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식뷔페를 좋아한다.
가성비가 좋아서라고 하면 맞는 말이다.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반찬도 많고 가격도 부담이 적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
한식뷔페에는 이상한 즐거움이 있다.
식판을 들고 천천히 한 바퀴를 도는 일.
오늘은 어떤 메뉴가 있을까.
제육볶음이 나올까.
돈가스가 나올까.
오랜만에 카레가 나올까.
가끔은 그 설렘 때문에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이다.
원래라면 여러 식당을 다녀야 만날 수 있는 음식들이 한 식단표 안에 모여 있다.
한식도 있고 중식도 있고 양식도 있다.
어떤 음식은 주인공이 되고 어떤 음식은 조용히 옆자리를 지킨다.
국이 있고 김치가 있고 샐러드가 있고 반찬이 있다.
혼자서는 조금 심심할 음식들도 함께 놓이면 한 끼가 된다.
나는 식판을 들고 음식을 담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욕심을 내지 못한다.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전부 담고 싶지만 그러면 금세 넘쳐버린다.
결국은 조금씩 담는다.
먹고 싶은 것도 담고,
몸에 좋을 것 같은 것도 담고,
오늘따라 눈길이 가는 것도 담는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도 살아가며 비슷하게 무언가를 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우리는 일도 해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 사랑도 해야 하며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도 견뎌야 한다.
책도 읽어야 하고 산책도 해야 하고 책임도 감당해야 하며 아직 포기하지 않은 꿈도 품고 살아간다.
좋은 기억만 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고,
행복한 날만 담고 싶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기쁨도 담고 후회도 담고,
만남도 담고 이별도 담고,
어떤 사람은 오래 남고 어떤 사람은 잠시 머물다 간다.
그렇게 우리는 저마다의 식판 위에 삶을 조금씩 담아가며 살아간다.
사람은 자꾸 하나만 잘하면 될 것처럼 생각하지만 삶은 한 가지 메뉴로 완성되지 않는다.
제육볶음만으로는 부족하고 된장국만으로는 아쉽고 김치만으로는 한 끼가 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것들이 한 식판 위에서 균형을 이루듯 우리의 삶도 그렇게 조화를 배우는 과정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식판을 들고 한 바퀴를 돈다.
오늘은 어떤 메뉴가 있을까.
그리고 오늘의 나는 무엇을 더 담아야 하고,
무엇을 조금 덜어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