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주말 집구석에 콕 처박힌
입문용 원투 낚싯대 세트 5만 원에 올렸습니다
올린 지 5분 만에 구매자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지금 바로 갈 건데, 혹시 이거 오늘 바로 쓸 수 있게 세팅되어 있나요?
네, 라인 다 감겨 있고 채비도 몇 개 넣어놨어요
좋습니다. 10분 뒤에 뵙죠
약속 장소인 편의점 앞으로 나갔더니
웬 60대 아저씨와 SUV 한 대가 서 있는데
트렁크에 이미 낚시 장비가
풀세팅 되어 있더라구요
아저씨가 내 낚싯대를 슥~ 보더니 눈이 반짝거리심
오, 관리 잘하셨네.
근데 총각, 이거팔고 낚시 오늘 어디 가려고?
아뇨, 전 이제 접으려고 파는 건데요...
에이,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나 지금 바로 강화도 앞바다 던지러 갈 건데
시간 있으면 같이 가서 손맛이나 좀 보지?
내 차에 장비 남는 거 많아!
처음엔 왓더?...😯했는데
아저씨 인상이 너무 선하시고
마침 나도 주말에 할 게 없었으니
홀린 듯이
어... 그럼 가서 구경만 할까요? 하고
조수석 타버렸네요
ㅋㅋㅋ (이때까지만 해도 내 장기 걱정 살짝 함)
강화도 도착하니까 이미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고
아저씨는 진짜 고수!!
내 낚싯대 대금 5만 원을 현금으로 주시더니
자, 이건 복비고! 오늘 내가 회 맛 보여줄게
라면서 편의점에서 맥주랑 안주를 쓸어 담으심요
아저씨랑 나란히 앉아서 찌 보고 있는데
진짜 물고기가 미친 듯이 올라왔어요
총각, 자네 캐스팅 폼이 아주 예술이야!라며
아저씨가 폭풍 칭찬을 ㅎㅎㅎ
저도 신나서 군대 얘기, 연애 고민 다 털어놓고
거의 20년 지기 술친구 급으로 친하게 얘기했습니다
물안개 피어오르는데
아저씨가 트렁크에서 버너랑 냄비 꺼내더니
아까 잡은 우럭이랑 이름 모를 잡어들 넣고 매운탕 끓이기 시작하시더라구요
와~ 진짜 밖에서 먹는 매운탕은
차원이 다르더라구요
수제비 사리까지 야무지게 넣어서 아침 햇살 받으면서 한 그릇 비우는데 이게 행복이지 싶더라구요😁
거봐, 팔길 뭘 팔아
그냥 나랑 가끔 이렇게 다니자고
낚싯대는 내가 보관해 줄게! 나두 심심하구 ㅎㅎ
아니 아저씨
돈은 제가 받았는데 낚싯대까지 맡아주시면 어떡해요 ㅋㅋㅋ
결국 아침 9시쯤 동네 입구에 내려주시고
담주엔 용인 저수지에 가기로 했네요 ~
내 손에는 물건 판 돈 5만 원이랑
아저씨가 싸준 남은 매운탕 한 봉지만 들려 있고
낚싯대는 다시 그 아저씨 차에 실려 떠났습니다
살다보니 이런일이 다 있었네요 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