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들어오면 사람들도 조금은 성숙할 줄 알았다.
도윤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중학생은 어렸다.
고등학생은 미숙했다.
그러니까 대학생이 되면 조금 달라질 줄 알았다.
적어도 자기 행동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알 줄 알았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나이를 먹는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행동을 정당화하는 방법만 늘어나는 것 같았다.
개강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학생회에서 MT 공지가 올라왔다.
신입생 대부분이 참석한다고 했다.
도윤도 별생각 없이 신청했다.
처음 사귀는 친구들.
처음 가는 MT.
그냥 평범한 대학 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MT 당일.
버스 안은 시끄러웠다.
노래가 나오고.
술 이야기가 오가고.
선배들은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문제는 숙소에 도착한 뒤였다.
도윤은 화장실을 가다가 우연히 복도 끝에서 선배 둘의 대화를 듣게 됐다.
"야, 걔는?"
"누구?"
"신입생."
"아."
선배가 웃었다.
"걔는 오늘 무조건 취하게 해야지."
"왜?"
"예쁘잖아."
둘 다 웃었다.
도윤은 걸음을 멈췄다.
잠시 뒤.
한 명이 다시 말했다.
"이번에 못 친해지면 답 없을 것 같은데."
"그러네."
또 웃음.
마치 당연한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도윤은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날 밤.
술자리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게임.
벌주.
건배.
노래.
웃음.
누군가는 취했다.
누군가는 끝까지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선배들은 자연스럽게 특정 자리로 모였다.
특정 사람들 곁으로 갔다.
특정 사람들에게만 계속 술을 권했다.
누가 봐도 의도가 보였다.
그런데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학생활 원래 그런 거야."
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도윤은 그 말이 이상했다.
대학생활 원래 그런 거.
사회생활 원래 그런 거.
원래 그런 거.
사람들은 이상한 일을 설명할 때마다 항상 그 말을 사용했다.
마치 원래 그렇다는 말이 면죄부라도 되는 것처럼.
며칠 뒤.
태윤에게 연락이 왔다.
태윤 「너네 과는 어때」
도윤 「이상한 인간 많음」
태윤 「여기도」
태윤 「선배들 중에 진짜 별의별 인간 다 있음」
도윤은 피식 웃었다.
어느 학교나 비슷한 모양이었다.
도윤 「어른 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태윤 「나도」
태윤 「근데 아닌 것 같음」
잠시 뒤.
재민도 대화에 들어왔다.
재민 「대학 안 가길 잘했네」
도윤 「넌 안 겪냐」
재민 「손님들이 대신 겪게 해줌」
재민 「오늘도 진상 둘 만남」
도윤은 웃었다.
태윤도 웃었을 것이다.
사는 곳은 달라졌지만.
겪는 일은 비슷한 것 같았다.
사람 때문이었다.
결국 언제나 사람 때문이었다.
그날 밤.
도윤은 연구회 노트를 펼쳤다.
중학교 때는 범죄자를 연구했다.
고등학교 때는 법과 사회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대학에 와서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들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더 궁금해졌다.
왜 사람들은 작은 권력을 가지면 달라질까.
왜 사람들은 자기 행동을 당연하게 생각할까.
왜 사람들은 남을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
도윤은 노트에 새로운 질문을 적었다.
왜 사람은 자기 권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가.
한참 동안 그 문장을 바라보다가.
그 아래에 작게 한 줄을 더 적었다.
어쩌면 사람은 권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드러난 것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