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이가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을 숨기기로 했다.
놀이터에도 잘 나가지 않았고, 유치원 남자아이들이 보통 다니는 태권도 학원조차 보내지 않았으며 집에서 공부를 시키거나 만화를 보여주거나 미술 놀이를 시켰다.
그렇게 외부의 자극이 없으니 겉으로는 우리 집안은 평안해보였다.
보통 나는 아이들을 저녁 8시가 되면 재워버렸다. 아이들을 재운 후에는 핸드폰을 키고 게임이나 웹툰, 드라마와 같은 나만의 세계로 들어갔다.
혹자의 경우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순 없는거야?"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내 정신은 아이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했고 모든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그나마 밤에 가지는 내 자유시간 뿐이었다고 하면 이해해줄텐가.
나는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첫째 아이는 경계선지능장애 진단을 받았고 나는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겠구나.
그 때부터 적극적으로 나는 이것과 싸우기로 했다. 누군가는 경계선지능장애를 영구적인 장애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도 이것을 넘어설 수 있는 질환으로 보고 있다.
하버드 아동발달센터(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 at Harvard University)에서 발표한
「Brain Architecture」 자료*1)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구조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이 자료에서는 특히
'자주 사용되는 신경회로는 강화되고, 사용되지 않는 회로는 약화되거나 제거된다.'
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학습하거나 특정 활동을 지속할수록 그와 관련된 뇌 회로가 점점 더 효율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뇌는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용 방식에 따라 스스로를 재설계하는 ‘가변적인 시스템’*2)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변하고자 하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뇌는 쓸수록 발전한다'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에 가까운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조건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극과 적절한 난이도의 학습, 그리고 반복적인 경험이 함께 이루어질 때 뇌의 변화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즉, 같은 행동만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생각하며 도전하는 과정이 뇌 발달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결국 뇌는 근육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용하면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진다. 하지만 근육이 올바른 방식의 운동을 통해 성장하듯이, 뇌 역시 의미 있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서만 진짜로 ‘발달’한다.
그저 학원에서 수학, 국어, 과학 이런 학습만을 주구장창하는게 아니라 학습도 하며,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다양한 집단에도 속해보면서 아이의 뇌가 발달해나간다는 뜻이다.
한번은 첫째 아이가 수학 응용문제를 풀다가 너무 힘들다고 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쉬운 난이도여서 나는 일부러 아이가 스스로 깨우치도록 가르쳐주지 않았다. 한시간을 헤매다가 아이는 결국 그 문제를 풀었다.
다음날 나는 아이의 방을 청소하다가 아이가 책상에 써서 붙여둔 노란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말이다.'
그렇다. 아이는 이걸 써서 올려두고 이 말을 읽으면서 다시 수학 문제를 풀었다.
열두살 조그만 아이도 자기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데 그보다 서른살은 더 먹은 부모가 아이를 포기하면 안될 노릇이다.
노력하면 지능이 높아질 수 있을까?
당연하다.
저기 저 멘사회원이고 지능도 높은 사람들을 아이가 따라갈 수 있을까?
No problem.
당연히 가능하다.
당장 누군가는 나를 비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이 이론을 언젠가는 증명해보일 것이다.
아이는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었다고 모두가 인정하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보는 다른 부모들도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1) 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 at Harvard University, Brain Architecture, Harvard University.
2) Harvard Gazette, Brain flexibility changes the way we remember and learn, Harvard University,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