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윤이 첫 휴가를 나온 건 늦은 여름이었다.
오랜만에 셋이 모였다.
재민은 일하느라 바빴고.
도윤도 대학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시간은 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처음으로 셋이 얼굴을 보는 자리였다.
고깃집 한쪽 구석.
재민이 먼저 물었다.
"어때."
태윤은 물컵을 만지작거렸다.
"뭐가."
"군대."
잠시 침묵.
"생각보다 별거 없는데."
도윤이 웃었다.
"그 표정으로 말하면 아무도 안 믿음."
태윤도 따라 웃었다.
"그건 맞음."
고기가 익어갈 무렵.
재민이 말했다.
"근데 뉴스 보면 군대 사건 사고 진짜 많더라."
"많지."
"실제로도 그래?"
태윤은 잠시 생각했다.
"사건은 계속 들림."
"많이?"
"생각보다."
도윤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태윤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우리 부대는 아니었는데."
"응."
"옆 부대에서 사고 있었음."
"무슨 사고."
"후임 하나가 극단적인 선택 했대."
잠시 정적.
재민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왜?"
"모름."
"괴롭힘?"
"모른다니까."
태윤은 씁쓸하게 웃었다.
"사람 죽으면 다들 이유부터 찾더라."
"그럼?"
"괴롭힘 때문인가."
"여자 때문인가."
"집안 문제인가."
"근데."
태윤이 말을 멈췄다.
"아무도 걔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관심 없음."
잠시 후.
도윤이 물었다.
"그래도 군대는 그런 거 있잖아."
"뭐."
"갈굼."
재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태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있지."
"심함?"
"사람마다 다름."
"근데."
태윤은 소주잔을 돌렸다.
"더 이상한 게 있음."
"뭔데."
"갈구는 애들한테 물어보면."
"응."
"자기도 그렇게 당했대."
재민이 인상을 찌푸렸다.
"맨날 그 소리더라."
태윤은 웃었다.
"진짜로 함."
"'나도 당했다.'"
"'원래 군대는 그런 거다.'"
"'이 정도는 해야 된다.'"
"맨날 그런 말."
도윤은 잠시 생각했다.
"그럼 걔들도 피해자인 거 아냐?"
태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재민이 먼저 말했다.
"아닌 것 같은데."
"왜."
"나도 중학교 때 별 이상한 애들 많이 만났음."
"응."
"근데 그렇다고 내가 똑같이 할 이유는 없잖아."
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생각 했음."
"뭐."
"안 그런 사람도 있었거든."
도윤이 물었다.
"무슨 뜻이야."
"똑같이 군 생활 했는데."
"똑같이 당했는데."
"후임 안 괴롭히는 사람도 있었음."
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윤도 말이 없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머릿속에 남았다.
집으로 돌아온 뒤.
도윤은 연구회 노트를 펼쳤다.
중학생 때는 범죄자가 궁금했다.
고등학생 때는 법이 궁금했다.
대학교에 와서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지금은.
조금 다른 질문이 생겼다.
도윤은 노트에 적었다.
왜 악의는 반복되는가.
한참 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사람은 자신이 당한 상처를 남에게 되돌려주는 걸까.
잠시 뒤.
다시 한 줄을 추가했다.
같은 환경에서도.
누군가는 괴롭히고.
누군가는 멈춘다.
그렇다면.
결국 사람의 문제 아닐까.
도윤은 펜을 내려놓았다.
예전에는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무 살이 넘어가자.
점점 더 어려워졌다.
누군가는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되었고.
누군가는 가해자처럼 보였지만 피해자이기도 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그리고 그 복잡함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