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서른한 살 직장인입니다. 답답하고 황당한 마음에 손이 다 떨리지만, 다른 분들도 조심하시라는 의미에서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최근 직장인 와인 소모임에 가입했습니다. 거기서 인물 좋고, 매너 좋고, 늘 외제차를 끌고 나와 고급 와인을 턱턱 결제하던 두 살 연상의 남자를 알게 됐습니다. 옷 입는 스타일부터 말투까지 완벽하게 제 이상형이었고, 그 오빠도 저에게 적극적으로 대시를 해와서 한 달 넘게 달콤한 썸을 타고 있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값비싼 레스토랑에 데려가니 저도 의심 없이 능력이 좋은 사람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단둘이 교외로 드라이브를 갔다가 카페에서 한참 대화를 나누던 중 오빠가 슬쩍 본색을 드러내더군요. 요즘 진행하는 사업이 잠깐 막혔다면서, 일주일 뒤에 확실하게 들어올 돈이 있는데 당장 급전 500만 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제 명의로 단기 카드론이나 2금융권 대출을 좀 받아줄 수 없냐고, 자기가 이자까지 얹어서 다음 주에 바로 갚겠다고 제 손을 잡으며 간절하게 부탁하더군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습니다. 평소 그 오빠가 자랑하던 명품 시계며 외제차도 다 리스에 할부였고, 동호회에서 돈 잘 쓰는 척하며 작업 칠 대상을 물색하고 다녔던 거였습니다. 제가 당황해서 "그건 좀 힘들 것 같다"고 선을 그으니, 1초 만에 표정이 싹 굳으면서 "나를 그 정도밖에 안 믿었냐, 실망이다"라며 오히려 저를 속물 취급하더라고요.
결국 오는 길에 차 안에서 말 한마디 안 하고 숨 막히는 침묵 속에 내렸고, 집에 오자마자 저를 차단했더군요. 30대나 되어서 이런 어설픈 사기꾼 같은 놈한테 마음을 주고 설레어했다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허무합니다. 소모임에 폭로하고 탈퇴하려는데, 생각할수록 소름 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