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민은 휴대폰을 받아 들고 한동안 화면만 바라봤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사진처럼 보였다.
어두운 원룸.
바닥에 널브러진 술병.
치킨 박스.
배달 음식 용기.
그리고 웃고 있는 얼굴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스무 살 안팎의 젊은 애들 사진이었다.
문제는 사진 아래 적혀 있는 글이었다.
재민은 천천히 읽었다.
오늘도 세상은 만만하다.
그 아래에는 웃는 이모티콘이 여러 개 달려 있었다.
재민은 말없이 다음 사진으로 넘겼다.
이번에는 술병을 들고 찍은 사진이었다.
글은 짧았다.
공짜 술은 더 맛있네.
재민은 손가락을 멈췄다.
편의점 앞을 지나가는 차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형이 담배를 꺼내 물며 말했다.
"나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그런데 날짜 보니까 딱 그 시기더라."
재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 화면만 바라봤다.
세 번째 캡처에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친구들끼리 장난처럼 주고받은 대화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민은 그게 더 불쾌했다.
악의는 대부분 장난처럼 시작되기 때문이다.
진짜 걸렸냐?
댓글.
아직 결과 안 나옴.
답글.
영업정지 먹으면 개웃기겠다.
답글.
그건 걔가 알아서 하겠지.
답글.
ㅋㅋㅋㅋ
짧은 댓글들이었다.
그런데 재민은 이상하게 숨이 막혔다.
누군가에게는 장난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술자리 안줏거리였다.
그런데 자신은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아내는 걱정했고.
통장은 줄어들고 있었고.
새벽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 애들에게는.
그저 재밌는 이야기였다.
재민은 다음 사진을 눌렀다.
그리고 거기서 처음으로 표정이 변했다.
댓글 하나 때문이었다.
아저씨 표정 생각하면 아직도 웃김.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그날 밤이 떠올랐다.
경찰이 왔던 순간.
계산서를 들고 서 있던 순간.
"저희 미성년자인데요."
라고 말하던 순간.
웃고 있던 얼굴.
비웃음.
장난스럽던 목소리.
전부.
한꺼번에 떠올랐다.
형은 말없이 재민 옆에 앉아 있었다.
한참 뒤.
재민이 낮게 말했다.
"형."
"왜."
"사람이 원래 저럴 수 있나."
형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재민도 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냥 묻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나는 진짜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신분증 확인 제대로 못 한 건 맞다. 그건 인정한다. 그런데 최소한 미안한 마음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가게 문 닫게 생겼는데 저렇게 웃을 수가 있나."
형은 한숨을 쉬었다.
"재민아."
"네."
"내가 나이 먹으면서 느낀 건 하나다."
형은 캔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행동이 남한테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관심이 없다. 악해서가 아니라 진짜 관심이 없는 거다."
재민은 그 말을 듣고도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관심이 없다.
그 말이 더 무서웠다.
그는 다시 화면을 넘겼다.
이번에는 영상 캡처였다.
술에 취한 목소리.
시끄러운 웃음소리.
짧은 영상이라 내용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재민은 끝까지 보지 못했다.
영상 중간에 누군가 말했다.
"야, 그 아저씨 진짜 표정 개썩었었는데."
그리고 웃음.
여러 명의 웃음.
재민은 영상을 멈췄다.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형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만 볼래?"
재민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
"끝까지 볼 거다."
그 말은 형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에 가까웠다.
마지막 캡처를 열었을 때.
재민은 처음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거기에는 사건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글이 올라와 있었다.
누군가가.
댓글로.
이렇게 적어 놓은 것이다.
그러다 진짜 큰일 난다.
짧은 댓글이었다.
어쩌면 평범한 충고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밑에 달린 답글이 문제였다.
뭘.
어차피 아무 일도 안 일어남.
그리고.
그 아래.
짧은 문장 하나.
세상 사람들이 생각보다 착함.
재민은 한동안 화면을 내려다봤다.
형도 말이 없었다.
편의점 앞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누군가는 배달을 나갔고.
누군가는 막 돌아왔다.
평범한 밤이었다.
그런데 재민에게는 아니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보다 착하다.
어쩌면 저 애들은 그 말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지도 몰랐다.
누군가 상처받고.
누군가 무너지고.
누군가 잠을 못 자도.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재민은 처음 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보다 착함.
그때는 몰랐다.
몇 달 뒤.
그 문장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이었는지.
가장 먼저 증명하게 될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