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 마시는 차에 관한 정보교환 및 추천, 남녀노소 모두 차를 중심으로 차에 관한 이야기와 차 나눔, 시음기 등 활발한 온라인 교류를 통해 다도 및 차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나누는 곳 입니다. 나이, 성별, 지역에 상관없이 자신이 즐기는 차를 공개하고 시음기를 올리어 차에 관한 담소를 나누는 카페입니다. 차상인은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경기도
음식/음료
Nayamuru
인증 29회 · 1개월 전
2008년 노반장 생차
차연에서 압제한 노반장 생차병
노반장(老班章) 이름만으로도 차인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 맹렬한 기운은 본래 2008년의 어느 봄날, 노반장의 고차수 가지 끝에서 돋아난 여린 잎이었다. 당시 산차(散茶)의 형태로 세상에 나와 숨을 고르던 이 잎들은, 2년 뒤인 2010년 겨울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람의 손길을 거쳐 둥근 달의 형상으로 굳어졌다.
차를 조심스레 갈무리해본다. 수공으로 정성껏 눌러 만든 ‘수공긴압’ 특유의 성긴 듯 단단한 질감이 손끝에 닿는다. 기계의 차가운 압력이 아닌, 사람의 체온과 힘이 깃든 긴압은 찻잎 사이에 적당한 숨구멍을 남겨주었을 터다. 그 빈틈 사이로 십수 년의 세월이 드나들며, 노반장 특유의 강렬한 패기를 너그럽고 깊은 풍미로 다듬어냈으리라.
차를 우리는 시간은 곧 기다림의 시간이다. 탕색은 오랜 세월을 견디며 짙은 호박색이나 맑은 대추색을 보여준다. 첫 잔을 입에 대면 노반장 특유의 쌉싸름한 고미(苦味)가 혀를 스치겠지만, 이내 터져 나오는 압도적인 단맛과 목을 타고 올라오는 시원한 회운(回韻)은 이 차가 왜 '왕'이라 불리는지를 증명할 것이다.
신림동 차연에서 임석교 선생의 바지런한 손놀림을 거친 순수 모료를 맷돌같은 돌위에 직접 올라가 20여분 동안 누른 생차병이다. 2008년의 햇살과 2010년의 겨울바람, 그리고 수년간의 기다림이 빚어낸 이 한 잔의 차는 오늘 '느림의 미학'을 속삭인다.
치열했던 하루의 끝, 잘 익은 노반장 한 잔을 마주한다. 뜨거운 물 속에서 18년 전의 찻잎이 기지개를 켜듯 피어오를 때, 나의 시간 또한 그윽한 향기 속으로 평온하게 잦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