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정말 장난이었다.
겨드랑이 털이라는 소재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 생각 하나로 시작했다.
한 편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한 편이 두 편이 되었고.
두 편이 다섯 편이 되었고.
행성이 생기고.
박물관이 생기고.
우주가 생기고.
어느 순간부터는 겨드랑이 털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을 읽으며 묻는다.
왜 하필 겨드랑이 털이냐고.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면.
정말 그것도 싫어질까.
정말 그것도 부끄러워질까.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사랑이란 상대방의 아름다운 부분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숨기고 싶어 하던 부분.
그 사람이 부끄러워하던 부분.
그 사람이 스스로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던 부분까지도.
조금씩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은 겨드랑이 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겨드랑이 털을 기르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밀어도 된다.
남겨도 된다.
그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내
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랑의 시선이다.
사랑은 생각보다 허용 범위가 넓다.
어쩌면 사랑이란.
상대방에 대한 허용 범위가 100을 넘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평소에는 신경 쓰이던 것도.
평소에는 이상하게 보이던 것도.
평소에는 부끄럽다고 생각하던 것도.
사랑 안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는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코털도.
눈곱도.
삐친 머리카락도.
작은 흉터도.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라면 충분히 사랑스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그 사람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몸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일부이며.
사랑은 그 존재를 조금 더 넓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라고.
그 말을 하고 싶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겨드랑이 털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사랑도 원래는 그런 것인지 모른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해서.
어느 순간 세상을 다르게 보게 만드는 것.
만약 이 연작을 읽고.
누군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거나.
자신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혹시라도.
읽는 동안 몇 번 웃었다면.
그 또한 충분하다.
사실 나도 쓰면서 많이 웃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