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생각 없이 장을 보러 갔습니다.
저녁에 먹을 반찬이나 몇 가지 사서 들어갈 생각이었죠.
평소처럼 카트를 밀고 천천히 매장을 둘러보는데,문득 제 시선이 한 가족에게 멈췄습니다.
젊은 부부와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카트에 앉아 두 다리를 흔들며과자를 하나 집어 들고는 말했습니다.
“엄마, 이거 사주면 안 돼?”
엄마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아이는 금세 입술을 삐죽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더군요.
“오늘은 하나만 고르자.”
그 순간이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제 기억의 문을갑자기 열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20년 전.
마트에서,바로 저 모습으로,
우리 가족도 있었던 겁니다.
카트에 앉아 까르르 웃던 아이.
과자 코너만 지나가면세상 모든 과자를 다 사달라고 떼쓰던 아이.
장난감 코너 앞에서는바닥에 주저앉아 울기도 했고,
그 모습을 보며 저는한숨을 쉬고,남편은 아이를 달래곤 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돈도 부족했고,시간도 부족했고,몸은 늘 피곤했습니다.
“언제 좀 크려나…”
그 말이 입버릇이었죠.
그런데…
마트 한가운데 서 있는 저는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빨리 지나가길 바랐던 시간들이
사실은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간이었더군요.
집으로 돌아온 저는괜히 서랍 깊숙이 넣어둔 사진첩을 꺼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 속 저는 젊었고,
아이들은 제 품에 안길 만큼 작았고,
부모님은 지금보다 훨씬 건강한 모습으로환하게 웃고 계셨습니다.
그 사진을 보는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평범한 하루가 추억이 될 줄.
당연했던 사람이 그리운 사람이 될 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이그렇게 소중한 시간이었을 줄.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다가문득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올랐거든요.
시간은 정말 빠릅니다.
오늘은,, 그리운 엄마에게..전화 한 통 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요즘 어떤 순간에 가장 울컥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