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인생과 닮아 있다.
우리는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기다린다.
문이 열리지 않을 때는 한 번 더 누르고, 그래도 오지 않으면 전광판을 올려다본다.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지, 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이상하게도 기다리는 동안의 몇 분은 꽤 길다.
퇴근 시간의 엘리베이터 앞에는 늘 사람들이 서 있다. 휴대폰을 보는 사람, 한숨을 쉬는 사람, 발끝으로 바닥을 두드리는 사람.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은 각자의 목적지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집을, 누군가는 사람을, 누군가는 오늘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그러다 문이 열린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부터는 아무 감흥이 없다.
기다릴 때는 그토록 절실했는데, 막상 올라타면 우리는 금세 평온해진다.
행복도 그런 것이 아닐까.
갖기 전에는 간절하고, 도착한 뒤에는 익숙해진다.
처음 직장을 얻었을 때. 처음 내 방이 생겼을 때. 처음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았을 때.
그 순간에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그것이 원래부터 내 것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버튼을 누른다.
다음 층을 향해서.
가끔 엘리베이터 안 거울을 본다.
아침에도 봤던 얼굴인데, 이상하게 저녁의 얼굴은 조금 다르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조금 더 피곤해 보이고, 조금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10층을 올라가는 동안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생은 늘 그렇게 변한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금씩.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자신을 보고서야 알게 된다.
아, 나는 그동안 꽤 멀리 와 있었구나.
생각해보면 우리는 도착한 것보다 도착하지 못한 것들을 더 오래 기억한다.
기다리던 연락. 기다리던 사람. 기다리던 계절.
그래서인지 삶은 늘 부족한 것들로 가득해 보인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 역시, 한때는 간절히 바라던 것들이었을지 모른다.
오늘 집으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문을 열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마쳤다는 것.
그리고 다시 내일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
엘리베이터는 생각보다 낙관적인 물건이다.
닫히는 것이 본업처럼 보이지만, 실은 열리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의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기다림은 길고, 도착은 짧고, 행복은 금세 당연해진다.
그래도 우리는 또 버튼을 누른다.
문이 다시 열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