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누구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사람들은 보통 그 나이에 축구선수를 꿈꾸거나 연예인을 좋아하거나 첫사랑 같은 걸 한다.
우리도 축구를 했고, 연예인도 좋아했고, 짝사랑도 했다.
다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살인에 관심이 많았다.
정확히는.
살인보다 완전범죄에 관심이 많았다.
시작이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태윤이었을 것이다.
태윤은 셋 중 가장 똑똑했다.
반에서 늘 상위권이었고, 선생님들도 좋아했다.
다만 가끔 이상한 질문을 했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었다.
급식으로 카레가 나왔고 우리는 창가 쪽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태윤이 갑자기 물었다.
"야."
"왜."
"독극물 넣어서 사람 죽이면 안 걸릴 수도 있냐?"
나는 숟가락을 들고 있었고 재민은 우유를 마시다 사레가 들렸다.
"미친놈아."
"그냥 궁금해서."
"궁금한 게 그거냐?"
"아니 진짜."
태윤은 진지했다.
"만약에 자연사처럼 보이면?"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장면이다.
열다섯 살짜리 애들이 카레를 먹으면서 독살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 우리 셋은 자주 그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독극물.
교통사고.
실종.
익사.
낙상.
연쇄살인.
미제 사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TV에서 범죄 다큐를 보고.
뉴스 기사를 읽었다.
그 시절 인터넷에는 이상한 정보들이 많았다.
사라진 사람들.
잡히지 않은 범인들.
증거가 없었던 사건들.
우리는 그런 것들을 읽으며 토론했다.
"야."
재민이 말했다.
"난 독살은 별로인 것 같다."
"왜?"
"시간 오래 걸리잖아."
"그럼?"
"교통사고가 낫지."
"교통사고가 더 어렵지."
태윤이 반박했다.
"사고처럼 만드는 게 어렵다니까."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이야기다.
우리는 사람도 못 때렸다.
학교에서 싸움이 나면 말리는 쪽이었다.
벌레를 잡아도 휴지 두 장을 겹쳐 썼다.
그런데.
살인 이야기만 나오면 진지해졌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왜 그랬을까.
정말 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사실이 신기했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 나이 특유의 무료함 때문이었을까.
지금도 잘 모르겠다.
우리가 살던 곳은 평범한 신도시였다.
새 아파트.
학원가.
공원.
중산층.
범죄가 거의 없었다.
밤에 여자 혼자 걸어 다녀도 큰 문제가 없는 동네.
자전거를 그냥 세워 둬도 사라지지 않는 동네.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늘 심심했다.
학교.
학원.
집.
학교.
학원.
집.
반복.
그리고 그 무료함 속에서.
살인은 일종의 퍼즐처럼 느껴졌다.
"야."
태윤이 말했다.
"완전범죄 가능할까?"
그날 우리는 처음으로 연구회를 만들었다.
안전살인연구회.
지금 생각하면 이름도 참 병신 같았다.
재민이 만들었다.
"안전하게 사람 죽이는 법 연구."
"미친놈."
"좋잖아."
"존나 유치하다."
"그럼 너가 지어."
결국 그대로 됐다.
안전살인연구회.
회원은 세 명.
태윤.
재민.
도윤.
전부.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육교 위에 잠시 멈춰 섰다.
차들이 아래로 지나가고 있었다.
버스.
택시.
트럭.
승용차.
끊임없이.
그리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정말 만약.
누군가를 밀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 생각은 몇 초 만에 사라졌다.
나는 집으로 갔다.
라면을 먹었다.
게임을 했다.
숙제를 했다.
잠을 잤다.
평범한 하루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날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서.
어쩌면 우리는.
살인이 아니라 인간에 관심이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