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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음식/음료
Nayamuru
인증 30회 · 1개월 전
2006년 두기 이무교목청병 易武喬木靑餠
2006년 두기 이무교목청병 易武喬木靑餠
찻장을 정리하다 문득 빛바랜 종이에 싸인 차 한 편을 꺼내 든다. 2006년 운남의 깊은 산세 속에서 태어난 두기 이무교목청병(생차를 청병이라 말한다)이다. 스무 해 가까운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이 찻덩어리에는 두기 차업의 창업주가 품었던 초심과, 이무 산의 온화한 햇살이 고스란히 박혀 있다.
포장지를 갈라보니 세월의 무게만큼 짙어진 찻잎들이 얼굴을 드러낸다. 뜨거운 물을 붓자, 마치 잠자던 고목이 기지개를 켜듯 은은한 향이 피어오른다. 이무의 차는 본래 성정이 순하다 했던가. 첫 잔을 입에 머금으니 청년 시절의 거친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매실의 산미와 묵직한 장향(樟香)이 혀끝을 부드럽게 감싼다.
교목(喬木), 즉 키 큰 나무의 뿌리가 땅속 깊은 곳에서 길러 올린 미네랄은 이제 호박색 찻물에 녹아들어 내 몸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한 모금 넘길 때마다 목을 타고 흐르는 그 매끄러운 질감은, 모난 세월을 깎아내며 둥글게 익어온 노차(老茶)만이 줄 수 있는 위로다.
마시고 난 뒤 입안에 은은하게 감도는 단맛, 즉 회감(回甘)은 이 차가 살아온 시간을 증명한다. 2006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을 정제해온 인내의 훈장인 셈이다.
차 한 잔을 비우며 생각한다. 우리네 삶도 이무의 찻잎 같기를. 젊은 날의 떫고 강한 기운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단맛으로 변하고, 타인에게는 부드러운 목 넘김 같은 따스함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찻잔 속에 담긴 20년의 세월이 오늘 나에게 나지막이 속삭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