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로 서른여섯이 된 직업인입니다.
20대 초반 대학생 시절에 미팅으로 만나 지금까지 무려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사람만 바라보며 연애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 20대와 30대의 모든 기억에는 이 사람이 남겨져 있어요. 취업 준비의 고단함도, 사회 초년생 시절의 눈물도 모두 함께 버텨온, 저에게는 가족이자 가장 친한 친구, 그리고 유일한 연인입니다. 남들처럼 크게 권태기가 왔던 적도 없고, 지금도 만나면 편안하고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30대 초반이 되었을 때,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시집을 가기 시작하면서 은근슬쩍 얘길 꺼낸 적이 있어요. "우리도 이제 나이가 좀 차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까?" 하고 물었죠. 그때 남자친구는 "아직 자리도 덜 잡았고, 모아둔 돈도 부족하니 조금만 더 기반을 잡고 하자"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말에 수긍했고, 남자를 재촉하고 싶지 않아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벌써 15년째입니다. 이제는 양가 부모님도 "그쯤 만났으면 합치든지 결판을 내라"며 다그치다 지치셨는지, 요즘은 아예 언급조차 안 하십니다. 명절이나 가족 행사가 올 때마다 제 마음만 바늘방석이에요.
최근에 용기를 내어 정말 진지하게 물어봤습니다.
"우리 벌써 15년 만났어. 나도 이제 나이가 있고, 더 늦기 전에 가정을 꾸리고 싶어. 자기는 결혼 생각이 있긴 한 거야?"
돌아온 대답은 제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들었습니다.
"미안해. 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솔직히 요즘 세상에 결혼이 꼭 필수인지 잘 모르겠어. 지금처럼 연인으로 지내는 것도 너무 좋은데, 왜 꼭 결혼이라는 틀에 얽매여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짊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원한다면 노력은 해보겠는데, 당장 확답은 못 주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남들은 1, 2년만 연애해도 결혼 결정을 잘만 내리는데, 15년을 함께한 저는 여전히 '노력해 볼게'라는 불확실한 대답 뒤에 서 있어야 하더라고요.
저는 화려한 결혼식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이 사람과 합법적인 부부가 되어 소소하게 일상을 공유하며 늙어가고 싶고, 가능하면 아이도 낳고 싶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마인드는 확고한 비혼주의에 가깝거나, 적어도 저와의 결혼을 간절하게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요.
지금 헤어지면 제 15년의 세월이 통째로 날아가는 것 같아 무섭고 억울합니다. 이 나이에 다시 누군가를 만나 처음부터 시작할 엄두도 안 나고요. 하지만 이대로 기다리다간 40대가 될 때까지 '만년 여자친구'로만 남을 것 같아 피가 마릅니다.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이제는 정말 헤어지는 게 정답일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