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를 마시는 모든 분들이 함께하는 공간입니다🍵
🎀 마시는 차(茶)를 소개해 보아요.
🎀 좋아하는 차(茶)를 추천해 보아요.
🎀 차(茶)를 마시고 감상을 나눠 보아요.
🎀 차(茶)에 관한 궁금한 것들을 묻고 답해 보아요.
🎀 차(茶)와 관련 된 여러 정보를 서로 공유해 보아요.
#차 #茶 #6대다류 #중국차 #대만차 #일본차 #한국차 #서양차 #차나무 #녹차 #백차 #황차 #청차 #우롱차 #홍차 #흑차 #보이차 #육보차 #서호용정 #태평후괴 #육안과편 #벽라춘 #황산모봉 #신양모첨 #안길백차 #군산은침 #백호은침 #월광백 #백모단 #공미 #수미 #노백차 #철관음 #대홍포 #무이암차 #봉황단총 #포종 #동정오룡 #홍오룡 #동방미인 #수선 #기문 #정산소종 #고수차 #绿茶 #白茶 #黄茶 #青茶 #乌龙茶 #红茶 #黑茶 #普洱茶 #잉글리쉬브렉퍼스트 #얼그레이 #다즐링 #아쌈 #실론 #우바 #TWG #포트넘앤메이슨 #마리아쥬프레르 #다만프레르 #스티븐스미스티 #리쉬티
경기도
음식/음료
Nayamuru
인증 31회 · 1개월 전
2014년 경매 소타차
2014년 경매 소타차
나이를 먹는다는 건, 거창한 지혜를 얻는 게 아니라 그저 내 몸 하나 누일 자리를 정갈히 하고, 입안으로 들어가는 것들의 정체를 찬찬히 살피는 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느 지인이 귀한 것이라며 건네준 ‘경매’라는 이름의 소타차를 앞에 두고 나는 잠시 망설였다. 겉모습은 그저 바싹 마른 낙엽 뭉치 같기도 하고, 뒤뜰 구석에 잊힌 채 쌓인 묵은 먼지 같기도 해서였다.
찻물을 끓이는 동안 나는 괜스레 창밖의 빈 가지를 응시했다. 물이 끓는 소리가 잦아들 무렵, 조심스레 떼어낸 찻잎 위로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 순간, 죽어 있던 것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첫 잔을 입에 머금으니, 아, 이건 도무지 삿된 것이 아니다. 경매산의 수천 년 된 고다수(古茶樹)들이 안개를 먹고 자랐다더니, 과연 입안에 가득 차는 것은 액체가 아니라 서늘하고도 맑은 숲의 정기였다. 흔히들 보이차라 하면 쿰쿰한 흙냄새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 경매의 차는 달랐다. ‘란향(蘭香)’이라 부르는 그 은은한 난꽃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는데, 그게 요염하게 유혹하는 향이 아니라 선비의 방 안에서 수줍게 피어난 맑은 기품을 닮았다.
차를 목 뒤로 넘기고 나면 혀끝에 남는 회감(回甘)—즉, 되돌아오는 단맛—이 일품이다. 인생의 쓴맛을 다 보고 난 뒤에야 비로소 느껴지는 아주 뒤늦은 위로 같다고나 할까. 처음엔 조금 떫은가 싶다가도 이내 침샘을 자극하며 올라오는 그 들큰한 기운이, 마치 팍팍한 살림살이 중에도 문득 자식놈의 웃음소리에 시름을 잊는 어미의 마음과도 같다.
차를 마시는 내내 나는 운남성 어느 깊은 산골의 안개 낀 차밭을 상상했다.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곳에서 제 스스로 깊어지며 견뎌온 시간들. 그 기나긴 세월을 이 작은 찻잔 하나에 온전히 담아냈으니, 이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찻잔 바닥이 보일 때쯤, 몸이 훈훈해지며 뒷목으로 가벼운 땀방울이 맺혔다. 막혔던 혈이 뚫리는 기분이라기보다는, 묵은 감정의 찌꺼기들이 차 한 잔의 기운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산다는 게 결국 이런 것 아니겠나. 쓰디쓴 세월을 묵히고 묵혀, 결국엔 향기로운 단맛으로 돌려주는 것. 오늘 나는 경매의 찻물 한 잔에서, 남은 생을 조금 더 정갈하게 버텨낼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