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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2회 · 1일 전
미·이 종전 협상 최종 단계 — 진짜 수혜주와 폭락주, 지금 정리해드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언했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최종 단계에 와 있다." 같은 날 이란 외무부도 "미국 측의 새 제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시장의 시선이 다시 종전 쪽으로 쏠리고 있는 지금,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것이다. "종전되면 건설주 사면 되는 거 아니야?"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진짜 수혜주는 따로 있고, 오히려 박살 나는 종목도 있다. 오늘은 이 구조를 처음부터 끝까지 팩트로 짚어본다.
전쟁은 어떻게 시작됐나
2026년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이란 핵시설을 공습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이란의 즉각적인 보복 카드로 나온 것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였다.
호르무즈는 페르시아만 입구에 있는 폭 50km짜리 좁은 바닷길이다. 이 작은 길 하나로 **전 세계 해상 원유의 약 25%**가 지나간다. 여기가 막히면 한국의 원유 공급이 흔들리고 전국 주유소 가격이 즉시 반응한다. 실제로 봉쇄 직후 브렌트유는 배럴당 114달러까지 치솟았고, 코스피는 한 달 만에 1,000포인트 넘게 빠졌다.
협상은 지금 어디까지 왔나
의미 있는 협상은 2026년 4월부터 시작됐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7년 만에 미국과 이란 최고위급이 직접 마주앉은 것이다. 그러나 1차 협상은 진전 없이 끝났고, 4월 25일 2차 협상도 무산됐다.
5월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5월 11일 이란이 14개항 종전안을 전달했고, 미국이 거부했지만 5월 16일 새로운 미국 측 제안을 다시 보냈다. 그리고 5월 21일, 트럼프의 "최종 단계" 발언과 이란의 "면밀히 검토 중" 공식 발표가 동시에 나왔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숫자가 하나 있다. 미국 전쟁권한법상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90일이다. 트럼프가 작전을 보고한 날이 3월 2일이니, 그 마감일이 바로 5월 31일 — 다음 주다. 이 시한 안에 종전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 의회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입장에서 다음 주가 진짜 분수령인 이유다.
4월 8일, 시장이 갈렸다
지난 4월 8일, 2주간 휴전 합의 뉴스가 나오자 하루 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면 종전 수혜주 구조가 한눈에 보인다.
코스피는 단 하루에 +6.87% 급등했다. 대우건설은 +29.97%, GS건설은 +29.86% 상한가를 쳤다. 외국인은 하루에 2조 4,390억 원을 쓸어담았고 환율은 33원 빠져 1,470원대로 안정됐다.
그런데 같은 날, 정반대로 움직인 종목들이 있었다. 흥구석유 -17.5%, 중앙에너비스 -17.65%, 한국서유 -10.47%. 원유 ETF도 하루 만에 -17%대 폭락이었다.
이게 단순한 섹터 로테이션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는 훨씬 강력한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돈의 펌프가 방향을 바꾼다
전쟁이 터지면 시장 자금은 블랙홀처럼 에너지·방산 쪽으로 쏠린다. 유가가 치솟으니 정유주가 급등하고, 원유 ETF가 불을 뿜는 구조다. 그런데 종전 협상이 시작되는 그 순간, 이 거대한 펌프의 방향이 완전히 반대로 돌아간다.
에너지·방산에 갇혀 있던 막대한 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와, 그동안 억눌려 있던 전혀 다른 섹터로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돈은 두 군데로 동시에 흘러간다. 하나는 재건·인프라, 다른 하나는 반도체·기술주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직후가 정확히 그랬다. 미국이 603억 달러 규모의 재건 자금을 풀자 건설·인프라주가 폭주했고, 유가에 묶여 있던 자금이 신흥국 증시와 미국 기술주로 썰물처럼 이동했다. 23년 전과 지금, 패턴이 판박이다.
종전 수혜 건설주 5대장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중동 에너지 인프라 복구 비용만 최소 37조 원이고, 향후 3년간 원전·중동 프로젝트 발주 잠재 규모를 합치면 203조 원이다. 우리나라 한 해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증권가가 거의 동일하게 꼽는 종전 수혜 건설주 5대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현대건설은 UAE 원전과 사우디 전력망 분야에서 압도적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수주잔고만 92조 3,237억 원(약 3.4년치 일감)이며, 미국 SMR과 유럽 원전까지 손을 뻗고 있어 원전·인프라 투트랙 수혜가 가능한 구조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항만·해양 토목에서 강점을 가진다.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8.9% 증가했고, 이라크 신항만 개발 포트폴리오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종전 직후 가장 빠르게 발주가 이뤄질 위치에 있다. 4월 8일 가장 먼저 상한가를 친 이유다.
GS건설은 1978년부터 중동에 진출해 누적 수주액이 약 394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2017년 UAE 루와이스 화재복구 공사를 수행했는데, 이번 전쟁에서 피격된 것이 바로 그 루와이스 시설이다. 원 시공자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회사다.
DL이앤씨는 사우디 암모니아·정유화학 EPC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더 중요한 건 이란 현지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한 이력을 가진 거의 유일한 한국 건설사라는 점이다. 현지 네트워크가 곧 자산이다.
삼성ENA는 작년 GS건설과 함께 역대 단일 플랜트 최대 규모인 사우디 파딜리 가스 프로그램을 수주했고, LNG 수주 기대감도 더해지고 있다.
수혜주 안에 숨은 함정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건설주 5대장이 단기 폭등할 수 있지만, 그 폭등이 실제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중요한 장벽이 하나 있다. 바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이는 미국이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함께 제재하는 제도다. 즉, 한국 건설사가 이란에서 직접 수주를 받으려면 미국이 이란 제재를 풀어줘야 가능하다.
2015년 핵합의로 제재가 일부 완화됐을 때도 달러 결제 불가, 미국산 기자재 사용 제한으로 사업 수행이 어려웠고, 2018년 트럼프가 합의에서 탈퇴하자 한국 건설사들은 즉각 철수해야 했다.
업계의 현실적인 시각은 이렇다. 제재가 유지되는 한 직접 수주는 사실상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EPC 대형사 밑에서 시공·기자재를 담당하는 하도급 파트너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 NH증권의 125억 달러 추정치도 한국 기업 참여율 50%를 가정한 숫자다. 실제 그 50%가 어떻게 분배되는지는 미국 EPC 기업과의 협력 관계가 결정한다.
투트랙 전략과 3대 체크포인트
단기와 중장기를 동시에 보는 투트랙 전략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다.
트랙 1은 건설주 5대장이다. 종전이 본격화되면 뉴스 민감주로 급등락을 반복하다 중장기 재건 수주로 실적이 뒷받침되는 구조다. 단, 이미 대우건설 연초 대비 508%, 현대건설·GS건설 90% 이상 급등해 선반영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은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트랙 2는 반도체다. 종전이 되면 유가가 꺾이고 환율이 안정되면서, 전쟁 기간 한국 시장을 떠났던 외국인 자금이 돌아온다. 4월 8일 외국인 순매수 물량 대부분이 반도체 대형주로 쏠린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영업이익이 분기 9.5조, 연간 400조 페이스로 가고 있는 구조적 흐름은 종전 여부와 관계없이 살아 있다.
지금부터 매일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통행량이 정상 회복되는지다. 미 해군 중부사령부 데이터를 주 1회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둘째, 브렌트유가 배럴당 85달러 아래로 빠지는지다. 현재 약 109달러인데, 85달러 이탈이 확인되면 종전 확정 신호다. 반대로 120달러 위로 다시 튀어오르면 확전 시나리오다. 셋째,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아래로 빠지고 외국인이 3일 연속 순매수에 들어가는지다. 이 두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면 종전이 시장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리스크도 놓치지 말자
협상이 다시 무산될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트럼프는 "이란이 서명하지 않으면 마무리 공격도 가능하다"며 군사 옵션을 열어뒀다. 4월 말 2차 협상 무산 전례도 있다. 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제되는 과정이 길어질 경우 중국 기업이 시장을 먼저 선점할 위험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신증권은 이렇게 분석했다. "종전 협상 과정에서 노이즈는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단기 노이즈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점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주 5월 31일이 분기점이다. 종전이 공식 발표되면 건설주 상한가 행렬과 반도체 외국인 자금 유입이 동시에 펼쳐질 수 있다. 반대로 협상이 무산되면 유가 재상승, 환율 1,500원대 복귀, 코스피 단기 충격이 온다. 어느 쪽이 오든 한국 반도체의 구조적 슈퍼사이클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꼭 기억해두자.