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이스트 생활 10년 차, 진짜 별의별 진상들 다 만나봤다고 자부했는데... 어제 겪은 일은 아직도 손이 떨려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9시쯤이었어요. 마감 준비를 하는데 예약도 안 한 커플이 들어오더군요. 남자는 덩치가 꽤 컸고, 여자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남자의 팔을 꼭 붙들고 있었어요. 아니, 자세히 보니 붙든 게 아니라 남자한테 팔이 꽉 잡혀 끌려오는 모양새였죠.
"등판에 이거 하나만 빨리 새겨주죠. 돈은 두 배로 줄 테니까."
남자가 카운터에 던지듯 내민 건 구겨진 종이 한 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자의 셔츠 뒷덜미를 거칠게 걷어 올리는데, 여자가 "으윽..." 하고 신음을 참더라고요. 여자의 등은 이미 멍 자국으로 얼룩덜룩했습니다.
저는 가정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을 직감하고 일단 돌려보내려 했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내민 도안을 확인한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그건 평범한 그림이나 레터링이 아니었어요. 숫자 8자리와 기하학적인 무늬가 섞인, 아주 기괴한 바코드였습니다.
일반인들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예전에 타투이스트 커뮤니티에서 경고문으로 올라왔던 그 글을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요즘 해외 불법 사이트에서 사람을 '물건'처럼 거래할 때, 납치한 피해자들을 구분하기 위해 몸에 새긴다는 그 고유 식별 코드였습니다.
이 여자는 지금 여자친구가 아니라, 어딘가로 팔려가기 직전의 '상품' 취급을 받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침을 꼴깍 삼키고 최대한 태연한 척 연기했습니다.
"아, 손님. 이 도안은 선이 얇아서 전용 바늘로 교체해야 해요. 창고에서 좀 찾아올게요. 5분만 기다려주세요."
남자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저를 쏘아봤지만, 저는 덜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안쪽 시술실로 들어와 문을 잠갔습니다. 그리고 소리 없이 112 버튼을 눌렀죠.
"지금... 제 가게에 수배 중인 범죄 조직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자가 잡혀 있어요. 살려주세요."
경찰이 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이었지만, 밖에서 "야, 안 나와? 빨리빨리 좀 하자!" 하고 소리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 그 시간이 저에게엔 10년 같았습니다.
결국 그 남자는 어떻게 됐냐고요? 경찰이 들이닥치자마자 뒷문으로 도망치려다 테이저건을 맞고 그 자리에서 체포됐습니다.
퍼왔지만 세상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