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창고에 있는 공구를 정리하면서 한달에 한번은 아이들에게도 정리정돈의 교육을 시켜야 겠다 생각한적이 있다.
그 후부터 한달에 한번, 바쁠 때는 두달에 한번이라도 아이들과 대정리의 날을 갖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하자면 왜 정리정돈, 카테고리의 분류 능력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말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정리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분류 능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방바닥에 자동차, 인형, 블록이 뒤섞여 있을 때, 아이가 이것들을 정리하려면 먼저 각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건 자동차”
“이건 인형”
이라고 구분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의미기억이다.
이 지식이 있어야 어떤 물건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만약 이 단계가 부족하면, 아이는 물건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아무 곳에나 넣게 된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실행기능이다.
이것은 정리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계속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이 상자, 인형은 저 상자”
라는 규칙을 세웠다면, 아이는 그 규칙을 기억하고 계속 적용해야 한다.
정리 도중에도 기준이 바뀌지 않도록 유지하고,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것이 바로 실행기능이다.
이 기능이 약하면 아이는 중간에 기준을 바꾸거나, 다른 상자에 잘못 넣거나, 아예 정리를 하다가 멈추고 딴짓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범주화는 실제로 물건을 나누는 행동이다.
아이는 자동차를 자동차 상자에, 인형을 인형 상자에 직접 넣습니다.
즉, 머릿속에서 이해하고 판단한 내용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이 세 가지는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연결되어 작동한다.
아이는 먼저 물건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다음 정리 기준을 적용하며, 마지막으로 손으로 직접 분류를 수행한다.
쉬울까?
생각보다 경계선지능장애 아이들에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결국 정리정돈이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무엇인지 아는 능력(의미기억)”
“기준을 정하고 유지하는 능력(실행기능)”
“실제로 나누는 능력(범주화)”가 함께 작동하는 복합적인 인지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깔끔한 습관 정도로 본다. 그러나 이 과정은 대학교, 나아가서 회사에 가서도 이어진다.
예를 들어보자.
회사에서 할당된 과중한 업무들이 있다. 이 중에 오늘 무조건 해야할 것들을 당장 분류해서 업무를 시작해야한다.
이것은 또 하나의 정리정돈이다. 빠르게 정리정돈을 시작해 카테고리별로 분류를 하고 업무를 시작해 효율적으로 결과를 내놓는 것.
이 복잡한 인지과정을 경계선지능장애 아이들이 처음부터 잘해낼까?
그렇지 않다. 작은 습관처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행동들은 어른이 돼서도 익숙해진다.
그 옛날 학교에서는 수학도 못하던 할머니는 장사를 시작하면서는 물건이 여러개가 있어도 잔돈이 얼만지 다 알았다고 한다.
왜 그럴까? 할머니는 아마 수학 공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사는 어쩔 수 없이 해야하니까 계속 부딪치고 또 부딪쳐가면서 숫자에 능숙해졌을 것이다.
경계선지능장애도 같다. 그저 지능이 좀 더 낮을 뿐이다.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더 높아지고 더 정교해질 수 있는 것이다.
결론은 아이가 정리정돈을 하는 것은 인지 발달과 아이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집에선 정리정돈하는 날을 대정리의 날이라고 부른다.
이날에는 평소에 하던 공부를 하지 않고 4-5시간동안 방에 있는 물건들을 꺼내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고 정리를 한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장난감 정리 통만 엎어서 분류하고 정리하게 하면 된다.
그 후에 내가 회식이라고 부르는 점심시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배달시켜준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주는 상처럼 아이들에게 상을 주고 정리가 끝나면 마음껏 놀게 해준다.
정리를 할 때 쓰는 뇌는 핵심 뇌영역인 측두엽과 전전두엽이라고 한다.
이런 뇌의 활동이 어쩌면 작은 습관처럼 보이는 정리정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들에게 꾸준히 정리정돈을 시켜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