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시절
소풍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면 아이는 부모님을 졸라 겨우 겨우 카메라를 얻어내곤 했습니다.
어렵게
카메라를 얻어낸 날이면 아이는 늘 어떤 필름을 사야 할런지 고민에 빠져야 했습니다.
필름은
24장 짜리도 있었고, 36장이 찍히는 것도 있었고, 또 칼라 필름으로 할 것인지 흑백 필름으로 할 것인지도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어떤 필름으로 할 것인지 고민이 끝나면
아이는 쏜 살 같이 사진관으로 달려 갔습니다.
"아저씨 36방 짜리 하나 하고,
흑백 24방짜리 하나 주세요."
그렇게 필름을 사면
빛이 안들어오는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야 했습니다. 필름에 빛이 들어가기라도 하면 사진 한장 건질 수도 없다는 불안감이 아이의 머리속을 맴돌아 다녔으니까요.
필름을 넣고 나면 이번엔
몇 바퀴를 돌려 안착을 시키고 연습삼아 셧터 몇번을 누른 후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카메라를 가방속에 고이 모셔 두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이 주신 비싼 카메라는 촛점을 맞춰야 하고 조리개 값을 정해줘야 하기 때문에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든게 갖춰지면
아이는 보란 듯 셧터를 누르곤 하였지요. 그럴 때면 마치 자신이 무슨 사진 작가라도 된냥 아이들 앞에서 온갖 폼을 잡으며 여기로, 저기로, 표정은 이렇게.....온갖 구실을 붙여가며 그럴듯한 사진 한장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지요.
그러다 문득
아! 이건 흑백사진으로 찍으면 더 멋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도 필름 한통을 다 쓸 때까지 찍고 싶은 흑백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럴때 아이는
가슴속에 조바심이 일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사진을 찍는다고 모든게 끝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다 찍고 나면 필름을 꺼내 필름 보관통에 넣은 후 다시 사진관으로 달려가 현상을 해야 했으니까요.
" 아저씨 사람 수 대로 뽑아주세요."
그러면 사진관 아저씨는 늘 저 뒤에 잘 나오지도 않은 아이까지 뽑아 주는 통에 늘 나머지 사진은 아이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현상된 사진들은
앨범에 차곡 차곡 추억으로 쌓여가고 어느날 그 아이들은 모두 어른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휴대폰이 있어 찍고 싶은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삭제해 버리는 참 편리한 시절에 살고 있지만
"사진이 잘 나왔을까?"
밤잠을 설쳐가며 궁금해 하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꺼내 한장 한장 바라 보며 행복해 하던 그 시절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다음주 걷게될, 혹은 걸을 수도 있는 서울 도심을 걸으며, 여러분께 전해 줄 흑백사진들속 이야기들을 컬러로 복원하는 작업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저라고
모든 기억을 다 하고 있는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