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처분은 두 달이었다.
재민은 담당 공무원의 설명을 듣는 내내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상대방은 끝까지 정중했다. 재민이 억울함을 느끼는 이유도 이해한다고 했고, 청소년들이 의도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검토했다고 했다. 하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신분증 확인이 일부만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주류가 제공된 사실이 확인된 이상 업주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재민은 반박하지 못했다.
사실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실과 감정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통화를 마친 뒤에도 재민은 한참 동안 가게 안을 서성였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풍경이었다.
주방에서는 육수가 끓고 있었고, 냉장고 모터는 규칙적인 소리를 내고 있었다. 조금 뒤면 손님들이 들어올 시간이었고 예약도 몇 건 잡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낯설게 보였다.
며칠 뒤면 이 공간은 강제로 멈추게 된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온 순간부터 재민은 더 이상 평소처럼 가게를 바라볼 수 없었다.
그날 영업을 마친 뒤 재민은 처음으로 진지하게 계산을 해 보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대충 알고만 있던 숫자들이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다.
이번 달은 얼마나 남았고, 다음 달은 어느 정도 들어오겠지. 그렇게 감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두 달 동안 매출이 없다는 가정을 놓고 계산을 시작하자 상황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월세는 당연히 그대로 나간다.
인테리어를 하면서 받은 대출도 갚아야 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설비 할부금도 남아 있었다. 거래처 결제일도 기다려주지 않았고, 직원 급여 역시 영업정지와 상관없이 책임져야 할 문제였다.
재민은 노트에 숫자를 적어 내려가다가 몇 번이나 계산기를 다시 두드렸다.
혹시 잘못 계산한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장 망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오히려 그런 애매한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재민 얼굴만 보고도 결과를 짐작한 것 같았다.
"좋은 소식은 아닌가 보네."
재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얼마나 나온대?"
"두 달."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짧지 않았다.
아내는 잠시 입술을 깨물더니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화를 내거나 원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현실적인 질문부터 꺼냈다.
"그럼 두 달 동안 가게 매출은 아예 없는 거잖아. 당신도 알다시피 최근에 손님 조금씩 늘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도 올해 안에는 대출 좀 갚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재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도 당신 잘못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런데 현실은 현실이잖아. 가게 월세도 내야 하고 대출도 갚아야 하고 직원도 챙겨야 하는데, 두 달은 생각보다 길어."
그 말이 재민을 더 괴롭게 만들었다.
아내는 비난하지 않았다.
그저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걱정이 오히려 더 무거웠다.
그날 밤 재민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새벽 두 시가 넘어서도 거실 불은 꺼지지 않았다.
식탁에 앉은 그는 통장 잔고와 카드 명세서를 번갈아 보며 멍하니 계산기를 두드렸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두 달 동안 버틸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대가가 작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겨우 쌓아 올린 것들이 상당 부분 무너질 수도 있었다.
재민은 계산기를 내려놓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 순간 처음으로 무서웠다.
영업정지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었다.
가족이 걱정됐다.
아내가 걱정됐고.
아이가 걱정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 때문에 그 걱정을 하게 만든 것 같아 견디기 힘들었다.
물을 마시러 나온 아내는 아직도 식탁에 앉아 있는 재민을 발견했다.
아내는 말없이 맞은편에 앉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당신 지금도 다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재민은 씁쓸하게 웃었다.
"솔직히 조금은 그렇지."
"조금이 아니라 많이겠지."
아내는 재민을 오래 봐 온 사람이었다.
"당신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자기부터 탓하는 사람."
재민은 부정하지 못했다.
아내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일부러 미성년자한테 술 팔려고 한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저 애들이 문제를 만들려고 들어온 것도 사실이잖아. 그러니까 적어도 혼자 다 뒤집어쓰지는 마."
재민은 고개를 숙였다.
위로를 받으면 받을수록 오히려 미안함이 커졌다.
며칠 뒤 가게 문에는 영업정지 안내문이 붙었다.
재민은 셔터를 내리고도 한참 동안 그 종이를 바라봤다.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이 줄을 서던 자리였다.
저녁이면 단골들이 농담을 던지며 들어오던 자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문이 닫혀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심코 안내문을 한 번 보고 지나갔다.
별것 아닌 시선이었다.
하지만 그날의 재민에게는 이상하게 크게 느껴졌다.
마치 자신이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못할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결국 재민은 배달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돈 때문이기도 했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생각만 많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두 달 동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가게를 다시 열어야 했고, 가족도 지켜야 했다.
그래서 그는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재민은 몰랐다.
자신을 정말 무너뜨릴 것은 영업정지 처분이 아니라는 것을.
진짜 문제는 며칠 뒤 편의점 앞에서 만나게 될 한 배달 기사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재민의 분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