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그냥! 막 그냥! 여기저기 막 그냥!
2주에 한 번씩 주말이면 강화에 간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7살 3살 아이를 키우며, 결혼 전 신랑이 매주 가던 시댁을, 매주는 일정상 어려울 거 같아 “그래도 2주에 한 번은 가자”라고 먼저 이야기했다. 평생을 강화에만 사시는 홀로 계신 어머니는 가족들 먹이기 위해 고구마, 들깨, 콩 등 시장에서 구매만 하던 품목들을 직접 길러 자식에게 모두 나누어주신다. 자연스럽게 결혼 전 신랑은 어머니를 거들어왔다. 특히 봄철 가을철은 막내아들의 손길이 더욱더 필요하다. 결혼하고 7년, 어머니와 살갑진 않아도 자연스러운 관계 덕분에 7년째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고 좋아하실 만한 것을 싸 들고 아이들과 함께 간다. 봄이 되면 땅을 일구고 어머니와 그 아들은 고구마를 심었다. 그날도 신랑은 어머니와 고구마를 심으러 나가고, 아이들과 강화도에서 운영하는 키즈카페를 갈까? 하다가 오전 일정을 한차례하고 온지라 어머니 집에 있기로 했다. 신랑과 아이들이 잘 먹어 종종 만들고 있는 그래놀라 등 음식들을 식탁에 올리고 이것저것 정리 하는 중 둘째는 오늘도 엄마가 하는 일이 너무 궁금한 듯 이것저것 물건에 관심이 가득하다. 이것저것 살피던 물건 중 그래놀라 통을 가볍게 들어 올려보는 현수를 별 생각 없이 지켜봤다. “설마 뒤집겠어?”라고 생각하며 뚜껑이 덮여 있어 별생각 없이 지켜봤다. 그때 자연스럽게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렸어야 했다. 그 순간!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아기상어 노래 ‘뚜루루뚜루’ 에 몸을 흔들어보는 현수, 흥에 겨웠는지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흔들다 팔도 흔들고 연결 동작으로 그래놀라 통을 뒤집어보는 현수, 뚜껑이 홀라다앙 바닥으로 500그램 분량의 봄날 벗꽃 흩날리듯 그래놀라는 슬로우모션을 선보이며 ‘넌 날 잡을 수 없어’라고 말하는 듯 촤라라악, 눈에 보인 슬로우모션과 달리 빠른 스피드로 식탁 밑 의자 사이사이 내가 볼 수 없는 그곳까지 드러누워 버렸다. 이건 모지! 망연자실! 현실이 아닐 거야! 생각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세상 이렇게 재미난 일이 있을 수 있냐는 듯, 두 손을 쫙 펼치며 오리의 물갈퀴가 저렇게 생겼을까 싶게 손가락 사이사이 펼쳐 보이며 바닥에 밀착시키고 자연스럽게 왼쪽 오른쪽 흔들며 그래놀라를 저 멀리 까지 보내겠다는 굳은 다짐이라도 한 듯 헤집기 시작한다. “아아니이야아” 내 입에선 하등 쓰잘데 없는 “아니야” 가 집안에 울려 퍼지고 그 소리에 7살 딸아이는 입을 틀어막으며, 살짝 쳐다보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나와 무관하다는 듯 발바닥에 묻은 그래놀라를 가볍게 털어내며, 까르르 웃느라 정신이 없다. 하아아! 사람의 화가 머리 위 어디까지 날 수 있는지를 머리 꼭대기 새로 난 흰머리까지 삐쭉 서는 걸 느끼며 이 자리를 뜨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나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랴 내가 만들었고, 내가 낳았고, 내가 식탁에 올려놨고, 잡고 있는 걸 뺏지도 않았으니 난 누굴 탓할 수 있으랴
거
짓
말
난 현수를 탓했다. 지금에 와서야 고상하게 내 탓이라며 끄적이고 있다. 내가 이 상황에 뭘 하겠는가 치워야지! 식탁 밑 장식장 밑 거실에 있는 소파 밑까지 발라져 버린 그래놀라를 바라보며, 난 내가 저걸 왜 만들었을까를 생각하며, 다신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신랑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래놀라를 또 만들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다 치울 줄 알았겠지만, 나도 만만치 않은 엄마라규우, 자! 3살 아들, 너가 치우는 거야 할 수 있어! 도와는 줄게! 그렇게 눈에 보이는 곳을 7살 딸과 3살 아들과 함께 까르르 웃으며, 집어 먹는 손을 말리며, 발바닥에 콕콕 박혀버린 그래놀라를 털며, 우리는 오랜 시간 함께했다. 이런 까르르한 상황을 함께하지 못한 신랑을 위해 영상통화를 하며 가구 밑으로 들어간 건 함께 치우지 못함을 아쉬워할 자기를 위한 선물이라 말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 치우며 머리끝 삐죽 섰던 흰머리를 정돈하며 결혼전 느껴보지 못한 다이나믹한 행복에 미소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