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한다. 지방선거 이후 투과지구에 “분양가 상한제 추가 지정 + 채권입찰제” 소문은 유주택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전면 시행도 아니고 일부 지역만이니 괜찮지 않냐"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이 '일부'는 호재 중에서도 끝장 호재다. 그 분은 이것이 서민을 위한 공급 안정책이라 믿겠지만, 현장을 아는 사람은 안다. 이 정책의 최종 수혜자는 무주택 서민이 아니라, 서울에 집을 쥐고 있는 여러분 들이다.
1. 투과지구 전면 시행 — 다주택자는 속으로 웃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투과지구 분양가 상한제 전면 시행은 재건축 시장에 대한 사망선고다. 그분은 이렇게 말할것이다. "분양가를 묶어야 집값이 안정되고 서민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얻는다고". 그러나 시장이 그분의 뇌피셜대로 움직였는가. 역대 최고의 아파트 상승률를 이끈 훌륭하신 분이 아니던가. 분상제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성이 있는 곳은 이미 끝났다. 강남3구 알짜 단지들은 2010년대에 마무리됐고, 그나마 논의가 남아있는 곳들은 하나같이 사업성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단지들이다. 용적률 문제로 일반분양 물량이 나오기 어려운 단지, 소형 평형 비율이 높아 조합원 부담금이 수억 원에 달하는 단지, 경사지·협소 부지로 건축비가 평지 대비 20% 이상 초과하는 단지들이다. 게다가 용적율 인센티브도 그냥올려주는가. 임대요구는 더 커지지 않는가.
이런곳에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건설사는 수주를 포기하고, 조합은 해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간의 신규 공급마저 증발하고, 기존 주택의 희소성은 수직 상승한다. 재건축 황금기는 이미 지났고, 분상제는 시들어가는 꽃에 마지막 서리를 내리는 격이다. 정책은 "집값을 잡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집 있는 자의 자산을 영구 보전해준다"가 된다. 다주택자로서 이보다 반가운 선물이 없다. 속으로 웃음이 나올수 밖에 없는 일이다.
2. "한강벨트만 선별시행" — 더 정교한 악수(惡手)
그분은 또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전면 시행도 아니고 한강벨트 일부만 추가 지정하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고. 오히려 이 '산별적 추가 지정'이 전면 시행보다 더 호재다. 완벽한 끝장 호재.
강남3구는 이미 상한제로 묶여 있다. 여기에 한강벨트가 추가되면 서울 프리미엄 주거 공급 라인 전체가 사실상 봉쇄된다. 그런데 한강벨트는 강남3구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다. 강남은 상한제를 씌워도 사업성이 버텨주는 구조지만, 마용성은 그 사업성의 균형이 한없이 아슬아슬한 구간이다. 마포 성산·망원, 성동 금호·옥수, 용산 이촌 일대, 이 지역 재건축은 건축비 상승과 조합원 부담금 압박이 겹치는 지금 시점에서 분양가 상한제라는 변수 하나로 줄줄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이 고운 사기그릇도 금이 가면 끝이다. 선별적으로 지정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사실상 서울 핵심 주거 벨트의 공급 파이프를 통째로 막는 효과를 낸다. 여기에 더해 시장에 발신되는 신호는 더욱 파괴적이다. 그동안은 "서울 핵심지를 빼고는 공급이 없다"는 메시지가 "서울 핵심지 신규 공급도 이제 없다"는 메시지로 변화되어 기존 보유자의 매도 심리는 완전히 동결되고, 구축 아파트의 희소성 프리미엄은 더욱 강화된다. 의도는 가격 안정이겠지만 결과는 핵심지 공급의 소멸이다. 어불성설(語不成說) 정책이 현실에서 반복되고 있다.
3. 우리는 이미 이 영화 예고편을 보았다.
기억이 짧은 것인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것인가. 불과 두달 전 우리는 '부동산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의 결말을 직접 목도했다. 논리는 그럴듯했다. 다주택자를 옥죄면 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집값이 안정되고 하나를 팔면 전월세 수요 하나가 줄어드니 전월세 시장도 문제 없다고 그 분은 말했다. 전월세 부족사태가 나타날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가짜 뉴스라고 매도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매물이 증가하면서 전월세는 급격히 감소했고 지금은 전형적인 매물 잠김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정책의 결과는 전·월세가 싸가 마른 '임대 절벽'이다. 그래서 일단 사고보자 하는 수요가 급증하여 오히려 중저가 아파트는 더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매수여력이 없는 임차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하고 나서 수천만 원 폭등한 전세를 고스란히 맞닥뜨렸다. 정책이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던 바로 그 사람들에게 정책은 깊은 상처를 입히고 있다. 그것을 달래주려고 민생지원금을 또 뿌리는가 본데 계속되는 현금 살포정책 또한 인플레와 환율로 서민물가만 폭등시키고 있지 않는가.
다주택자를 잡겠다는 정책이 무주택자를 더 깊은 나락으로 밀어넣는 이 역설을, 우리는 통계가 아니라 삶으로 확인했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도 동일한 경로를 밟을 것이다. 공급을 틀어막는 방식으로 집값을 잡은 전례는 역사에 없다.
4. 문제의 본질 —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이 모든 정책 실패의 근원에는 한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 부동산을 몇번 사고팔아본 적 없는 사람이, 또는 내집 마련이 절실해서 부동산 시장에 적극적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기득권의 헛소리"로 일축하며 독단적으로 정책을 집행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을 하나 떠올려야 한다.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신 그 분이 자신의 아파트를 매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것이 자신이 발표한 정책에 정면 위배되어 조합원 지위 양도가 안되는 현금 청산 대상이라 아무도 사지 않는, 즉 팔래야 팔수도 없는 아파트 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다. 시장을 한 번도 체감한 적 없는 사람이 시장을 통제하려 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무지"의 발현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 했다. 시장을 알아야 시장을 이긴다. 그러나 시장을 모르는 자가 전문가를 배척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정책 레버를 당기면 반드시 시장에 패한다. 그리고 그 패배의 청구서는 언제나 무주택 서민에게 날아간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진다는 성경의 경고가 새삼 떠오른다.
결과는 이미 예정돼 있다. 유주택 천당, 무주택 지옥. 의도와 결과의 이 참혹한 역전을, 우리는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해서 목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인다. 분상제 추가 지정 발표가 가시화 된다면 해당 지역 준공 5~15년 차 구축 아파트는 무조건 매수관점에서 면밀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핵심 지구 민간공급도 공급이 봉쇄되어 이 구간의 희소성 프리미엄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정책의 허점이 만들어주는 기회는, 정책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자만이 포착한다. 어리석은 정책이 반복될수록, 시장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자산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