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과 차례]
설날 아침은 늘 공기가 다르다.
유난히 맑고, 조금은 긴장된 듯 고요하다.
아직 해가 완전히 오르기 전, 부엌에서는 떡국 냄비가 먼저 숨을 고른다.
뽀얀 김이 오르는 그릇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 또 한 해가 시작되었구나 싶다.
설날은 떠들썩한 날이지만
사실은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날이다.
묵은해의 서운함은 조용히 접어두고
새해의 소망을 조심스레 꺼내 보는 시간.
차례상을 차릴 때면
괜히 손끝이 더 정성스러워진다.
과일의 방향을 맞추고, 술잔을 가지런히 놓으며 보이지 않는 분들과 마주 앉는 느낌이 든다.
향이 타오르고 절을 올리는 순간,
시간은 잠시 멈춘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의 품을 지나 여기까지 왔는지를
마음으로 되짚는 시간.
요즘은 예법도 간소해지고
형식도 많이 달라졌지만
차례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잊지 않겠습니다.’
‘덕분에 잘 살고 있습니다.’
설날은
한 살 더 먹는 날이 아니라
한 번 더 감사하는 날인지도 모른다.
그 감사 위에
조용히 2026년 병오년 새해를 올려놓는 아침.
ㅡ영종섬지기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