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 이후 며칠 동안은 이상하게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시간이 흘렀다.
해원은 여전히 현장으로 출근했고, 예나는 여전히 가게로 출근했다.
아침이면 서로 안부를 물었고, 점심쯤이면 밥은 먹었는지 물었고, 저녁이 되면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이야기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서로의 말끝이 조금씩 흔들린다는 것뿐이었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었다.
어떤 날은 예나가 먼저 반말을 했고, 해원도 자연스럽게 반말로 답했다.
그러다가 예나가 다시 존댓말을 쓰면 해원도 어느 순간 존댓말로 돌아왔다.
해원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자기 혼자 편한 쪽으로 앞서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둘의 말투는 요즘 이상하게 오락가락했다.
가까운 것 같다가도 멀어지고, 멀어진 것 같다가도 다시 가까워졌다.
마치 지금 둘의 관계처럼.
예나는 침대에 누운 채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원에게서 연락이 안 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꾸준히 오고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 예전보다 뜸했다.
예전 같으면 현장이 끝나자마자 메시지가 왔을 텐데, 요 며칠은 조금 늦었다.
답장이 없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바빠 보였다.
예나는 카카오톡 창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그러고는 괜히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이러지."
사귀자는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사귀자는 말을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괜히 서운했다.
그날 밤 이후로 오히려 더 편해질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더 어려워졌다.
해원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고, 그러면서도 먼저 묻기는 싫었다.
혹시 원래 이런 사람인가.
좋다고 할 때는 그렇게 조심스럽고 다정하다가, 막상 가까워지고 나면 조금씩 원래대로 돌아가는 사람.
생각이 거기까지 가자 예나는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진짜 별생각을 다 하네."
그 시각 해원은 전혀 다른 이유로 정신이 없었다.
현장이 끝나고 사람들이 장비를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해원은 물을 마시고 있는 상우를 잠깐 바라봤다.
며칠 전부터 눈에 들어오던 것이 있었다.
상우의 머리였다.
평소에도 깔끔한 편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달라 보였다.
해원은 아무렇지 않은 척 상우에게 다가갔다.
"상우야."
상우가 물병 뚜껑을 닫으며 고개를 들었다.
"네, 팀장님."
"너 머리 어디서 했냐."
상우는 처음에는 질문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머리요?"
"응. 괜찮아 보여서."
상우는 잠깐 해원을 바라보다가 웃음을 참는 얼굴이 됐다.
몇 년 동안 현장에서 같이 일했지만 해원이 먼저 머리 이야기를 꺼낸 것은 처음이었다.
"팀장님이 이런 걸 물어보시니까 조금 낯선데요."
"왜. 내가 머리 물어보면 안 되냐."
"안 되는 건 아닌데요. 팀장님은 그냥 머리 길면 자르고, 안 길면 안 자르는 분이잖아요."
"그 정도로 막 살진 않는다."
"거의 그러셨습니다."
상우는 휴대폰을 꺼내 매장 사진을 보여줬다.
"여기요. 바버샵인데 예약하고 가야 돼요. 제가 이번에 여기서 했어요."
해원은 화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봤다.
사진 속 남자들은 확실히 깔끔했다.
옆머리도 정리되어 있었고, 전체적으로 사람이 조금 더 멀끔해 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해원은 잠시 화면을 멈춰 놓고 가격표를 다시 봤다.
"상우야."
"네."
"이거 사만 원이라는 게."
"네."
"머리 한 번 자르는 가격이냐."
"네, 커트 가격이요."
해원은 진심으로 굳어졌다.
"나는 팔천 원 주고 자르는데."
상우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팀장님, 바버샵은 원래 가격대가 좀 있어요."
"그래도 다섯 배잖아."
"그렇게 계산하면 그렇긴 하죠."
"머리카락이 다섯 배로 좋아지는 것도 아닐 텐데."
"그래도 확실히 다르긴 해요. 팀장님도 한 번 가보시면 알 거예요."
해원은 아무 말 없이 화면을 다시 들여다봤다.
사만 원.
머리 한 번 자르는데 사만 원.
블루클럽이면 다섯 번은 자를 수 있는 돈이었다.
상우는 그런 해원의 표정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팀장님."
"왜."
"혹시 좋은 일 있으세요?"
"없다."
"없는데 갑자기 바버샵을 물어보세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다."
"제가 팀장님을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니고요. 팀장님이 그냥 궁금해서 바버샵을 물어볼 분은 아닌 것 같은데요."
해원은 물병을 들고 괜히 한 모금 마셨다.
"일이나 해."
상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말 나오면 거의 맞는 거라서 더 묻지는 않겠습니다."
"상우야."
"네."
"말 많다."
"죄송합니다."
상우는 웃으며 돌아섰다.
하지만 표정은 전혀 죄송한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며칠 뒤에는 승민이 걸렸다.
해원은 현장 철수를 마치고 차에 기대어 서 있다가 승민을 불렀다.
"승민아."
"네, 팀장님."
"요즘 친구들은 옷 어디서 사냐."
승민은 작업 장갑을 벗다가 멈췄다.
"옷이요?"
"응."
"팀장님이 입으실 옷이요?"
"그럼 내가 누구 옷을 물어보겠냐."
승민은 한참 동안 해원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팀장님, 제가 팀장님한테 이런 질문을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왜 다들 그렇게 말하냐."
"그야 팀장님은 옷에 관심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 적이 거의 없으니까요. 항상 작업복 아니면 검은 티셔츠, 회색 후드, 남색 후드. 색깔만 바뀌고 거의 같은 사람처럼 다니셨잖아요."
"옷은 편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일할 때는 그렇죠. 그런데 사람 만날 때는 또 다르죠."
해원은 그 말에 잠깐 멈췄다.
승민은 그 짧은 침묵을 놓치지 않았다.
"사람 만나시나 보네요."
"그런 말 한 적 없다."
"그런 말은 안 하셨는데 표정이 조금 그랬습니다."
"표정이 뭔데."
"약간 들킨 사람 표정이요."
해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승민은 웃음을 참으며 휴대폰을 켰다.
"요즘은 무신사 많이 보고요. 너무 꾸민 느낌 싫으면 그냥 깔끔한 셔츠나 니트 정도가 낫지 않을까요.
팀장님은 너무 어린 스타일로 가면 이상하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현장 바로 끝나고 나온 사람처럼 입으면 또 좀 그렇고요."
"지금처럼이 뭐 어때서."
"팀장님,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말해 봐."
"일 잘하게 생기셨지, 데이트하러 가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해원은 잠시 승민을 바라봤다.
승민은 바로 덧붙였다.
"물론 데이트하러 가신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다 말했잖아."
"아닙니다. 저는 그냥 옷 이야기만 하는 겁니다."
해원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날 밤 해원은 정말로 무신사에 들어갔다.
무신사라는 사이트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오래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었다.
검은 셔츠, 흰 셔츠, 니트, 슬랙스, 청바지, 자켓. 사진 속 남자들은 전부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해원은 한참을 보다가 검색창에 문장을 입력했다.
삼십대 남자 데이트룩.
입력하고 나서 한숨이 나왔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냐."
그래도 검색 결과는 끝까지 봤다.
며칠 사이 해원의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팀 안에 퍼졌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누군가가 생긴 것 같다는 정도는 다들 눈치챘다.
예전의 해원은 일이 끝나면 회식을 하자고 먼저 말하는 날도 많았고, 밥을 먹고 들어가자고 사람들을 끌고 가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달랐다.
일이 끝나면 바빴다.
주말도 바빴고, 저녁도 바빴고, 어떤 날은 커피 한잔하자는 말에도 대충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우섭과 승건도 어느 날 비슷한 말을 했다.
"형, 요즘 너무 바쁜 거 아니에요? 예전에는 일 끝나면 같이 밥도 자주 먹고 그랬는데 요즘은 얼굴 보기가 더 힘듭니다."
우섭이 웃으며 말하자 해원은 장비 가방을 정리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맨날 현장에서 보잖아."
"그건 일하면서 보는 거고요. 저희가 말하는 건 끝나고 사람처럼 보는 거죠."
승건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형 요즘은 끝나면 바로 사라지잖아요.
좋은 일 있으면 좋은 일 있다고 말을 해주면 되는데, 형은 꼭 아무 일 없는 척하다가 다 티가 납니다."
해원은 웃었다.
"좋은 일은 무슨."
우섭은 장난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희는 형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다만 회식을 완전히 버릴 정도로 행복해지는 건 저희도 생각을 못 했습니다."
"우섭아."
"네."
"정리나 해."
"알겠습니다. 이 말 나오면 더 캐묻지 말라는 뜻인 거 압니다."
해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어느 날 기옥이 커피를 마시다가 말했다.
"형."
"왜."
"요즘 여자 생겼다는 소문 있던데."
해원은 피식 웃었다.
"누가 그런 소리 해."
"있어."
"없다."
"진짜?"
"어."
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왜."
"그럼 다행이네."
해원이 눈을 찌푸렸다.
"뭐가."
기옥은 아무렇지도 않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형이 행복하길 바란 건 맞는데."
해원은 기옥을 가만히 바라봤다.
기옥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 정도까지 행복하길 바란 건 아니었거든."
잠깐 정적이 흘렀다.
해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뭐 인마."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옥은 이미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아니 형, 농담도 못 해?"
"김기옥."
"왜."
"이리 와."
"싫어."
"와."
"싫다니까."
"김기옥."
"도망갑니다."
기옥은 진짜로 계단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멀리서 상우가 고개를 저었다.
"또 시작이네요."
승민은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은 진짜 오래 봐도 적응이 안 됩니다."
해원은 계단 쪽으로 사라지는 기옥을 바라보다가 결국 웃고 말았다.
그 웃음이 예전보다 조금 더 가벼워 보인다는 것을 본인만 몰랐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예나는 알바를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가 해원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해원은 늘 그렇듯 가게 근처에 서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조금 달랐다.
머리가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도 깔끔하긴 했지만, 오늘은 확실히 신경 쓴 티가 났다.
옷도 달랐다. 평소의 후드티나 편한 티셔츠가 아니라 차분한 셔츠에 어울리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예나는 잠깐 해원을 바라봤다.
그리고 며칠 동안 자신이 서운해했던 이유들이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연락이 조금 뜸했던 이유.
바빠 보였던 이유.
어딘가 정신없어 보였던 이유.
설마.
정말 설마.
이 사람이 그동안 이런 걸 하고 있었던 건가.
예나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
해원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말했다.
"끝났어?"
예나는 그 말투를 듣고 잠깐 망설이다가 일부러 조금 편하게 대답했다.
"응. 방금 끝났어. 오빠는 언제 왔어?"
"조금 전에."
해원은 자연스럽게 반말로 맞췄다.
예나는 그게 괜히 좋았다.
"오늘 좀 다르네."
"뭐가."
"머리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오빠 원래 이런 스타일 잘 안 입잖아."
"이상해?"
해원은 정말로 걱정되는 얼굴이었다.
예나는 그 얼굴을 보고 결국 웃었다.
"아니. 잘 어울려. 근데 조금 낯설어서."
해원은 티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래?"
"응. 누가 골라줬어?"
"그냥."
"그냥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골랐어."
"오빠가?"
예나는 일부러 눈을 크게 떴다.
해원은 민망한 듯 시선을 돌렸다.
"왜. 내가 고르면 안 되냐."
"안 되는 건 아닌데, 오빠가 옷을 고르면서 고민하는 모습이 잘 상상이 안 돼서."
"나도 옷은 입고 산다."
"그건 알죠. 근데 오빠는 뭔가 옷을 고른다기보다 옷이 있으면 그냥 입는 사람 같았단 말이에요."
해원은 웃었다.
"그렇게 보였어?"
"조금?"
예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해원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분명 달라져 있었다.
그런데 그 변화가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귀여웠다.
이 사람은 티가 안 난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너무 티가 났다.
둘은 천천히 걸었다.
평소처럼 집까지 데려다주는 길이었다.
예나는 일부러 평소보다 조금 더 가까이 걸었다.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였다. 해원은 그걸 알면서도 먼저 손을 잡지는 못했다.
그게 또 해원다웠다.
가까워지고 싶어 하면서도 함부로 다가오지는 않는 사람.
예나는 잠깐 해원의 손을 바라보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을 잡았다.
해원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예나는 모른 척했다.
"손 차갑네."
해원이 말했다.
"가게 안이 좀 추웠어."
"춥다고 말하지."
"말하면 뭐 해줄 건데?"
예나는 말하고 나서 스스로도 놀랐다.
생각보다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다.
해원도 잠깐 멈칫했다.
그리고 웃었다.
"잡아주지."
예나는 괜히 다른 곳을 봤다.
"지금 잡고 있잖아."
"그러네."
둘은 한참 말없이 걸었다.
그 침묵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게 좋았다.
집 근처 골목에 도착했을 때 해원은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다 삼켰다.
예나는 그걸 눈치챘다. 요즘 들어 해원은 가끔 저런 표정을 지었다.
할 말이 있는데, 말해도 되는지 계속 재는 사람의 얼굴.
결국 해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예나야."
예나는 고개를 들었다.
"왜?"
"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
해원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예나도 따라 멈췄다.
골목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멀리 편의점 간판 불빛만 희미하게 보였다.
해원은 예나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요즘 계속 생각하는 게 있는데."
"응."
"우리가 지금 어떤 관계인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예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그 말에 대답하는 순간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 같았다.
지금도 이미 충분히 달콤한데, 이름을 붙이는 순간 더 깊어질 것 같았다.
더 자주 보고 싶어질 것이고, 더 많이 기대하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시간을 내어주게 될 것이다.
예나는 그게 좋으면서도 무서웠다.
해원은 기다렸다.
재촉하지 않았다.
그 기다림 때문에 예나는 더 흔들렸다.
한참 뒤 예나가 조용히 말했다.
"오빠."
해원이 대답하지 않고 예나를 바라봤다.
예나는 웃으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우리 지금도 충분히 좋지 않아요?"
그 말은 거절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답도 아니었다.
해원은 그걸 알았다.
그래서 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예나는 손을 놓지 않았다.
해원도 손을 놓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한동안 같은 골목에 서 있었다.
연인처럼.
하지만 아직 연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애매한 이름으로.
그날 밤 해원은 집에 돌아와 한참 동안 노트를 펴놓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짧게 적었다.
일기.
오늘 예나에게 물어봤다.
우리가 무슨 관계인지.
대답은 들었다.
그런데 들은 것 같지 않다.
예나는 지금도 충분히 좋지 않냐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나도 좋다.
너무 좋다.
문제는 너무 좋아서 이름을 붙이고 싶다는 것이다.
사람은 왜 좋은 것을 그냥 좋은 채로 두지 못할까.
나는 왜 자꾸 확인받고 싶을까.
오늘은 머리도 신경 썼고 옷도 신경 썼다.
상우 말대로 바버샵은 확실히 다르긴 했다.
사만 원은 아직도 조금 아깝다.
그래도 예나가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럼 됐다.
문제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머리도 아니고.
옷도 아니고.
아마 나다.
내가 아직 확신을 주지 못한 것 같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해원은 거기까지 쓰고 펜을 멈췄다.
그리고 한참 뒤 마지막 문장을 덧붙였다.
그런데 대체 뭘 더 해야 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