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면서 가장 답답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보유세를 올리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가한다"는 말입니다. 이건 반만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정확히는, 보유세 자체가 전가되는 게 아니라 보유세가 '공급을 막아서' 결과적으로 전월세가 오르는 겁니다.
임대료는 집주인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결정합니다. 보유세가 100만원 올랐다고 집주인이 "그럼 월세 100만원 올립니다"라고 하면 세입자가 순순히 받아줄까요? 시장에 빈집이 넘쳐나면 세입자는 다른 집으로 갑니다. 결국 집주인은 시세에 맞춰 세입자를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가 관세를 매긴다고 물가가 무조건 폭등했습니까? 소비자가 물건을 안 사면 관세도 전가되지 않습니다. 보유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왜 보유세 오르면 전월세가 오르는 걸까요?
여기서 핵심이 나옵니다. 보유세가 오르면 '임대수익률'이 떨어집니다.
수익률 = (임대수익 - 보유세) / 매매가
보유세가 오르면 분자가 작아지니 수익률이 떨어지는 겁니다. 그럼 투자자들이 더 이상 주택을 매입하지 않습니다. 주식이나 다른 자산이 더 수익률이 높으니까요.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사람들이 집을 안 사니까 건설사가 집을 안 짓습니다. 분양이 안 되는데 미쳤다고 집을 짓겠습니까? 특히 지금처럼 공사비가 치솟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못 받으면 아예 사업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신축 공급이 끊기고,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전월세가 오르는 겁니다. 이게 우리가 "보유세가 세입자에게 전가된다"고 느꼈던 진짜 이유입니다.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보유세로 수익률을 억지로 낮춰도 소용없습니다. 공급이 끊기면 전월세가 계속 오르고, 어느 순간 수익률이 다시 만족스러워지면 매매가도 다시 오릅니다. 보유세를 올린다고 신축 아파트가 자라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문제는 계속 오르는 전월세인데,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수익률만 낮추려다 보니 전월세는 오르는데 공급은 계속 끊기는 악순환이 생긴 겁니다.
결국 고통받는 건 보유세 올린 만큼 공급이 끊겨서 높은 전월세를 부담해야 할 일반 세입자들입니다. 이게 정말 박수 칠 일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