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우리 반에는 이상한 유행이 하나 생겼다.
사람을 웃기는 것.
정확히는.
사람을 웃겨서 인기를 얻는 것이었다.
그 나이의 아이들은 웃기는 애를 좋아했다.
공부 잘하는 애보다.
운동 잘하는 애보다.
재밌는 애를 더 좋아했다.
그리고 문제는.
사람을 웃기는 가장 쉬운 방법이 누군가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었다.
별명 하나.
실수 하나.
발음 하나.
시험 점수 하나.
그런 것들.
누군가 넘어지면 웃고.
누군가 틀리면 웃고.
누군가 창피를 당하면 웃었다.
아이들은 원래 그런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랬다.
그때까지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그날은 국어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교과서를 읽게 했다.
순서는 랜덤이었다.
선생님은 출석부를 넘기다가 한 학생을 지목했다.
"준호 읽어봐."
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한 애였다.
공부도 잘하는 편이었고.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냥.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였다.
준호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그러다가.
어떤 단어 하나를 잘못 읽었다.
순간 교실 뒤에서 웃음이 터졌다.
킥.
작은 웃음이었다.
준호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다시 읽었다.
그런데 긴장했는지.
이번에는 다른 단어를 틀렸다.
이번에는 웃음이 더 커졌다.
몇몇 애들이 고개를 숙였다.
웃음을 참으려고.
준호의 귀가 빨개졌다.
선생님도 웃었다.
아주 조금.
정말 잠깐.
그런데 그걸 본 순간.
교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제 웃어도 되는 일이 된 것이다.
준호는 남은 문장을 읽었다.
세 번 더 틀렸다.
그리고 교실은 세 번 더 웃었다.
수업은 끝났다.
점심시간이 됐다.
사람들은 이미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축구 이야기.
게임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
아무도 그 일을 기억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도윤은 그 장면이 계속 생각났다.
교실 전체가 웃고 있었다.
준호도 마지막에는 같이 웃고 있었다.
선생님도 웃었다.
아무도 악의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불편했다.
그날 연구회 모임에서도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태윤은 시험 얘기를 했고.
재민은 좋아하는 여자애 얘기를 했다.
도윤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너 왜 이렇게 조용하냐."
재민이 물었다.
"그냥."
"무슨 일 있음?"
도윤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물었다.
"야."
"왜."
"사람들이 다 웃으면."
"어."
"그게 진짜 웃긴 거냐."
재민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태윤도 마찬가지였다.
도윤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자기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다만.
준호가 단어를 틀렸을 때.
첫 번째로 웃은 애보다.
두 번째로 웃은 애보다.
그 뒤에 따라 웃은 스무 명 정도가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 안에서 도윤은 문득 생각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생각보다 적을지도 모른다.
대신.
남들이 웃을 때 따라 웃는 사람은 아주 많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생각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