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엄지훈남'이라는 부캐를 봤어요
"남장하기 전에는 못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남장을 하니 잘생겼다"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그것에 대해 지적하는 댓글이 있었어요 하지만 답글에서 남성들은 "예쁨과 잘생김은 기준 자체가 다르고 출발점이 다르다"라고 우기더라고요
여자가 남장해서 잘생겨 보이는 이유는 요즘 남성의 외모 기준이 여성스러움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ㅋㅋ
그들이 말하는 선이 곱고, 속눈썹이 길고, 입술이 붉은 게 정말 생물학적인 '여성성'일까요? 사실 이런 신체적 특징들은 그저 유전적인 무작위성의 결과입니다 과학적인 팩트죠
그런데도 사회는 이런 특징들을 묶어 '여성성'이라는 허상을 만들었습니다 나오미 울프가 말했듯, 이런 사회적 구성주의 관점에서 보면 아름다움은 진화론적 실체가 아니라 여성을 깎아내리고 통제하기 위한 무기가 아닐까요?
우리가 누군가의 외모를 평가할 때도 생각해 보면 남자의 외모에 대해 너무나 관대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목구비가 완벽해도 얼굴형이 조금만 사회적 기준에 안 맞으면, 여성들은 곧바로 '예쁜지 모르겠다'며 막말하는 남성들을 많이 봤습니다
심지어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여성에게도 "향기 없는 꽃"이라며 어떻게든 후려치기를 하고요
이건 여성을 인간이 아니라 완벽한 관상용 사물로만 취급해서 생긴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김고은 배우처럼 단정하게 아름다운 여성에겐 박한 평가를 내리면서도, 류준열 배우처럼 사회적 미적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는 남성에게는 매력 있다거나 심지어 '잘생김을 연기한다'며 추켜세워 주었던 것도 생각이 나네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던지.
남성들은 철저한 시각적 잣대보다는 그 사람이 뿜어내는 분위기나 주체적인 수행 자체로 매력을 승인받기 때문이죠 여성은 겉모습으로만 판단되는데 말입니다
결국 존 버거의 말처럼 "남성은 행동하고 여성은 보여지는" 구조 속에 갇혀 있어요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살고 멋진 삶을 꾸려도 세상에서는(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여성을 외모로만 재단합니다
여남의 미적 기준은 출발점이 다른 게 아니라, 평가 방식에서 엄청난 권력 불균형이 존재한다 생각해요
그래서일까요 남성들은 아무리 외모로 뭐라 욕을 먹어도 성형을 한다거나 스스로를 가꾸는 사람이 흔치 않더라고요 여성들은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스스로 검열하는데..
남에게 보여지는 외면의 강박에서 모두가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네요 저도 깨달았고 고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거울 속 제 모습을 재단하게 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아름다움이 삶의 목표인 것처럼 세상이 여성들을 세뇌시키고 길들였다는게 화가 납니다 앞으로의 소녀들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많은 행동과 외침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부디 여성들의 삶이 남성처럼 0부터 시작되길 바랍니다 마이너스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