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민은 가게 계약을 마친 뒤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잠들기 전에 자영업 관련 커뮤니티를 보는 습관이었다.
원래는 창업 정보를 얻기 위해 보기 시작했다.
상권은 어떤지.
인테리어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주방 설비는 어디가 좋은지.
그런 정보를 찾으려고 가입한 커뮤니티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글들이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루는 직원이 갑자기 출근하지 않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루는 손님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루는 음식값 몇 만 원 때문에 경찰까지 불렀다는 글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남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게 계약을 하고 나니까 이상하게 전부 자기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날 연구회 모임에서 재민은 휴대폰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거 한번 봐."
도윤이 화면을 들여다봤다.
인터넷 기사였다.
제목은 단순했다.
무전취식 상습범 검거.
태윤도 기사를 읽었다.
내용은 더 단순했다.
한 사람이 여러 식당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고 돈을 내지 않았다.
적게는 만 원.
많게는 몇 만 원.
금액 자체는 크지 않았다.
문제는 횟수였다.
그리고 그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대부분 작은 가게 사장들이라는 점이었다.
"솔직히 예전에는 별 생각 없었거든."
재민이 말했다.
"근데 이제는 다르게 보인다."
도윤이 물었다.
"왜."
"그 사람이 먹고 도망간 돈은 몇 만 원일 수도 있다. 근데 사장 입장에서는 그냥 몇 만 원이 아니잖아."
재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어떤 사람은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장사 준비했을 거고, 어떤 사람은 월세 걱정하면서 하루를 버텼을 거고, 어떤 사람은 그날 매상이 신통치 않아서 한숨 쉬고 있었을 수도 있다."
태윤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재민은 기사 화면을 내려보며 말했다.
"근데 그런 건 아무도 관심 없더라."
도윤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가장 놀란 건 사람들의 무관심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기 일이 아닌 것에 대한 무관심.
누군가 야근을 하고 있어도.
누군가 병원 다니면서 버티고 있어도.
누군가 집안 문제 때문에 힘들어해도.
사람들은 잘 몰랐다.
알아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자기 삶만으로도 바빴으니까.
도윤은 그 사실이 이해되면서도 가끔 무섭다고 생각했다.
태윤이 말했다.
"학교도 비슷하다."
두 사람이 태윤을 바라봤다.
"얼마 전에 학생들끼리 싸움이 났는데 둘 다 자기가 피해자라고 하더라."
"원래 그렇지."
"근데 웃긴 건 둘 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태윤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각자 자기 입장에서만 보면 진짜 억울한 거야. 근데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둘 다 상대방 입장을 전혀 안 보려고 하고 있었더라."
잠시 침묵.
태윤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요즘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싸우는 것 같다고."
그 말에 재민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건 인터넷 보면 더 심하다."
"맞다."
"뉴스 댓글 같은 거 보면 다들 판사고 검사고 형사야. 기사 제목 하나 읽고 사람 인생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잖아."
도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랬다.
누군가는 범죄자라고 욕했고.
누군가는 피해자를 욕했다.
기사 본문도 읽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재민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물었다.
"근데 너희는 그런 생각 안 하냐."
"어떤 생각."
"사람은 왜 이렇게 쉽게 누군가를 버리는 걸까."
이번에는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재민은 말을 이었다.
"무전취식도 결국 그런 거잖아. 저 가게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관심도 없는 거다. 그냥 나만 배부르면 끝인 거지."
도윤은 그 말을 들으며 기사 속 식당 사장들의 얼굴을 상상했다.
뉴스에는 나오지 않는 사람들.
누군가의 아버지였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남편이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딸이었을 수도 있는 사람들.
그런데 기사에서는 그냥 피해자 1이었다.
그 순간.
도윤은 문득 예전에 연구회를 만들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살인자들이 궁금했다.
왜 죽였을까.
어떻게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런 질문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지고 있었다.
이제는.
살인자보다.
살인을 고민하게 된 사람이 궁금했다.
어떤 순간이.
어떤 분노가.
어떤 절망이.
평범한 사람을 거기까지 몰고 가는 걸까.
집으로 돌아온 뒤.
도윤은 연구회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한참 동안 빈 페이지를 바라봤다.
오늘도 살인 사건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연구회가 처음 던졌던 질문에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도윤은 천천히 한 줄을 적었다.
사람은 언제부터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게 되는 걸까.
문장을 적고 나서도 한동안 노트를 덮지 못했다.
그 질문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리고 어쩌면.
모든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