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3년째 캠핑 동호회를 운영해 온 30대 중반 방장입니다. 지금 눈앞이 캄캄하고 회원들 보기가 너무 민망해서 어디라도 조언을 구하고자 글을 씁니다.
저희 모임은 인원은 15명 정도로 적지만, 매달 정기적으로 캠핑을 다니며 가족보다 더 끈끈하게 지내던 모임이었습니다. 모임 내에 동갑내기 친구 한 명이 살림꾼 자처하며 3년 동안 총무를 맡아왔습니다. 워낙 영수증 처리도 완벽하게 하고 꼼꼼한 친구라, 모두가 그 친구를 전적으로 신뢰했습니다. 장비 공동구매나 대형 사이트 예약 때문에 모임 통장에는 항상 몇백만 원씩 잔고가 유지되고 있었죠.
사건은 이번 달 장박(장기 캠핑) 예약을 진행하면서 터졌습니다. 예약금이 입금되어야 하는데 캠핑장 사장님한테 아직 돈이 안 들어왔다고 연락이 온 겁니다. 이상하다 싶어 총무 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없는 번호라고 뜨더군요. 카톡 프로필은 이미 멀쩡한 사진 다 내려가 있고 단톡방도 나가진 상태였습니다.
부랴부랴 은행에 가서 모임 통장 내역을 확인해 보니, 지난 석 달 동안 회원들이 매달 낸 회비와 연말 정기 캠핑을 위해 모아둔 적립금 등 약 800만 원에 달하는 돈이 야금야금 개인 계좌로 이체되어 잔고가 0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친구가 최근 개인적인 주식 투자가 완전히 망하면서 사채까지 끌어 쓰다가, 결국 모임 돈까지 손을 대고 잠적해 버린 거였습니다.
돈 액수도 액수지만, 3년 동안 주말마다 같이 텐트 치고 술잔 기울이며 "평생 가자"고 했던 친구에게 완벽하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배신감에 가슴이 찢어집니다. 회원들은 저에게 어떻게 책임질 거냐며 따지고 있고, 모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공중분해 위기입니다. 고소장 접수하러 가려고 서류 정리하는데, 정말 인간이라는 존재에 환멸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