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민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사람은 도윤이었다.
밤 열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평소 같았으면 받지 않았을 번호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받았다.
그리고 몇 분 뒤.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재민.
살인미수.
체포.
세 단어가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
재민은 연구회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평범한 사람이었다.
가장 많이 웃고.
가장 사람을 좋아하고.
가장 먼저 술잔을 채워주고.
누가 힘들다고 하면 이유도 묻지 않고 밥부터 사주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살인미수.
도윤은 몇 번이나 같은 단어를 되뇌었다.
그래도 이해되지 않았다.
태윤도 마찬가지였다.
연락을 받고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교사가 되고 나서 별의별 일을 다 봤다.
학교폭력도 봤고.
가정폭력도 봤고.
학생들이 무너지는 것도 봤다.
하지만.
친구가 무너지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이렇게.
가장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해원은 가장 늦게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가장 오래 말이 없었다.
도윤은 그날 해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술자리에서도.
경찰서 앞에서도.
변호사를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도.
해원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 뒤.
세 사람은 재민을 만났다.
유치장 접견실이었다.
투명한 유리.
전화기.
창백한 얼굴.
몇 주 전까지 함께 술을 마시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재민은 처음에는 웃으려 했다.
원래 그랬으니까.
분위기가 무거우면 자기가 먼저 농담을 던지곤 했으니까.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다가 멈췄다.
한참 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먼저 입을 연 건 재민이었다.
"미안하다."
도윤은 그 말이 싫었다.
태윤도 마찬가지였다.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재민은 한참 동안 바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나는 진짜 죽이려고 간 게 아니다."
그 말은 변명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진짜 아니었다."
재민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냥 사과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접견실이 조용해졌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
"그것만 들었어도 됐을 것 같은데."
재민은 씁쓸하게 웃었다.
"결국 내가 이렇게 됐네."
도윤은 그때 처음으로 재민이 늙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몇 달 사이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그 생각이 들었다.
합의는 이루어졌다.
쉽지는 않았다.
상대 측은 처음에는 강하게 나왔다.
당연했다.
머리를 다쳤고.
병원에 입원했고.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된 사건이었다.
하지만 결국 합의는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도윤도 뛰어다녔고.
태윤도 여기저기 도움을 구했다.
해원도 가능한 선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기적을 만들지는 못했다.
합의는 형량을 줄여주었다.
하지만 죄를 없애주지는 못했다.
법원은 재민의 사정을 들었다.
생활고.
영업정지.
우발성.
반성.
합의.
모두 인정했다.
그리고.
유죄를 선고했다.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재민은 이상할 정도로 담담했다.
오히려 판결보다.
방청석에 앉아 있는 아내를 보는 게 더 힘들었다.
아내는 울지 않았다.
재민이 가장 힘들어했던 건 바로 그 점이었다.
원망도 하지 않았다.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더 아팠다.
가게는 결국 정리했다.
버틸 수 없었다.
영업정지로 시작된 균열은 생각보다 컸다.
매출이 끊겼고.
대출은 남았고.
재민은 일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지만 현실은 소설보다 훨씬 단순했다.
돈이 없으면 무너진다.
그게 끝이었다.
간판이 내려가는 날.
도윤은 일부러 가지 않았다.
볼 자신이 없었다.
태윤도 마찬가지였다.
해원만 다녀왔다.
그리고 그날 밤 술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기 알바였다.
그 다음에는 마트.
그 다음에는 식당.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재민은 나중에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처음으로 울었다.
가해자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판결 때문도 아니었다.
자기 때문에 새벽에 일하러 나가는 아내 생각 때문이었다.
그날 밤.
재민은 혼자 앉아 오래 생각했다.
나는 왜 그랬을까.
정말 그 애들 때문이었을까.
정말 그 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전부터 이미 무너지고 있었던 걸까.
그는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알았다.
그 순간 병을 든 건 자기 손이었다.
아무리 억울해도.
아무리 이해가 가도.
결국 선택한 건 자기 자신이었다.
그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충격은.
재민만의 것이 아니었다.
도윤도.
태윤도.
해원도.
이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왜 무너지는가.
우리는 왜 친구를 붙잡지 못했는가.
그리고.
정말 누군가를 구할 수는 있는 것인가.
그 질문은.
이제부터 연구회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