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배곧동서점입니다
- 초보 책방지기의 책방지키기
책방을 열었다. 첫날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혼자 책도보고, 글도쓰고, 그림도 그리고, “여긴 나의 작업실이야 괜찮아” 라고 생각하며 책방을 열었지만 책방문을 열고 작업을 하며 수시로 문을 확인한다. 지나가는 사람도 한사람 한사람 눈여겨본다. 여기로 들어올것 같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책방을 열기전 선배책방지기를 여럿 만나 “책방을 열려구요” 이야기기하면 “하고싶은건 해야죠” 라고 이야기하며 “돈은 안돼요” “아무도 안오는 날도 있어요” 라고 말한다. 추천은 안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하고있고, 이것저것 계획하며 즐기는 듯한 모습을 풍기고 있다. 아무도 안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말에 “괜찮아요 제 작업실인걸요 전 북적이는거 싫어해요” 라고 활짝 웃어보였지만 난 북적이는걸 좋아하나부다 아침부터 문을 열고 겨우 1시를 넘긴시간이었지만 “아니 왜 안들어와” 라며 혼자 화내본다 그렇게 정말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3시가 되고 아이 하원길에 나섰다 하! 이런건가 생각하며 또 괜찮아를 되뇌어본다 하루이틀이 지나고 주변 사장님들이 “문연거예요?” 하며 들어오신다 “개업떡은 언제해요? 문 연지도 몰랐네” 라고 하시는 말씀에 “책방이 원래 그런거예요” 라고 말했지만 원래 그런 책방말고 누구나 좋아하고 가고 싶은 책방을 만들고 싶은게 사실이고, 소리소문없이 열었지만 북적이고 싶었다 그리고 바로 개업떡을 주문했다 주변지인들도 “언제 여냐” “초대해줘라” “언제가냐” 라고 묻는다 난 조용히 시크한척 “그냥 여는거지 뭔 초대야” 라며 정색해보지만 언제 오나 기다리는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그림 작업하고 있던날 근처 부동산 사장님이 오셔서 수다를 2시간 떨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주변사장님들이 한 둘 들어와 묻는 말에 답하다 보니 또 기분이 좋아졌고 아이를 안은 신혼부부가 들어와 3시이후 나 없을때 매일 왔었다고 이야기하며 “오늘은 좀 일찍오니 사장님도 만나네요” 한다 기분이 좋은 나는 이것저것 내가 선택한 책들을 펼쳐보인다 아이들을위해 팝업북과 그림책도 많이 가져다 놓았지만 “이건 어른에게 더 좋아요” 떠들며 편하게 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난 북적북적한걸 좋아하는게 맞나부다 그렇게 신혼부부가 내가 추천한 책 한권을 결제했다 예쁘게 포장해주고 싶어 “시간없으셔도 포장해 드릴꺼예요” 라고 말하고 예쁘게 포장도 해서 드렸다 그리고 연달아 손님이 들어온다 아니 이게 무슨일이지 생각하며 너무나 활짝 웃어보이는 나를 발견한다 한두권 책도 사가지고 가는걸 보며 “이런건가?” “이거구나” “이기분이구나” 무릎을 치고 “여기 언제 열었어요? 너무좋다” 한마디에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내가 선택한 책들을 이야기하고 이 북적북적함에 또 한 껏 들떴다 책한권 팔아야 나에게 돌아오는건 몇천원인데 이 기분은 뭘까 재벌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떨리는 가슴 부여잡고 예쁘게 포장하고 작은 노트도 넣어 드리고 신랑에게 전화해 자랑도 했다.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키즈북카페를 하다 책방으로 새롭게 오픈을 할까 말까 망설였었다 여러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정한 여러가지와 맞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생각했었다. 편견도 많고 나만의 규율도 많은 나는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을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신랑은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만하길 권했지만 그래도 그동안 좋아해주었던 아이들도 생각났고 이런고민을 들은 누군가 나에게 그런데 “좋은 사람이 더 많지않아?” 라는 말에 “어! 그랬네” 라고 대답했던 것도 기억났다. 왠지 안하면 후회할것 같았다 하고 후회하나 안하고 후회하나 마찬가지라면 하고 후회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난 오늘 안 열었으면 어쩌나 함박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 하원길에 나서며 “난 시흥시 배곧동에 산다.” 라는 말로 시작하는 글을 1년전쯤 배곧신도시 인터넷카페에 올렸던 일이 생각났다
[[난 시흥시 배곧동에 산다 배곧은 배우는 곳이라는 뜻으로 주시경 선생님이 쓰신 순우리말이다 시흥은 일어나다 뻗어나다 으뜸이 되다 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배움이 자라 일어나고 뻗어나가 으뜸이 되는 책읽는달팽이를 꿈꾸며, 5분거리에 해안길을 두아이와 신랑과 산책하며, 멋진 배곧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봄이면 옥구공원에서 벚꽃놀이도 한다. 옥구공원안에 있는 옥구산은 누구나 15분이면 쉽게 오를수 있는 산으로 아이들과 가볍게 오르고 바다너머 송도까지 바라보고 내려온다. 도서관을 좋아하는 나는 근처 너나들이도서관, 조금 더 가면 중앙도서관까지 자주 다닌다. 결혼하며 신랑 직장이 이 근처라 이곳에서 살게 되었다. 첫인상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오고 싶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내 인생 처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난 그 사람을 선택했듯 이곳을 선택했다.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아이 둘이 자라고 변치 않는 그 사람과 이런 게 사랑이구나 느끼며 신랑과 행복한 이곳 배곧에서, 아이들과 엄마가 행복하고,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만들기도 하고 엄마도 책을 읽는 키즈북 카페도 열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살겠지. 여러 가지 비교도 당하고 말도 많은 이곳에서, 하지만 점점 좋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6년이나 발붙인 곳이라서일까? 시흥시에서 선정한 책인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서점이 없는 마을은 마을이 아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섬속에 있는 서점”이라는 책에서 본 글귀인데 여기서도 보니 반가웠다 자꾸 이런 종류의 책을 보는걸 보니 언젠가 책방을 차리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서촌’이라는 예쁜 마을을 좋아한다. ‘이런 마을에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고 작은 책방이 있는 마을이 너무 예뻐 보였다. 배곧에도 예쁜 마을이 있다. 난 배곧에서도 그곳에 산다. 책을 읽으며 ‘어서 오세요 배곧동 서점입니다’라는 이름의 서점이 만들고 싶어졌다. 정말로 만들지 궁금하고 알리고 싶다. 아직 아무 계획은 없고 현재도 너무 바빠 현실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책을 읽을 때 기억에 남는 문장을 적어두는 습관이 있다. ‘어떤 책을 읽었어’라고 말할 때 ‘난 이 문장이 좋더라’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 같다. 어쨌든 그렇게 책을 읽으니 기억에 잘 남는 거 같다. "휴남동서점" 이라는 책에는 “어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글귀가 있다. 나의 관심으로 내 인생이 채워지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또 “나라는 존재가 나에게나 좋지, 남에게도 좋을까”라는 문장은 항상 건방짐을 장착한 내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한 문장 같다.]]
이런 글을 쓰고 1년이 훌쩍넘어버렸고 배곧에 정말 서점을 열게되었다. 사실 돈을 벌고싶다면 서점은 맞지 않는 사업이긴 하지만, 조금씩 나누며 사는 삶을 살고 싶어 동네책방을 열었다. 아직 구체적계획은 없지만 서점이라는 동네 복합문화공간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문이 열린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