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의 공해상에 비밀스럽게 정박 중인 한 호화 요트가 있었습니다. 이 요트의 선실에서는 세계 정보기관들의 감시를 피해 국제 범죄 카르텔의 보스들이 각자 측근 한두 명만을 동행한 채 회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기적으로 만나 조직 간의 업무를 조율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지금처럼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를 자랑하듯 떠들어대는 시시한 모임이었습니다.
이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 모임을 ‘금수회의’라고 불렀습니다. 금수, 즉 짐승만도 못한 자들의 모임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미 이야기를 마친 네 명의 보스들은 이번에는 보스 ‘잭’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이날 네 명의 보스는 마치 진실게임을 하듯 각자 자신의 오랜 전문 분야와 관련된 범죄담을 늘어놓았습니다. ‘조커’는 국제 금융 사기, ‘퀸’은 국제 미술품 절도, ‘에이스’는 국제 마약 밀매, ‘킹’은 국제 위조지폐 제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잭’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차를 하나 훔쳤는데 이게 아주 대박이 난 거야. 엄청난 게 실려 있었던 거지. 나중에야 알게 된 거지만 그 그림들의 화풍이 솔거풍이라고 하더군. 당시에 난 그런 것도 모르고 확인해 보지도 않은 채 이정도면 몇 십억 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순간적이지만 돈 쓸 궁리만 했다네.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차를 몰아 내뺐지. 하지만 얼마가지 못해 불신검문 중인 경찰에 잡힐 위기에 빠지고 말았어. 근데 찝찝한 게 그게 꼭 알고 지키고 있었던 것 같단 말이지.”
잭은 당시 상황이 떠오른 듯 얼굴을 심하게 찌푸렸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절친한 친구 덕분에 살 수 있었지. 친구가 지방에서 꽤 큰 넥타이 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 신세를 지면서 세상을 등지고 몇 년 간이나 있었어.”
잭은 이야기를 하며 유난히 강한 분노를 드러내다가, 이내 껄껄 웃으며 좌중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는 한 사람씩 차례로, 집요하리만큼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모두가 이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중 유독 한 사람은 눈에 띄게 몸을 떨고 있었습니다.
잭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온화한 표정의 보스로 변한 채 말을 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게 나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한 공작이었다는 걸 내가 얼마 전에서야 알게 됐다네. 나를 함정에 빠트린 그 녀석이 바로 여기 이 4명의 보스 중에 있다고 말이야. 게다가 방금 전 자기 입으로 전문분야 어쩌고 떠벌린 얘기까지 들어보니 틀림없더군. 참 재미있는 일이지?”
그의 손에는 어느새 작은 권총이 들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해상에 총성이 울려 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