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 마시는 차에 관한 정보교환 및 추천, 남녀노소 모두 차를 중심으로 차에 관한 이야기와 차 나눔, 시음기 등 활발한 온라인 교류를 통해 다도 및 차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나누는 곳 입니다. 나이, 성별, 지역에 상관없이 자신이 즐기는 차를 공개하고 시음기를 올리어 차에 관한 담소를 나누는 카페입니다. 차상인은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경기도
음식/음료
Nayamuru
인증 30회 · 3일 전
노차두(老茶頭)
보이 숙차를 만들 때는 찻잎을 쌓아두고 물을 뿌려 미생물 발효를 유도하는 악퇴(渥堆)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미생물이 번식하면서 열이 나고, 찻잎 내부에서 당 성분(펙틴)이 흘러나오게 되는데 특히 싹과 어린잎(아엽)처럼 영양과 수분이 많은 부위들이 이 펙틴 성분 때문에 발효 무더기 안에서 서로 단단하게 뭉치게 됩니다. 작업자들이 갈퀴로 무더기를 뒤집으며 풀어주어도(번퇴해괴), 끝까지 풀리지 않고 알갱이처럼 뭉쳐 남은 덩어리들이 바로 차두(茶頭)입니다. 전체 숙차 생산량의 약 1% 안팎만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자연 발생적인 부산물입니다.
여기에 '늙을 노(老)' 자가 붙은 이유는, 막 나온 차두는 덩어리 중심부까지 완벽히 발효되지 않거나 숙향이 강할 수 있어서 수년간 부드럽게 진화(숙성)시킨 후 출시하기 때문입니다. 마데자루에 담아 창고에 넣어서 서자취급 당했던 것입니다.
끝없는 내포성으로 찻잎이 철병처럼 워낙 꽉 뭉쳐 있어서 물이 내부로 천천히 침투합니다. 일반 숙차가 7~8포에서 연해진다면, 노차두는 10포, 심지어 20포 이상 우려도 탕색과 맛이 진하게 유지될 정도로 내포성이 압도적입니다. 어린잎과 싹이 뭉쳐진 경우가 많고 펙틴 성분이 응축되어 있어, 일반 숙차보다 단맛이 아주 강하고 질감이 두터웁니다. 마시는 사람들에 따라 숭늉이나 누룽지 같은 구수한 향, 혹은 묵직한 다크 초콜릿 같은 풍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오래 우려도 떫거나 쓴맛이 거의 올라오지 않고 맛이 튀지 않아, 탕색이 핏빛 와인처럼 진해져도 목 넘김이 아주 순하고 편안합니다.
노차두는 워낙 단단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식으로 쓱 우려내면 첫 두세 판은 맛이 너무 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첫 탕을 버리는 윤차 단계를 거칠 때, 뜨거운 물을 붓고 잠시 시간을 두어 단단한 덩어리가 살짝 피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개완이나 자사호로 우려도 좋지만, 아예 보온병에 넣고 진하게 우려두거나 약불에 뭉근하게 끓여 마시는 주차(煮茶) 방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차이기도 합니다. 끓일수록 특유의 달고 구수한 맛이 극대화됩니다.
과거에는 부산물이라며 저렴하게 취급되기도 했지만, 특유의 맛과 희소성 때문에 지금은 어엿한 차품 라인업(대익 노차두 등)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다만 간혹 발효 과정이나 보온 보관이 잘못되어 퀴퀴한 잡내(습창 냄새)가 심한 개체도 있으므로, 노차두를 고르실 때는 탕색이 탁하지 않고 투명한지, 숙향이 지나치게 불쾌하지 않고 깔끔한지 살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차의 출처를 잃어버려 2000년대초반 혹은 1990년대 후반 맹해지역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워낙 오랫동안 창고에 있었기에 판매자의 정보에 의존하는데 중국상술로 미루어 짐작하면 일반적인 참고사항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