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다."
재민은 한참 동안 놈들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럼 경찰 부를게."
잠깐.
정말 잠깐.
당황하는 표정이라도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없었다.
오히려.
놈들은 웃었다.
"부르세요."
가장 먼저 말한 놈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어차피 저희도 갈 거고."
옆에 있던 놈이 피식 웃었다.
"아저씨도 같이 가는 거잖아요."
재민은 그 말이 이상하게 기분 나빴다.
잘못을 한 사람이 하는 말 같지 않았다.
마치.
같이 죽자는 사람처럼 들렸다.
경찰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순찰차 한 대.
경찰관 두 명.
재민은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최대한 감정을 빼려고 했다.
장사하는 사람은 감정보다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분증 확인을 했는데 한 명만 보여줬습니다."
"나머지는 친구라고 했고요."
"지갑을 안 가져왔다고 했습니다."
"술과 안주를 주문했고."
"계산할 때 갑자기 미성년자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메모를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도 했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절차였다.
문제는.
애들 차례부터였다.
"신분증 검사 안 했어요."
재민은 고개를 들었다.
놈은 태연했다.
"한 번도 안 했어요."
"뭐?"
재민이 말했다.
경찰이 손으로 제지했다.
"일단 듣겠습니다."
놈은 계속 말했다.
"술도 계속 권했고요."
"......"
"저희는 원래 안 마시려고 했는데."
재민은 헛웃음이 나왔다.
방금 전까지 소주 다섯 병을 비운 놈들이었다.
다른 놈도 거들었다.
"저희 무서웠어요."
"......"
"계산 안 한다고 하니까 화내셨고."
"욕도 하셨고."
"위협도 하셨고."
재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욕?
위협?
그런 적이 없었다.
물론 화는 났다.
목소리가 높아진 건 맞다.
하지만.
지금 하는 말들은 사실과 달랐다.
경찰은 중립적이었다.
그게 당연했다.
누가 거짓말하는지 그 자리에서 알 수는 없었다.
"일단 서로 진술이 다르네요."
경찰이 말했다.
"기록은 남겨두겠습니다."
재민은 답답했다.
아니.
답답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무력했다.
지금 눈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한 시간쯤 지나서야 상황은 마무리됐다.
술값은 결국 받지 못했다.
애들은 보호자 연락 후 귀가 조치.
재민도 진술서를 쓰고 돌아왔다.
가게 문을 닫은 건 새벽 두 시가 넘어서였다.
집으로 가는 길.
재민은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라디오도 꺼져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신호 대기 중.
문득.
아까 애들 얼굴이 떠올랐다.
겁먹은 얼굴이 아니었다.
미안해하는 얼굴도 아니었다.
죄책감도 없었다.
그냥.
재밌어하는 얼굴이었다.
다음 날.
도윤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 괜찮았냐."
재민은 짧게 대답했다.
"모르겠다."
"경찰은 뭐래."
"조사해 봐야 한대."
잠시 침묵.
도윤도 뭔가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설마 큰일 나겠냐."
재민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사흘 뒤.
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주류 판매 관련 진술 요청.
재민은 처음으로 불안해졌다.
그리고 일주일 뒤.
조사실에 앉아 있던 재민은.
그 애들이 이미 추가 진술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분증 확인이 없었다.
술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계산 과정에서 협박을 당했다.
무서웠다.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
재민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조사관이 말했다.
"사장님 입장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충분히 안다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결과를 바꿔 주는 사람은 없었다.
가게로 돌아온 재민은.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주방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알바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장님."
"왜."
"괜찮으세요?"
재민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밤.
연구회 단체방에 처음으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재민이었다.
짧았다.
나 진짜 억울하다.
잠시 후.
태윤이 답장을 남겼다.
무슨 일인데?
도윤도.
결과 나왔어?
재민은 한참 동안 답장을 쓰지 못했다.
그러다가.
겨우 한 줄을 보냈다.
저 새끼들이 웃으면서 거짓말하는 게 아직도 생각난다.
그리고 그날.
재민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화가 난 이유는.
술값 때문도 아니고.
조사 때문도 아니고.
영업정지 때문도 아니라는 걸.
그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가 정말 견디기 힘들었던 건.
상대방이 자기 삶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생각보다 세상은 잘 막아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