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가에 나란히 놓인 홍콩야자와 보라달개비를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왕유자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이 떠오른다. 홍콩야자의 초록 잎은 마치 곡의 부드러운 선율과 닮아 있다. 여러 갈래로 펼쳐진 잎들은 피아노의 음표처럼 차례차례 이어지며 편안한 리듬을 만들어 낸다. 바람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잎이 흔들리며 조용한 음악을 연주하는 것 같다. 그 옆의 보라달개비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 준다. 깊고 진한 보랏빛 잎은 라흐마니노프 음악 속에 숨어 있는 열정과 닮아 있다. 조용히 서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강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피아노가 낮은 음에서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내는 순간과도 같다. 특히 이 곡의 18번째 변주를 들을 때면 두 식물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선율은 홍콩야자의 싱그러운 초록빛과 어우러지고, 감미로우면서도 깊은 감정은 보라달개비의 신비로운 색깔과 닮아 있다. 초록과 보라, 밝음과 깊음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풍경을 완성한다. 나는 가끔 창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식물들을 바라본다. 말없이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지만 음악과 함께할 때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홍콩야자는 평온함을, 보라달개비는 열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은 그 둘을 하나로 이어 준다. 그래서 이 작은 창가의 풍경은 단순한 화분 두 개가 아니다. 그것은 음악과 식물이 함께 만들어 내는 작은 정원이며,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마음을 쉬어 갈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잔잔한 수필하나를 읽은 느낌입니다ㅡ 감사합니다
달개비가 신비롭고 예쁘네요 홍콩야자와 조합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