 편의 슬프고 아름다운 시를 읽는 듯 했다.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보고 있는 남자와 한마디도 말 하지 못하지만 수 많은 말을 담고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 사라져가는 언어들 사이로 그들이 주고 받는 소리없는 이야기 속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을 멈춘다. 다시 보고, 다시 말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