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하러 나갔다가 패션 테러리스트 된 썰
여러분 당근 거래하러 나갈 때
제발 거울 한 번만 보고 나가세요
전 오늘 제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역대급 흑역사를 생성하고 왔습니다 ㅋㅋㅋ
사건은 오늘 오후에 터졌어요
집에서 뒹굴거리며 넷플릭스 보고 있는데
며칠 전 올려둔 안 쓰는 가습기 채팅이 오더라고요
"지금 집 앞 1분 거리인데 바로 가능할까요?"
오예 쿨거래다! 싶어서
빛의 속도로 거실에 굴러다니던 롱패딩만
잠옷 위에 대충 걸치고 나갔습니다
당연히 밑에는 제가 제일 아끼는
분홍색 짱구 잠옷 바지였죠 ㅋㅋㅋ
심지어 양말도 안 신고
삼선 슬리퍼 끌고 터덜터덜 나갔습니다
멀리서 누군가 서 있길래
'아 저분이구나' 하고 가까이 갔는데
세상에...
모델인 줄 알았습니다
키 180은 훌쩍 넘어 보이는 훈남분이
코트에 슬랙스까지 풀세팅하고 서 계시더라고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제 발끝을 봤는데
롱패딩 밑으로 펄럭거리는
분홍색 짱구의 얼굴과...
그 사이로 보이는 제 맨발...
하필이면 바람은 왜 그렇게 부는지
패딩 자락이 휘날릴 때마다
제 잠옷 바지가 아주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더라고요 ㅋㅋㅋ
상대방분도 당황하셨는지
제 얼굴은 안 보시고 자꾸 바닥만 보시면서
"아... 네... 물건 잘 쓸게요..."
하시는데 목소리는 또 왜 그렇게 좋으신 건지 ㅠㅠ
돈 받고 돌아서서 오는데
뒤통수가 따가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현타 와서
그 잠옷 바지부터 세탁기에 처넣었네요
여러분은 당근 거래 나갔다가
복장 때문에 민망했던 적 없으신가요?
전 이제부터 집 앞 1분 거리라도
무조건 청바지 입고 나갈 겁니다 ㅋㅋㅋ
진짜 오늘 제 패션은 테러 그 자체였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