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짐을 챙겼다. 무작정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한다. 특별한계획이 없으면 주변 드라이브라도 간다. 일주일을 충전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난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 ,오일장등 숨은 명소까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이면 해마다 광양 매화마을을 찾는다. 매해가도 매화꽃으로 뒤덮인 온천지가 너무 아름답다. 그렇게 시작하여 주말이면 남편이나 동생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내가 은퇴하기 전 지방에서 근무하던 남편이 근로자의날 전날 회사로 마중을 왔다. 여행을 가자고 했다. 나는 오랜 직장 생활로 인해 다리 관절염을 앓고 있어 무릎에 찬 염증 물을 뺐을 때였다. "나 이렇게 다리 아픈데 어떻게 가" 했더니 남편은 자기가 업고라도 다닌다고 가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평소 가보고 싶었던 전라도 변산반도로 떠났다.
진안 마이산을 거쳐 변산반도로 갔다. 다리가 아파서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어떻게 가는데 내리막에서는 앞으로 바로 내려 올 수가 없어서 거꾸로 내려와야만 하는데도 가자고 할 때 떠나야지 못 갈 것 같아 따라나섰지만 맘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남편은 혼자서 신났다. 그래도 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좋았다. 채석강에 도착해 희귀한 바위들을 보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난 쳐다만 보고 있어도 좋았다."자기야 난 여기서 바닷바람 쐬며 있을 테니 자기는 한 바퀴 돌고 구경하고 와"하고 나를 커다란 바위 위에 앉혀놓고 남편은 채석강 탐사를 나갔다. 책에서만 보고 말로만 듣던 채석강에 직접 가서 앉아 있으니 너무 좋았다. 비록 다리가 아파 암석을 만져보지는 못했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채석강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날씨도 우릴 도와 구름한 점 없이 맑았고 깨끗한 바닷물이 신선한 비릿함을 코끝으로 전해왔다. 철썩대고 일렁이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뻣뻣해져 오는 다리의 통증이 마음까지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남편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기를 들어 "자기야 왜 안와, 뭐 그리 구경할 게 많아 여기서도 다 보이는데"하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고는 핸드폰 카메라의 줌으로 당겨 남편을 찾았다. 바윗돌 사이사이를 탐색하는 양 하고 있었다. 갑자기 저 사람을 탐구 정신이 뛰어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철딱서니 없다고 해야 하나 생각했다. 아픈 나 혼자 두고 저리 신이 날까 싶다가도 그래 저 사람도 그간 맘대로 못 쉬었으니 잔소리하지 말자, 하고 참았다. 계단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멋진 인생 사진을 남기고 내려오는 길 약간 언덕길인데 무릎이 안 접혀서 뒤로 돌아서서 내려왔다. 남편이 위에서 거꾸로 내려가는 내 손을 잡아주니 무사히 다리도 불편하지 않게 내려올 수 있었다. 바닷가 언덕 위에 일몰 명소에서 해가 질 때까지 빨갛게 물드는 바다의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우리는 그곳을 떠나 숙소로 향했다.다음날 오는 길에 새만금 방조제에 들러서 멋있는 한 컷을 찍고 거닐다 보니. 아픈 다리도 신기하게 많이 나았다. 군산에 들렀을 땐 구경할 곳도 많았다. 군산은 일제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어 역사적 가치가 많은 곳이었다. 군산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여행지가 많은데 후회되지만 언젠가는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우리는 군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언제 다시 여기를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로 마주 보고 여행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한참을 말없이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여행을 다녀봤고, 비록 다리는 아팠어도 남편이 가자고 해서 무작정 떠났던 변산반도여행이 기억에 남는다. 다리는 절뚝거리고 남편을 지팡이 삼아 의지해서 다녔던 그날이 참 좋았다. 마치 다친 아기 새가 엄마를 잃을까? 날개를 꼭 잡고 기댈 걷듯 난 남편한테 그렇게 의지한 채 다녔다. 내 상황 때문에 제대로 구경도 다 못하고 온 것 같아 미안했다. 시간 나면 꼭 군산에 여행을 다시 올 거라는 약속을 하고 미련을 한 가득 남기고 왔다.내가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하는 곳이었다. 군산항을 비롯하여 주변으로 근대역사박물관도 가볼 만한 곳이며, 철길마을 등 관광지가 많고 교육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엄마가 생각났다. 삼십 대부터 일에 치여 사느라 관절염으로 고생한 엄마의 절뚝거림을 나의 모습에서 봤다. 내가 성인이 되어 고쳐드리려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하는 말 퇴행성관절염이 너무 오래되어 고치기는 어렵다고 했다. 꼬부리진허리 일을많이해서 제맘대로틀어진손가락마디마디,지팡이에 의지해 바닥만보고 몇걸음씩 걷던엄마.그나마도 지금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엄마도 여행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온몸을 못 쓰고 자식들에게 의지한 채 살고 있는 엄마, 거실 앞 화단 밭에 활짝 핀 할미꽃이 제일 예쁘다며 좋아한다.일주일마다 엄마한테 가서 있다가 올 때면 매번 이별 연습을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엔 집 앞 데크에 나가 봄 햇살을 맡는다. 엄마는 그곳으로 여행을 가는 걸까.여행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혼자 가도 좋고, 둘이 가면 더 좋다. 난 그렇다. 같이 갈 동행자가 있다는 것도 행복함이다. 마음을 여유롭게 해주고 많이 배우게 해준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